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순돌이와 밤손님

[손님과 밤손님]

by 겨울나무

“꼬끼요오~~~!”


오늘도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면서 멀리서 새벽닭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이구,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순돌이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목에 길다란 쇠사슬로 만든 줄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참, 순돌이가 누구냐고요? 순돌이는 이 집, 그러니까 순구네 집에서 손구네 가족들과 같이 사는 개의 이름이랍니다. 그럼 순돌이가 예쁘게 생긴 값이 엄청난 애완견이냐고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하찮은 똥개랍니다.

늘 순구네 집 대문간에 줄로 묶인 채 열심히 집을 지키 는 게 순돌이의 임무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름이 순돌이냐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돌이의 이름은 누렁이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엄마, 우리 누렁이 이름 바꿔 주면 안 돼?”


순돌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고 있던 순구가 문득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뭐라고? 누렁이가 어때서? 넌 누렁이란 이름이 싫으니?”

"그게 아니라 난 동생이 없잖아. 그래서 벌써부터 바꾸고 싶었단 말이야.“


엄마는 그제야 순구의 속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는 소리내어 웃으면서 다시 되물었습니다.


"호호호, 그랬었구나! 그럼 어떤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데?"

“으음, 내 이름이 순구니까 순돌이로 하면 어떨까? 누렁이도 남자잖아, 그러니까 ’순‘ 자 돌림으로 말이야.”


“호호호, 듣고 보니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걸! 데! 누렁이를 아예 네 동생으로 삼겠다 이 말이지? 그럼 네 맘대하렴. 호호호……."


그래서 그날부터 누렁이의 이름이 갑자기 순돌이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순돌이는 신바람이 나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둠이 걷히면서 사방이 차츰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순돌이는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여전히 안절부절을 못합니다. 틀림없이 순구 아빠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거나 당장 매를 맞고 쫓겨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조금 전, 오늘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혹시 이 집에 무서운 개라도 있으면 큰 낭패란 말이야!”


잠깐 곤한 새벽 단잠이 들었던 순돌이는 갑자기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에 눈을 번쩍 떴습니다. 가만히 보니 몹시 허술한 차림의 사내 하나가 대문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컴컴해서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순돌이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사내를 향해 짖으려고 할 때였습니다. 어느 틈에 순돌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사내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쉿! 짖지 마. 난 이 집에 온 밤손님이니까 짖지 말란 말이야. 알겠어?”

“뭐어? 밤손님이라고?”


손님이란 말에 순돌이는 순간, 멈칫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손님이란 말에 짖는 대신 반갑게 맞이하며 꼬리까지 흔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느냐고요? 그건 바로 며칠전에 순구 엄마한테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순구네 집에는 난생처음 보는 낯선 손님 몇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순구 엄마의 친구들이었습니다.


"멍! 멍!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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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가 그들을 보고 사납게 짖어대자 손님을 맞이하던 순구 엄마가 무섭게 화를 내면서 순돌이에게 소리쳤습니다.

“순돌아! 조용히 하지 못해! 이놈의 개가 미쳤나? 집에 오는 손님도 못 알아보고 이 야단을 치면 어떻게 하니? 손님이 오면 반갑게 꼬리를 쳐야지!”


순구 엄마는 곧 빗자루를 집어 들더니 당장 순돌이의 엉덩이를 때릴 기세로 덤벼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더럭 겁이 난 순돌이는 쏜살같이 개집 속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손님? 손님이라! 손님한테는 무조건 짖으면 안 된다 이 말이야, 알아들었어?"


그날, 순돌이는 종일 몇 번이고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손님' 이란 말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날부터 순돌이에게는 큰 걱정거리 한가지 생겼습니다. 얼른 보아서 어떤 사람이 손님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몹시 어려웠던 것입니다.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내가 손님이라고 미리 광고를 하면서 들어온다면 혹시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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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참. 사람을 볼 때마다 짖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게 몹시 헷갈린단 말이야!‘


순돌이는 몹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어떤 때는 짖어야 하고 어떤 때는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맞이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러 날 고민을 하며 지내던 중에 마침내 오늘 새벽에는 뜻밖의 밤손님이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손님이란 말에 순돌이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본 밤손님은 조금 안심이 된 듯, 삽시간에 담을 넘더니 집안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흐흐흐……. 그래그래, 어이구우. 그놈 참 착하기도 하지.”


밤손님은 잠시 순돌이의 머리를 잠깐 쓰다듬어 주더니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안으로 들어갔던 밤손님이 도로 나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갈 때와는 달리 한쪽 어깨에는 물건을 가득 넣은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밤손님이 다시 밖으로 나오자 아무 영문도 모르는 순돌이는 다시 반갑게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밤손님은 다시 순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흐흐흐, 도둑도 모르고 꼬리를 치는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자, 그럼 난 간다. 잘 있거라, 흐흐흐…….”


"어엉? 내가 멍청하다고…? "


밤손님이 혼자 지껄이는 소리를 들은 순돌이는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리는 사이에 밤손님은 재빨리 안에서 잠겨진 문을 열고는 이내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하!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바로 도둑이었잖아! 이를 어쩌지?’

순돌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날은 점점 더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아이고오. 난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죽었어!“


단지 ‘손님’과 ‘밤손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죄 하나 때문에 순돌이의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 두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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