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출장 다녀온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오늘은 오랜만에 장거리 출장을 다녀왔다.


샤워를 끝내고 나온 성길 씨에게 아내가 물었다.

”그래 오늘 출장 갔던 일은 잘 끝내고 오신 거예요?“


”응, 잘 끝내긴 했지만 거래처 사람들 늘 거만스럽고 그렇지 뭐. 이를테면 저희들 마음대로 나를 우습게 보고 갑질을 하는 거지.“


”네, 그래요? 어떻게 갑질을 하는데요?“


”그걸 일일이 설명하면 당신이 알아듣겠어? 나에게 그들은 늘 ①야시꼬운 상대지 뭐. 그건 그렇고, 참 이럴 때 우리도 ②건땅이 아닌 아무 땅뙈기라도 손바닥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왜 당신 우리 동네에서 조금 나가면 ③벌길 있잖아?“

”벌길이라니 어디 말이예요?“


”왜 우리 집에서 조금 나가면 ④도는 네거리가 있잖아?“

”알지요. 그래서요?“


”거기서 대한 마트가 있는 쪽으로 한창 가다 보면 벌길이 나오잖아. 그리고 그 길을 한창 따라가다 보면 허름한 ⑤마가리가 한 채 있지?“


”네, 알아요.“


”오늘 출장을 갔다가 오랜만에 그쪽 길을 지나서 돌아오게 되었어. 그런데 그 마가리가 있는 맞은편 산에서 ⑥평토기 대여섯 대가 와서 산을 이리 깎아내리고 저리 뭉개며 ⑦오구탕을 치고 있더군.“


”그래요? 거기 뭐가 들어서는데요?“


”아마 그 산에 대단지 공장이 들어선다는 모양이야. 그러니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⑧갑작부자가 되지 않겠어. 보상금을 어머어마하게 많이들 받았다던 걸. 상전벽해라더니 이대로 나가다가는 몇 해 안 가서 우리 집까지 개발이 될지도 모를 일이야.“


”그래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자, 이제 그런 엉뚱한 생각은 그만하고 저녁상 차릴 테니 식사부터 하세요.“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몹시 시장한걸.“


아내는 곧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미 준비해 놓은 저녁상을 부지런히 차리느라고 분주했다.

성길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허공을 바라보며 연신 입맛만 쩍쩍 다시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아니꼽다 ②옥토 ③ 들길 ④ 로터리 ⑤ 오두막 ⑥불도저 ⑦야단법석을 떨다 ⑧벼락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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