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을 베푼 성종(49)

[성종, 조선 제9대 왕 (1457~1494)]

by 겨울나무
'남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거든 항상 관용할 줄 아는 마음을 간직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실제로 관용하는 일에 인색하지 말라.
남의 잘못이나 허물에 대해 관용할 줄 모르는 사람의 표정은 항상 미움과 저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자신이 평화를 누리면서 생활하기가 극히 어렵다.'

<중국 명언>



관용은 때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거나 감화시킬 수 있는 큰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항상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신하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 신하들로부터 늘 존경을 받았던 분이 바로 조선 제9대 왕인 성종이다.


성종은 남달리 학문에 힘쓰는 한편,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올바르고 깨끗한 정치에 힘을 기울였다.

관리들도 그런 성종의 인품과 뜻을 알게 되자 솔선수범하여 청렴결백한 생활을 함으로써 그 어떤 부정이나 뇌물 없는 평온한 정치를 펼쳐 나갔다. 그 결과 마침내 조선 초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

어느 날, 지방으로 순찰을 나간 한 관리가 일을 부당하게 처리해 주고 그 당시에는 돈보다도 더 귀하게 여겼던 비단 열 필을 뇌물로 받게 되었다. 지극히 몰래 저지른 일이지만 이 소문은 돌고 돌아 마침내 곧 성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 부정한 일을 저지른 관리를 보고 그냥 둘 성종이 아니었다.


성종은 지방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 관리를 급히 대궐로 불러들이게 되었다. 그리고는 전혀 그런 부정한 일을 모르고 있는 듯 시치미를 떼고 너그럽고 인자한 표정으로 관리에게 묻게 되었다.


"그동안 지방에 내려가서 정말 수고가 많았소.”

"황공하옵나이다. 마마!”


성종의 따듯한 말 한마디에 관리는 몸둘 바를 몰라 하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조아렸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일찍이 소문에 듣건대 그대는 이런 것을 몹시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소. 마음에 들지는 모르오만 그동안 수고한 대가로 내가 선물을 한 가지 마련하였으니 아무 부담 말고 기꺼이 받아주기 바라오."

성종은 곧 시종을 시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선물을 관리 앞에 내놓게 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값진 비단 열 필이었다.


그 순간, 관리는 자신이 뇌물을 받은 것이 탄로가 났음을 금세 눈치채고 그만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전하! 신이 그만 죽을 죄를 지었으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러자 성종은 얼굴빛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허, 이제 그대가 뒤늦게라도 잘못을 깨달은 것 같으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추한 우를 두 번 다시 범하지 말기만을 바랄 뿐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종이 너그럽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주자, 관리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라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친 관리는 다시는 부정한 일이나 뇌물을 받지 않고 전보다 더욱 나랏일을 마치 내 일처럼 충성을 다해 열심히 보살피게 되었다.


성종의 너그러운 마음씨와 관용이 상대방의 마음을 크게 감화시킨 한 가지 예라 하겠다.

얼마 뒤, 어느 재상이 성종 앞으로 나와 다시 이런 사실을 아뢰게 되었다.


“전하! 신의 친척 되는 사람이 노모의 반찬거리로 쓰라면서 생선을 보내왔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그러자 성종이 되묻게 되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어떤 걸 보내왔다는 말인지 다시 한번 자세히 말해 보시오!”


"예에, 바로 어제 신의 친척 되는 고을 수령이 나이가 많은 저의 어머님을 위해 생선 여남은 마리를 보내왔사온데 한사코 도로 가지고 가라고 해도 듣지를 않나이다.“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요?”


재상은 친척으로부터 생선을 받은 것도 혹시 뇌물이 아닌가 하여 벌을 받을 것이 지레 겁이 나서 성종에게 미리 알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성종은 껄껄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허, 갸륵한지고. 아무 걱정마시고 그 생선으로 어머님을 정성껏 봉양하시오. 정으로 주는 것은 예이며, 그 생선은 전혀 대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니 뇌물이 아니지 않소? 껄껄껄…….“ ( *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