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사흘만에 일천사백 만원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한동안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성길 씨가 갑자기 신기한 듯 혼자 싱글거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차암, 요즈음 살기가 얼마나 좋은 세상이야!”


아내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뭐가요?”


“이 휴대폰 말이야. ①주머니종만 하나 차고 다녀도 대단하게 여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좋은 휴대폰이 나와서 지금은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네, 그건 그래요.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가지고 다니고 있는걸요.”


“그러게 말이야. ②손전화라는 게 참 신기하고도 고마운 기계란 말이야.

이거 하나만 있으면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상이 모두 훤하게 보이거든. ③시보가 안 나오나, 길을 안내해 주는 네비게이션이 없나, 이건 세상 일 모두 누구한테 물어볼 필요가 전혀 없다니까. 그런데 참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몰겠단 말이야.”


“뭐가요?”


“어쩌다 거리에 나가서 아무리 찾아 봐도 ④왈렌끼를 신고 다니는 여성들이 전혀 눈에 띄질 않거든. 그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내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알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글쎄요. 아마 그것도 한때 유행인 모양이죠, 뭐. 왜 겨울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더러 있잖아요.”


“그래, 맞았어. 그럼 그것도 ⑤널리 퍼짐이란 말인가?”


“알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거 같아요.


”차암, 나중에는 별 게 다 널리 퍼지고 있군. 맞아 남자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 구두를 신고 다니더니 이제는 구두는 사라지고 운동화만 신고 다니고 있더라구.“

”정말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그나저나 당신 비싸게 주고 맞춘 구두는 언제 신을 거예요? 당신도 구두 신어본 지 오래됐잖아요? 그냥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맞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 누가 뭐라고 흉을 보든 말든 앞으로는 가끔 신어야 되겠는걸. 허허허……. 아참, 그건 그렇고 당신 왈렌끼는 언제 신을 거야?“

”호호호, 그러고 보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나도 오늘부터는 자주 꺼내 신어야죠, 뭐.“

아내도 좀 무안한 듯 얼굴이 빨개지며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참, 지난번에 흉악범 한 명 석방시킬 때 있었지?“

”그래서요?“


”그 사람은 얼굴에 ⑥쪽무늬그림처리도 안 하고 그대로 보여줘서 얼굴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더군.“

”그럼 그 사람이 보통 흉악범이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인데 국민들 모두가 볼 수 있게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응 그렇긴 하지. 그런데 참 걱정이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아무 대책도 없이 석방했으니 그 위험은 이제 모두 그 부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⑦밀맡게 된 거 아니야. 그거 불안해서 어떻게 살지?“


”그럴 리가 있나요. 정부에서나 시에서나 무슨 대책이 있겠지요.“

”그렇긴 해도 난 그런 곳에서는 불안해서 못 살 것 같아. 그나저나 그 범인이 집에 ⑧가닿던 날 정말 굉장하고 난리도 아니더군.“


”누가 아니래요. 그때 거기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유튜버들이었다던데요.“

”그래? 유튜버들이 그런 델 왜?“


”왜긴 왜겠어요. 알고 보니 돈을 벌려고 그 야단들이었더라고요.“

”그런 사건으로 돈을 번다고?“


”그렇다니까요. 어떤 유튜버는 그 장면을 요란스럽게 찍고 사흘 만에 천사백만 원을 벌었다고 자랑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애? 요즈음은 별 게 다 돈이 되는군! 나 같은 사람은 기를 써도 하루 밥 세 끼 얻어먹기도 힘든 세상인데 그런 걸 보면 지금도 임자없는 공돈이 공중에 무수히 날아다니고 있는 모양이야. 허허 그거 차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성길 씨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삐삐 ② 휴대폰 ③ 뉴스 ④ 롱부츠 ⑤ 유행 ⑥ 모자이크

⑦ 떠맡다 ⑧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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