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친구들과 술 모임에서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퇴근 후 성길 씨의 친구들이 술집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모처럼 오랜만에 월북한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나누기 위해 미리 약속이 되어 있는 날이었다.

성길 씨가 제일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잠시 뒤에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한 친구가 문을 들어서자마자 성길 씨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먼저 물었다. 그는 손재주가 있어서 작은 설비 가게를 운영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친구였다.


”어이구, 오랜만이네. 언제 ①완? 정말 반갑구만. 그래 그동안 잘 지냈구?“

”오, 그래 반갑다 야. 나도 ②가주 왔다야. ③꼴묵재기가 훤한 걸 보니 요즘 살아가는 재미가 아주 좋은가보다 야.“


”훤하다니 말도 마라. 요즘 손님이 없어서 ④봉데이만 폴폴 날리고 있구만. 오히려 네 꼴묵재기가 훨씬 더 좋아졌다야. 마누라하고 사는 재미가 아주 깨가 쏟아지는 모양이지?“

”하하, 그래 그렇게 좋게 봤다면 다행이구. 요즘은 ⑤정무원들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지 않니? 그래서 나도 지단 달에는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까지 가게 되어 똥끝이 이만저만 탄 게 아니었지 뭔가.“


”어, 그래? 그런 일이 다 있었군. 그런데 지금은 괜찮구?“

”응, 다행히도 그 뒤로는 천만다행으로 더 잘 돌아가게 되더라고.“


”아하, 그거 정말 잘 됐다야. 그나저나 정무원들도 살아가기가 힘들다니 도대에 그게 무슨 소리야? 정무원들은 철밥통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다들 부러워하잖아?“


”응,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정무원들이 못해먹겠다고 사표를 내던진 인원이 작년 한 해만 해도 6천 명이 넘는다고 하더라구.“


”어어, 그래?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간 그 아까운 자리를 그만두다니 그거 알 수 없는 일이로군.“


”그러게나 말이지. 모두들 사방에서 못 살겠다고 ⑥줴쳐대고 있는 세상인데 그걸 난들 어드렇게 알겠나? 자, 우리 이제 그런 술맛 떨어지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주문하세. 무슨 안주를 시킬까? 오늘 술과 안주는 내가 다 살 테니 마음껏 시켜보게.“


”히야,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정말 요즘 경기가 아주 좋은 모양이군!“


성길 씨의 말에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술과 안주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성길 씨는 곧 친구들의 주문에 따라 곧 술과 안주를 시켰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마음껏 마시기로 하고 침부터 꿀꺽 삼키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왔니?(평북) ② 금방(평북) ③ 꼬락서니(평북) ④ 먼지(평북) ⑤ 공무원 ⑥ 떠들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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