청문회 유감

[애국심, 그것은 곧 나를 지키기 위한 길이다 -사진 헤렬드경제-]

by 겨울나무

우리는 가끔 TV를 통해서 청문회 장면을 시청하게 된다.


청문회를 통해 더 높은 자리에 앉게 될 후보로 지명받은 사람은 이미 하나 같이 현재 대단한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앞으로 더 큰 나라 살림을 떠맡을 인물을 평가하는 자리이기에 섣불리 아무나 뽑아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그 자리에 앉아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마치 이를 잡듯 면밀하게 따져보는 시간이 바로 청문회라 하겠다.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은 물론, 그 밖에도 다방면으로 그의 과거로부터의 부정행위와 재산 축적, 그리고 인격과 가족에 대한 결격 사유까지 깡그리 따지고 분석해 보기도 한다.


그런 대단한 자리가 바로 청문회이기에 청문회를 시청하다 보면 어떤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기에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후보자를 마치 죄인이라도 다루듯 민망할 정도로 심한 면박을 주기도 하고 모욕에 가까운 질문으로 닦달을 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욕설에 가까운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그때마다 후보자는 마치 죄인이나 된 것처럼 한껏 몸을 낮추고 청문회에 임하는 것을 보면 매우 안쓰럽다 못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매우 필요한 과정이며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후보자를 잘못 뽑았다가는 그 손해는 결국 오롯이 나라와 국민들이 떠안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시청하다 보면 으레 단골 메뉴로 후보자의 재산이 많을 경우, 혹시 그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했는지 아닌지를 따지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후보자의 자식들이 정당하게 군 복무를 했는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눈초리는 마치 매가 아니면 맹독을 품은 독사의 눈처럼 무섭고 매섭기도 하다. 그리고 청문회 때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보자의 대한 결격 사유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증거들을 후보자에게 들이대며 무섭게 추궁하곤 한다.


부당한 수법을 동원하여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거나, 가령 입대했다 해도 권력을 이용하여 편안한 자리에 가게 했거나 그 밖의 어떤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묻게 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후보자의 답변도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이유와 증거를 대며 정당한 군 복무를 마쳤다며 결백을 주장하곤 한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증거를 들이대며 부정이라고 추궁을 해도 그게 아니라 떳떳하게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군 복무를 마쳤다거나 면제받은 것이라는 증거를 대며 끝까지 맞서기도 한다.


그리고 청문회에서 밝혀진 결과를 보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자식들은 군대에 입대했다 해도 하나같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보직을 잘 받은 다음 비교적 편한 자리, 그리고 힘들지 않은 곳에서 복무를 하게 된 경우도 청문회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난 은근히 짜증이 나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곧 TV 스위치를 꺼버리곤 한다.

사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소위 권력이 대단하거나 위정자들, 그리고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간혹 군대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저런 수법을 동원하여 군대에 나가지 않는 자식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한때는 돈이 많거나 배경이 든든한 사람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죄 없는 서민들의 자식들만 별 도리없이 군대에 가게 된다는 말이 널리 퍼진 적도 있었다.

군대에 가지 않는 수법도 다양한 것 같다.


한때는 어깨뼈나 무릎뼈에 약간 손상이 가게 하거나, 척추에 이상 중상이 있다는 부정한 방법으로 진단서를 발급 제출하여 면제를 받는 경우도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지 오래이다. 그러자 그런 소문을 듣게 된 일반 서민들도 덩달아 그런 수법을 써서 군대에 안 간 사람들도 더러 있었던 게 아닌가 기억하고 있다. 생각해 볼수록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에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겠지만, 과거 한때는 소위 금수저라든가 배경이 든든한 집의 자식들은 면제를 받고 군대를 나가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았던 게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실로 안타깝고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무슨 이유로 군대를 안 나가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그런지 과거에 한때는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곧 3년이란 아까운 세월을 썩히는 것이라는 한심한 표현을 했던 적도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답답한 이야기, 그리고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이야기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다시 상기해 보고 싶다. 여기서 조심스럽다고 하는 것은 그런 것이 바로 국가적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헤럴드 경제-


꽤 오래전에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다른 나라와 맞붙어 열심히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은 많은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자랑스러운 승리를 거듭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기도 하였다. 참으로 장한 일이며 그러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건 또 어디에서 나온 무슨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발상이란 말인가!


만일 그 축구선수들이 다음 경기에서도 이기면 군 복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특혜가 주어지게 된다는 뚱딴지 같은 발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게 무슨 특혜한 말인가! 그리고 누가 그런 특혜를 주기로 했단 말인가!


나의 좁은 식견으로는 그건 특혜가 아니며 오히려 당사자를 매장하는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대로 경기에서 승리하게 되면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특권을 주어야 하고 만일 패하면 아예 군대에 입대할 수 없는 잔혹한 벌(?)을 주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여기서 잠깐 아주 오래전, 이스라엘의 예를 한 가지 소개해 보고 싶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과거 이스라엘은 한때 전쟁에 패한 뒤, 나라가 온통 잿더미로 변하고 온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는 참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들마다 또 다시 그런 비극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역시 현재 우리나라의 병역법처럼 젊은이들만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해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이스라엘 여성들이 모두 왕궁 앞으로 나가 시위를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힘껏 외쳤다.


‘우리는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냐? 이러다가 다시 전쟁이 나면 총 한번 쏘아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그냥 죽으란 말이냐? 그러니 제발 우리 여성들도 군대에 입대하게 해다오.’


여성들의 시위소리가 높아지자, 왕은 할 수 없이 그럼 앞으로는 여성들도 나이가 차면 남자들과 같이 군대에 입대하도록 하여라. 다만 여성은 의무적인 병역 제도가 아닌만큼 지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군대에 입대를 허락해 주게 되었다.

그 뒤부터 얼마나 많은 이스라엘 여성들이 입대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도 너도 발 벗고 나섰다는 일 그 자체가 더욱 중요하며너도 값진 일이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대 입대의 임무를 다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일만은 아님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결국 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 역시 오래전에 군대 복무를 마치고 전역(1964년)을 하였다. 내가 복무한 곳은 육군본부 부관감실(현재, 전쟁기념관 자리는 근무처, 국방부 자리는 막사)이었다.


군대 복부를 마친 나는 예비군 훈련을 면하기는 했지만, 난 그 후에도 중대장에게 사정을 하여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어쩌면 바보(?)같은 짓을 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절대로 내가 남보다 애국심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결국 나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한 내 나름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내가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날은 주로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실제로 사격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총을 제대로 쏘는 방법, 그리고 수류탄 던지기나 총의 분해결합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런 어쩌면 바보(?)같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절실하게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6.25 전쟁 시절에 피란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군인들이 흘려버리고 간 각종 총과 대검, 그리고 수류탄과 박격포탄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무기들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무기들이 많으면 무엇을 하랴.


그런 무기들을 전혀 다룰 줄 모르다 보니 그 모두가 무용지물이었다. 만일의 경우, 적군을 총으로 쏘고 싶어도 총을 쏠 줄 모르니 총 역시 아무 쓸모 없는 그저 작대기에 불과했다. 수류탄 역시 하나의 돌멩이에 다를바 없었다.


그러기에 군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나라를 위하는 애국의 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어떤 위험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누구나 익혀야 할 필수적인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내가 청문회를 시청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서운하게 느낀 것, 그것은 군대에 못 가게 되었지만 가려는 노력을 해본 부모는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내가 기억하기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전혀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만큼은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면서 군대 입영을 면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영을 회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매우 서운하고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갖은 방법을 다해 군대에 입대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며 가장 수치스럽고 비겁하며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야만 하겠다. 유사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총을 다룰 줄 몰라 적을 피해 도망칠수밖에 없는 바보를 만드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혹시 신체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그렇다치더라도, 사지가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을 군대에 입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형벌 중어도 가장 무거운 형벌이 아닐는지!


다시 다시 말해서 군대 복무의 임무를 다하는 것, 그것은 1차로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2차로는 유사시에 나 자신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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