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토요일 아침에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토요일 아침이다.


세 식구가 아침 식사를 끝내자 여느 때와 같이 TV 앞에 앉아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TV를 시청하고 있던 성길 씨가 프로그램에 별 관심이 없는 듯 입을 열었다.


”TV는 만날 봐야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여서 난 별로 흥미가 없어. 만날 볶고 지지는 요리 이야기가 아니면 늘 맛집 탐방이나 하는 먹자판이라니까. 돈 없는 사람들은 군침만 삼키게 되니 이거 되겠어?“


TV 시청을 같이 하고 있던 아내가 웃으며 물었다.


”호호호……. 프로그램이 늘 그런 거지, 그럼 뭐가 나와야 해요?“


”차라리 재미있는 영화나 방영하든지 말이야. 난 요리 같은 것은 흥미 없거든.“

”그럼 먹는 재미를 빼면 당신은 뭐가 좋은데요?“


”그야 먹는 것도 좋긴 하지만, 우리 오늘 오랜만에 영화 관람이나 하러 가볼까? 일주일 만에 맞이한 이렇게 좋은 ①휴식일에 집에만 가만히 앉아 있기는 아깝잖아?“

”어이구, 요즈음 코로나 때문에 야단들인데 극장엘 가겠다고요?“

”맞아. 그러니까 극장에도 못 가고 답답해서 이 야단이지.“

성길 씨가 답답하고 따분해하자 아내가 물었다.


”옛날부터 당신 영화 좋아하는 건 아는데 당신은 멜로보다는 주로 치고 박고 싸우는 액션을 더 좋아하죠?“

”그건 그렇지만 무조건 액션 영화라고 해서 다 좋아하진 않지.“

”그럼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난 아무리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도 무작정 다 좋아하지는 않아.“

”그럼 무얼 좋아하는데요?“


”그 영화의 ②책임연출이 누구인가, 그리고 그 영화의 줄거리나 ③엮음새가 어떤가를 먼저 알아본 다음에 보게 되지.“

”그래요? 우와아~~ 이제 보니까 우리 신랑 똑똑하기도 하지. 난 무조건 출연하는 배우가 누구인가가 우선이던데 호호호…….“


”어이구, 똑똑하다니, 이 사람이 지금 감히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 아니야?“

”가지고 놀고 있다뇨? 정말 똑똑하니까 자랑스러워서 그러는 거죠.“


”차암, 그건 그렇고. 당신 우리 회사에 같이 일하고 있던 미스 김 알지?“

”미스 김이라니요? 내가 그 여잘 어떻게 알아요?“


”왜 있잖아. 약간 ④발딱코 직원이 한 사람 있다고 전에 내가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잖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 여자가 왜요?“


”그 여자 이번에 우리 회사 직공으로 오래 일하다가 ⑤근로인테리로 승진했다구. 그 여자 생긴 건 그래도 사장한테 ⑥노죽도 잘 뀌지만, 무슨 일을 시켜도 ⑦뒤거두매를 아주 깔끔하게 잘하는 ⑧우점이 있거든.“

”그래요? 그거 아주 잘 됐네요. 그럼 당신도 그 여자처럼 노죽도 좀 뀌고 잘해봐요. 그래야 더 높게 승진할 수 있을 게 아니에요?“


”어이구, 과장 자리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이지 거기서 또 어디까지 올라가라고?“


”호호호……. 알았어요. 우리 과장님, 이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이대로 만족해요. 내가 너무 좋아서 그냥 하는 소리였다구요.“


”허허헛, 사람두 싱겁기는 차암…….“


아내가 치켜세워주는 바람에 성길 씨도 기분이 싫지는 않은지 흐뭇해진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웃고 있었다.( * )






※ 참고


① 공휴일 ② 감독 ③ 구성 ④ 들창코 ⑤ 사무직 근로자 ⑥ 알랑방귀 ⑦ 마무리 ⑧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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