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신동의 고집(51)

[최제우. 조선 말기의 사상가, 종교가(1824~1864)]

by 겨울나무

최제우는 어려서부터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잘못된 일을 보면 참지 못하였으며, 사소한 일에도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어른이 된 이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글로 나타냈다.


홀연히 집안에 광채가 깃들더니

마침내 아들이 탄생하도다.

그 모습을 보니 과연 대장부라.

얼굴은 깎아놓은 옥과 같고

풍채는 뭇 사람을 누르는구나.

8세에 학문을 배워 만 권의 책을 두루 읽고

세상 이치에 막힘이 없으니

어찌 신동이 아니겠는가?

10세를 지내나니 그 지혜 놀랍도다.

대적할 자가 없구나.


최재우가 일곱 살 때의 일이다.

그는 이웃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들로 나갔다가 자기 집 머슴이 밭을 가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이랴! 이랴! 이놈의 소야, 빨리 좀 못 가겠어!!"


머슴은 이렇게 소리 지르며 힘겹게 쟁기를 끌고 있는 소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며 후려갈기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최제우가 머슴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 때려! 소가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자꾸만 때리는 거야!”


그러자 머슴이 대답했다.


“짐승이란 원래 이렇게 때려야 말을 듣는 거랍니다.”


머슴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또다시 소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가 화가 나서 너를 받아넘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래서 이렇게 코뚜레를 꿰었지 않습니까. 코뚜레만 잡으면 꼼짝을 못하는결요. 허허허…….”





그날 밤이었다.


최제우는 낮에 본 소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는 톱을 들고 외양간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소의 코에 매달린 코뚜레를 톱으로 잘라 버리고 말았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이런 코에 걸 끼워 놓고 마구 부려먹다니……. 자, 이제부터 넌 자유의 몸이다. 네 마음대로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편히 살거라.”


최제우는 코뚜레에서 해방이 된 소를 곧 밖으로 끌고 나오더니 풀어주었다.


그 이튿날이었다. 풀려 나온 소는 결국 마을의 채소밭마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엉망으로 만들고, 사람을 셋이나 받아넘긴 다음 결국 사람들의 창에 찔려 죽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제우는 몹시 슬퍼하며 소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제상을 차려놓고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이런 시를 지어 읽었다.

코뚜레가 없어도 잡혀 죽었네.

가엾은 소의 넋이여,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평생을 죽도록 일만 하며 얻어맞다가

죽어서는 어찌하여

또 인간의 입맛을 기쁘게 해주는고

가엾은 소의 넋이여,

죽어서는 귀신이 되어 나쁜 인간

들을 마음껏 짓밟아 주어라

그 후, 최제우의 아버지가 이 글을 읽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마치 이 나라의 왕을 없애려는 역적의 글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벼슬아치들을 모조리 짓밟아 주라는 뜻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가 쓴 글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더럭 겁에 질린 아버지는 당장 그 글을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아들을 앉혀 놓고 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 않도록 신신당부하면서 크게 꾸짖었다.

그러나 최제우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래, 난 장차 당당한 역적이 되어

활개를 치겠노라.

불쌍하고 착한 백성들아,

너희들은 코뚜레에 코를 꿴 소처럼 언제까지나

바보처럼 끌려다니고만 있거라.”


이런 다짐은 훗날 최제우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동학을 창시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동학이란 유교·불교·선교 등 세 가지 교리를 종합하여 창시된 종교이다. 또한 인간의 주체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지상천국의 현실적인 이상을 표현한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를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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