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풍차의 나라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네 거실에는 언제부터인가 작은 풍차 모형의 조형물을 장식품으로 비치해 놓고 있었다.


혜영이가 한동안 풍차 조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아는 체를 하며 성길 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는 이 세상에서 튤립이 가장 많은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알아?“


”글세? 갑자기 물어보니까 얼른 생각이 잘 안 나는걸. 그게 어느 나라지?“


”네덜란드.“


”그래? 그 나라가 그렇게 튤립이 많아?“

”그렇다니까. 그럼 ‘풍차의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알고 있어?“


”그야 물론 네덜란드 아니니?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묻지?“

”오늘 학교에서 배웠거든. 그럼 그 나라가 왜 풍차가 많은 나라로 유명해졌는지는 알고 있어?“

”아암, 알고 있고말고. 그 나라는 ①린방도 아니고 우리나라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지. 그리고 그 나라는 원래 나라 전체 면적의 25%가 바다보다 낮은 걸로 알고 있거든. 그래서 바닷물을 막기 위해서 풍차를 세우게 된 거 아니니?“

”우와아~~ 우리 아빠 잘 안다. 근데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어?“

”나도 너만 할 때 학교에서 배워서 알지 어떻게 알기는…….“


”우와아, 아빠 짱! 학교 다닐 때 아빠가 공부를 잘했나 보다!“


혜영이가 추어주는 바람에 성길 씨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민망해진 표정으로 다시 혜영이에게 물었다.


”치이, 공부를 잘 하기는……. 어쩌다 기억이 난 거지. 너 그럼 그 나라의 애국 소년 이야기는 알고 있니?“

”애국 소년 이야기? 그건 아직 배우지 않았으니까 아빠가 설명해 봐.“


”알았어. 아주 옛날에 그 나라의 한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닷물을 막아놓은 둑길을 걸어오고 있었대. 풍차가 쭉 서서 돌아가고 있는 둑이었지.“

”응, 그런데?“


”그런데 그 소년이 문득 둑에 구멍이 나서 바닷물이 그 구멍으로 물이 육지로 ②즐럼즐럼 흘러나오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지 않았겠니.“

”바닷물이 좀 흘러나오면 안 되는 건가?“


”안 되고말고. 처음에는 즐럼즐럼 나오던 물이 나중에는 구멍이 점점 더 커져서 나라 안이 온통 물바다가 되는 ③후과가 나올 게 ④거의없거.“


”그래? 그래서?“


"그래서 상황이 매우 급박해진 걸 느끼게 된 그 소년은 바로 그 구멍을 자신의 주먹으로 틀어막고 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단다.”


“히야, 정말 어린애였지만 애국자였네. 그리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애국자이고 말고. 그런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안 오더라는 거야. 손은 몹시 얼어붙고 추워서 ⑤피돌기도 멈출 지경이었대. 그렇다고 그 구멍에서 손을 뺄 수도 없었다는 거야. 그랬다가는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나라가 온통 물바다가 될 게 거의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 그 소년은 추위에 떨다 못해 의식까지 잃을 정도로 그 고통은 ⑥이름을 못하게 되었대.”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는데?”


“그 소년은 너무 춥고 떨리며 의식까지 잃을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를 자기 마음대로 ⑦탈리할 수도 없었다는 거야.”

“우와아, 정말 대단한 애국자다. 그래서?”


“그런데 마침 다행히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 의식을 잃고 물구멍을 막고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결국 신고를 해서 나라의 큰 위험을 막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 소년은 다행히도 가벼운 감기 몸살로 ⑧열내림약만 먹고 하루 이틀 견디다가 회복되었다고 하더라구.”

“우와아, 그 나라에도 그런 애국자가 다 있었네.”


“아암, 대단한 애국자고말고. 우리 혜영이도 그런 애국심을 한번 길러 보는 게 어떻겠니?”


“으음,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긴 한데 우리나라에는 풍차도 없고, 그 나라처럼 물이 새는 곳도 없잖아.”

“으하하, 알았어. 그래서 우리 혜영이가 애국심을 발휘해보지 못한다 이거지? 하하하…….”

성길 씨는 그런 혜영이가 몹시 귀엽고 대견스럽다는 듯 연신 껄껄거리며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이웃나라 ② 찔끔찔끔 ③ 결과 ④ 틀림없다 ⑤ 혈액순환 ⑥ 형언하기 어렵다 ⑦ 이탈 ⑧ 해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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