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이루기 위해서는(42)

[고전의 세계, 조선 시대, 정구 선생의 일화]

by 겨울나무


많은 사람들이 큰 산을 쌓아 올리기 위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흙을 운반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고생을 하며 쌓아 올린 결과 마침내 흙 한 삼태기만 더 갖다 쌓으면 높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훌륭한 산의 모습을 갖출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지친 나머지 마지막 한 삼태기를 갖다 부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하던 일을 마지막에 그만두었기 때문에 다 된 일을 눈앞에 두고 안타깝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논어>>



모든 식물들 역시 일단 싹이 트면 따스한 햇볕과 맑은 물 그리고 땅속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면서 줄기도 굵어지고 잎도 새파랗게 무성해지며 가지도 많이 뻗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무성하게 잘 자라던 식물들이 가끔 중도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 꽃은 잘 피웠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들어버리거나 시들시들 말라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가끔 보게 된다. 이 모두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일이 도중에서 더 자라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노력을 했다면 결국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식물들 역시 아무리 고생이 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식물들이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성공을 곧 눈앞에 두고도 열매를 맺지 못한 결과라 하겠다.

그러기에 흙으로 산을 쌓아 올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라 하겠다. 오랫동안 피땀을 흘려가며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마지막 한 삼태기의 흙만 갖다 부으면 될 것을 조금만 더 인내하지 않고 단해 버리는 바람에 지난날 모든 고생과 노력이 안타깝게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공부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시험 날짜가 발등에 떨어진 뒤에야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곤 한다.


”에라 난 이제 모르겠다. 세상에 공부만 잘하면 다더냐, 공부하지 않은 무식한 사람들도 부자도 되고 출세도 잘들만 하더라.“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한다면, 세상 모든 일을 그런 자세로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도 부지가 되고 출세하는 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 대신 일에 열중해서 갖은 노력과 고난을 이겨낸 끝에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부에 쏟는 노력 이상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을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우리들은 소위 이른바 소나기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그리고 급박한 필요에 따라 마음이 내키면 닷새고 일주일이고 머리를 싸매고 밤을 새워가며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공부를 하는 경우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다가 시험이 끝나거나 공부할 마음이 식어버리게 되면 다시 열흘이고, 한 달이고 책과는 담을 쌓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맹자께서는 일찍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기도 하였다.


"새싹이 열흘 동안 따스한 햇볕을 쬐다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땅이 꽁꽁 얼어붙어 버린다면 새싹이 그 추위를 어찌 견디어 내겠는가? 금방 시들거나 얼어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먼 길을 가거나 마라톤을 할 때도 마찬가지 경우라 하겠다. 당장 힘이 넘친다고 하여 처음부터 있는 힘을 다해 마구 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서두르거나 힘을 빼고 나면 막판에 가서는 결국 지쳐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공부도 그렇고, 그 밖에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뜻을 이루려고 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늘 따스한 햇볕을 쐬듯 쉬지 않고 끈기있게 노력해 나아가야만 하겠다. 그러기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육중한 바위를 뚫는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그 실례로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조선 선조 때 대학자인 정구 선생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주가 뛰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또한 머리가 뛰어나 신동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 스물이 가까워지면서 포부와 이상이 높아져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게 되었다. 또한, 마음과 몸을 가다듬고 닦아 행실이 깍듯하였다.


그는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학문도 많이 쌓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공부를 깊이 하기 위해 그 당시 이황 선생이 가장 유명한 큰선비라는 말을 듣고, 도산 서원으로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서원에서 여러 경전을 배우고 익히던 중 『역경』이라는 책에 이르게 되자 이황 선생의 설명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정구 선생은 혼자 생각하게 되었다.


‘이황 선생이 대단한 선비라더니 빌 거 아니군! 난 여기서 이만 배우는 것을 포기해야 되겠어!“


공부에 싫증이 난 정구 선생은 결굮 공부를 도중에서 그만둘 각오를 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보게 된 조목 선생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 사람아, 도대체 왜 짐을 싸고 있는 건가?"

"공부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집으로 갈 거야.“


“공부를 그만두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모르는 건 이황 선도 모르시니, 더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네.”


정구 선생의 대담에 조목 선생이 펄쩍 뛰면서 말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게 아깝지도 않은가? 제발 좀 참게나."

"아깝기는 뭐가 아까워. 난 이제 공부라면 지긋지긋해서 못하겠네.“


”그런게 아니라네. 옛 글 중에는 어려운 대목들이 많이 나오는 걸 몰라서 그러나?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도록 꾸준히 공부를 해보게, 그러면 언젠가는 풀리는 날이 오게 되지 않겠나.

자네 이황 선생의 이름을 듣고, 수백 리 길을 걸어서 공부하러 오지 않았나, 그런데 몇 달도 되지 않아 벌써 포기를 하다니 그게 말이 되나?


그러지 말고 계속해서 꾸준히 공부를 해 보게. 그까짓 한두 구절에 막혀 공부를 중단할 수 있나, 싫증도 나고 짜증도 나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 나가면 그 모든 공부가 시원하게 트이게 될 걸세.”


조목 선생이 끝까지 끈질기게 막는 바람에 정구 선생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바람에 두 사람 모두 뒷날 조선 새대의 대학자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공자 말씀에 싹이 잘 자라나서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있고, 꽃은 피웠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성공 여부를 식물에 비유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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