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눈병(57)

[세종대왕. 조선 제4대 왕 (1397~1450)]

by 겨울나무

독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책 속에는 그 책을 쓴 사람의 값진 지혜와 경험들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꼭 한 가지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상 빛나는 이름을 남겼거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 모두가 한결같이 책벌레들이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훌륭한 한글을 창제하신 우리의 세종대왕 역시 독서를 몹시 좋아했던 분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세종대왕이 세자로 있을 때의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독서를 좋아한 세종대왕은 매일 방에만 틀어박힌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책 읽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어찌나 책 읽기를 즐기는지 세종대왕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져만 가고 있었다.

세종대왕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인 태종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어, 세자가 저렇게 허구한 날 책만 읽고 있으니 세자의 건강이 매우 우려되는도다. 훗날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할 세자의 건강이 매우 염려스럽도다!”


세종대왕은 태종의 만류에도 책을 너무 가까이하다가 결국 눈물이 줄줄 흐르고 눈곱이 더덕더덕 끼는 지독한 눈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두덩이 심하게 퉁퉁 부어 올랐는데도 세종대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책만 열심히 읽고 있었다.


"여봐라! 세자가 책을 너무 읽다가 결국 심한 눈병이 걸렸느니라. 금 당장 세자의 방에 있는 책들을 단 한 권도 남김없이 모두 치워 버리도록 하렷다!“


태종은 마침내 신하들에게 추상같은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태종의 불호령에 신하들은 지체없이 곧 세종대왕의 방으로 달려갔다.


“세자마마! 송구스럽기 그지없사오나 어명이옵나이다.”


신하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방구석을 이 잡듯 뒤져 세종대왕이 읽고 있던 책이 발견되는 대로 모두 치워 버리고 말았다.


세종대왕은 어명을 내린 아버지가 몹시 야속하고 서운했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님의 따뜻하고도 깊은 사랑을 알기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부터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세종대왕은 방구석에만 틀어박힌 채 지루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아! 책을 읽을 수가 없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구나! 이게 바로 지옥이로구나!“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세종대왕은 안절부절못하였다. 지금까지 습관처럼 읽던 책을 읽지 못하게 되니 심심하고 무료해서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종대왕은 눈이 번쩍 띄었다. 병풍 틈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책은 지난번에 신하들이 책을 모두 치워 버릴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남기고 간 책이었다. 세종대왕은 뛸 듯이 기뻤다.


"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그 말이 정녕 빈말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다니……!”


너무나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세종대왕의 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나저나 이 책마저 빼앗기면 안 되겠지!”


세종대왕은 그 책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면서 그 책을 다시 열심히 읽기 시작하였다.

읽고 또 읽고 하기를 수백 번,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자 마침내 책을 묶었던 끈이 다 떨어져 나가고 책장은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이처럼 역사상 빛나는 업적을 남긴 훌륭한 분들은 좋은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자신의 인격과 수양을 쌓아 훌륭한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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