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를 물려받은 이성계는 즉위하자마자 사대주의 사상, 배불 정책, 승유 정책, 농본주의를 국시로 삼고, 한양으로 천도하여 새 왕조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힘쓰는 한편, 제의 정비, 병제, 사례의 제정 등 여러 방면에 걸쳐 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다지는 데 힘썼다.
어느날, 왕이 되기 전, 이성계가 처가에 다녀오는 길에 안변 근처의 어느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 절에는 무학이란 스님이 있었다. 아직은 젊은 나이였지만 일찍이 불교의 진리를 깨달은 스님이었다. 이성계는 전에도 무학 스님의 설법을 여러 번 들은 바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이성계는 무학 스님 과 밤이 이슥하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곤히 잠이 들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을 자던 이성계는 이상한 꿈을 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이성계의 이마와 등에서는 어느새 식은땀이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꿈에 이성계는 다 허물어져 가는 어느 초라한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집 마루를 딛고 올라서자 마루가 갑자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내려앉더니, 그다음에는 지붕까지 털썩 주저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성계는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고 있는 지붕에서 급히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짊어지고 간신히 밖으로 뛰어나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참으로 희한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 날이 밝았다. 이성계는 그때 막 불공을 드리고 나오고 있는 무학 스님을 보자 몹시 반가웠다. 스님에게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면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학 스님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불공드리 고 오시는 길인 모양이군요?“
“그렇소만, 피곤하실 텐데 더 주무시지 않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습니까?"
"예,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예, 무슨 말씀인지 방에 들어가서 하시지요.”
이성계는 스님을 따라 그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실은 간밤에 몹시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하도 꿈이 이상해서 꿈 풀이를 좀 해 주셨으면 해서요.”
“어떤 꿈을 꾸셨기에 그러는지 말씀해 보십시오.”
꿈 이야기를 꺼내게 되자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 건성으로 되묻는 무학 스님에게 이성계는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게 되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흘려 듣고 있던 무학 스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무학 스님은 갑자기 자세를 바로 그쳐 앉으며 무거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허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것은 분명히 임금이 될 꿈이오, 당신은 머잖아 틀림없이 임금이 될 것이오.“
"네에? 지금 임금이 될 꿈이라고 말씀하셨나요?"
임금이 될 꿈이라는 뜻밖의 말에 이성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되묻게 되었다. 그러자 무학 스님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고려는 이미 국력이 기울어 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그래서요?"
”당신이 꿈에서 보았다는 그 낡은 집이란 바로 고려를 뜻하는 것이오.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짊어졌다는 것은 틀림없이 왕이 된다는 뜻일게요."
“그건 또 어째서입니까?”
“서까래는 집을 버티고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소? 그것을 등과 어깨에 짊어졌다면 그 집을 짊어진 것이나 다름없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시오. 사람이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지고 있다면 한자의 생김새로 보아도 영 락없이 임금 왕 (王)자가 아니겠소?“
“……?”
이성계는 무학 스님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RH 꿈만 같았다.
그러나 후일 이성계는 무학 스님의 말대로 고려가 망한 후, 조선을 건국하고 태조의 자리에 앉음으로써 위대한 조선 왕국의 신화를 창조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