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백 원짜리 동전

[백 원짜리 동정 한 개에 맺힌 한]

by 겨울나무

미화 엄마는 오늘도 드넓은 할인마트 안을 벌써부터 여기저기 벌써 몇 바퀴째 빙빙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백 원짜리 동전을 구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늘 그랬듯이 앞가슴에는 빨간 돼지저금통 하나를 껴안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하게 꼬옥 껴안고 있었습니다.


"어머, 저 아줌마 오늘도 벌써 또 오셨네!”


한 점원 아가씨가 이미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 된 미화 엄마를 발견하자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아가씨들도 덩달아 한마디씩 거들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아무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드나드는 단골 손님이신데 오늘이라고 빠질 리 있겠어?“

"근데 저 아줌마 정말 이상하더라. 백 원짜리 동전이 아니면 절대로 받지 않는다면서?“


"누가 아니래. 정말 별일이라니까. 호호호…….”


정말 그랬습니다. 어쩌다 누가 특별히 생각해서 오백원짜리 동전이나 천 원짜리 지페를 주기라도 하면 미화 엄마는 그때마다 한사코 도리질을 하면서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백 원짜리를 주기라도 하면 금세 표정이 밝아지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백원짜리 동전만을 모으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미친 여자라고 불렀습니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다 젊은 나이에 그 지경이 되었는지 가엾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줌마, 백 원짜리 동전 여기 있어요. 그리고 이젠 제발 그만 좀 오시라니까요!“


미화 엄마가 여전히 계산대 앞을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을 본 아가씨 하나가 미화 엄마에게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미화 엄마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습니다.


백 원짜리 동전은 달그락 소리를 내며 곧 돼지저금통 안으로 들어거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언제나 그랬듯 저금통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신바람이 나서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동전을 가슴에 안고 도대체 어디를 저렇게 급히 달려가는 거지?"

"그걸 누가 알겠어, 호호호…….”


할인마트를 빠져나온 미화 엄마는 어딘가를 향해 뛰다시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미화 엄마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저금통 안에서는 동전 부딪치는 소리가 귀엽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미화 엄마는 동전 한 개를 얻게 된 기쁨에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번화한 시가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 그곳엔 제법 경치가 좋은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습니다. 산에는 제법 나이를 먹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어서 경치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단 한 사람, 미화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산을 오르내리곤 하였습니다. 아무 때나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백 원짜리 동전이 하나 생길 때마다 산을 오르는 일을 벌써 2년째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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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 엄마는 어느새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산 밑에 다다랐습니다. 그런 미화 엄마의 눈에 늘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미화의 모습이 또다시 선하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미화는 비록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이름에 어울리게 마음씨도 곱고 예뻤습니다. 그런 미화였기에 아빠와 엄마의 희망이요, 이 세상을 모두 준다고 하여도 결코 바꿀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엄마와 아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한 미화였습니다.






그러던 2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미화는 며칠 전부터 엄마와 아빠에게 백 원짜리 동전 하나만 달라고 틈만 나면 조르곤 하였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간 돼지저금통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화는 그 저금통을 유난히 갖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금통이 탐이 난 미화는 문방구 앞을 오갈 때마다 빨간 부러운 눈으로 저금통을 몇 번이고 먼 발치에서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때 미화가 긴직하고 있는 용돈은 모두 4백 원이었습니다. 백 원만 더 있으면 저금통을 살 수 있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엄마, 나 백 원만 주면 안 돼?“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미화가 그날 아침에도 엄마에게 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그놈의 백 원짜리 타령이니? 엄마 지금 바쁘니까 잔소리 말고 어서 학교나 가란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한창 쪼들리고 있는 살림에 엄마는 지금 저금통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돈을 달라고 조르고 있는 그런 미화에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짜증이 난다는 듯 꽥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미화는 그만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로 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의 일이었습니다. 미화 엄마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학교를 향해 급히 달려가고 있던 미화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라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끔찍한 소식이었습니다.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내려앉는 듯 눈앞이 캄캄해지고 말았습니다.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못 주고 야단을 치며 그냥 학교로 보낸 것이 이렇게 뼈아프게 후회가 될 줄은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일입니다.


결국, 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미화 엄마의 가슴속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태산보다 더 큰 상처와 한을 남겨 놓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정신을 잃은 미화 엄마는 틈만 나면 백 원짜리 동전을 구하러 다니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 나 백 원짜리 하나만 주면 안 돼?“


부지런히 산기슭을 오르고 있던 미화 엄마의 귓가에 2년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미화의 목소리가 다시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화야, 엄마가 오늘도 백 원짜리 동전을 한 개 구해 가지고 왔다. 어때? 기분 좋지?“


마침내 어느 소나무 밑에 다다른 미화 엄마는 땅속을 헤치더니 그 속에서 큼직한 깡통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러고는 백 원짜리 동전을 깡통에 넣더니 다시 땅속에 소중하게 묻어주고 있었습니다. 큼직한 깡통 속에는 2년 동안 열심히 모은 백 원짜리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미화가 고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