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답답하고 속이 타는 아침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원한 것부터 찾았다.


어제저녁에 친구들과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었다.


”여보, 전에 ①냉동기에 두었던 ②찬단물 아직도 남아 있나? 그거 좀 남아있으면 좀 마셔야 되겠어.“


”어이구, 지금이 어느 철인데 아직까지 그게 남아있어요. 벌써 다 마셨죠. 그러게 술을 좀 덜 마시지 그랬어요. 술 마신 다음에 이렇게 고생이 될 걸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남자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미련한지 모르겠다니까요.“


”어이구, 요즘 당신 진소리(잔소리)가 왜 이렇게 늘었지? 시원한 것 좀 달라고 한마디 했더니 열 마디는 했나 보군. 찬단물이 없으면 어서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달라니까. 목이 탈 것 같단 말이야. 난 ③잔말쟁이는 딱 질색이거든.“


”어이구, 그래도 잔소리는 듣기 싫어서……. 알았어요.“


아내는 곧 시원한 물 한 컵을 떠다가 성길 씨에게 바쳤다 성길 씨는 시원한 냉수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다시 한 컵을 더 요규하였다.


”어어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그나저나 어제 그 친구 정말 안 됐더군.“

”그 친구라니 누구 말이에요?“


”내가 전에 말했잖아. 설비한다는 친구 말이야.“

”그 친구가 어때서요?“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곧 가게 문을 닫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대. 벌어놓은 것도 없다던데 정말 걱정이더라구. 내 형편에 ④덧대줄 형편도 못되니까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한 대요?“


”어떻게 하기는……. 앞을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⑤묘득도 없는 모양이더라구.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 전엔 그렇지 않더니 술이 좀 취하니까 몹시 ⑥과따대면서 말이 많더군. 그래서 어제 그 친구 때문에 술자리가 더 길어졌다니까.“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어젯밤에는 그 사람을 집에까지 ⑦냄내주고 오느라고 더 늦었다니까.“


”아하, 그랬었구나. 정말 안 됐다! 더구나 고향의 부모 형제까지 모두 포기하고 월북한 사람들인데 좀 잘 살았으면 오죽이나 좋겠어요.“


”누가 아니라나. 후유유---“


이른 아침부터 이래저래 두 사람의 한숨 소리가 연신 집안 가득 퍼져 나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답답한 휴일 아침이었다.( * )






※ 참고


① 냉장고 ②냉주스 ③ 잔말쟁이 ④ 덧주다 ⑤ 묘책 ⑥몹시 떠들어대다 ⑦ 배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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