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성길 씨의 근황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며칠 전에는 성길 씨의 회사에서도 결국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 나오게 되었다.


그토록 전 직원들이 조심을 하고 소독도 열심히 했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19!!


정말 지독하게 무서운 놈이다. 그래서 성길 씨도 별수 없이 요즈음 당분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많았다.

성길 씨는 요즈음 며칠째 집에만 틀어박혀 책도 읽고 TV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답답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하루속히 코로나가 물러갈 날 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한동안 책을 읽고 있던 성길 씨가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아무렇게나 책을 던져버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거참, 정말 지독한 놈이라니까. 그렇게 회사에서 ① 미리막이를 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구.“


성길 씨의 말에 아내도 걱정이 된다는 듯 불안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언제 다시 출근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가 있나? 잘못하다가는 그까짓 ② 잘량하게 받던 월급조차도 못 받게 될 것 같단 말이야. 그렇다고 회사가 그 지경인데 월급을 ③ 다가쓸 수도 없고 말이야.“


”그거 정말 걱정이네요.“


성길 씨의 넋두리에 아내는 금세 어두운 표정이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게 되겠소? 이러다가도 언젠가는 좋아지는 날이 있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는 당신과 같이 마을 뒷산에 있는 ④ 소로길이라도 한번 거닐어보면 가슴이 좀 시원해질 텐데 그럴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죠. 요즘은 공기가 맑고 조용한 산에도 안심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맞아. 코로나 그놈 참 지독한 모양이더라고. 마트도 마음 대로 갈 수 없고 말이야. 그나저나 오늘 저녁 건거니(반찬)거리는 준비돼 있는 거야?“


”별거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계란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계란 후라이나 해먹어야죠.“


”그래? 그럼 계란후라이는 ⑤ 다익기로 하지 말고 반숙으로 해요. 난 반숙이 좋더라고. 참 그리고 그때 담근 ⑥저리김치는 얼마나 남아 있나?“


”그때 여섯 포기를 했잖아요. 그래서 그건 아직도 먹을 만큼 남아있어요.“


”그거면 됐어요. 지금 이렇게 너도 나도 ⑦ 식의주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찬밥 더운밥 가리게 됐어? 계란후라이에 ⑧ 닭알기름장만 넣어서 비벼 먹는다면 거기서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어.”

성길 씨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여전히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 성길 씨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 역시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는 듯 가느다란 한숨울 내쉬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예방 ② 알량하다

③ 앞당겨쓰다 ④ 오솔길

⑤ 완숙(完熟) ⑥ 중갈이김치

⑦ 의식주(衣食住) ⑧ 마요네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