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겨울밤의 이야기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겨울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혜영이는 오늘따라 잠이 잘 오지 않는지 한동안 이리 저리 뒤척이다가 아빠를 불렀다.


”아빠, 잠이 안 와.“


성길 씨도 잠을 청하다가 혜영이가 말을 거는 바람에 눈을 떴다.


”왜 그럴까. 그래도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봐.“

”그래도 잠이 안 오는걸.“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아빠가 옛날이야기 한 가지 해주면 안 돼? 그러면 잠이 올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가만있자, 무슨 얘기를 해주어야 하나?“

”아무거나 해줘도 돼.“


”그럼 이솝 이야기 한 가지 해줄까?

“이솝 이야기? 음, 그래. 아무거나 얼른 해줘.”


“너 ‘개와 이리’란 이솝 이야기 읽었지?”

“음, 읽은 것 같기는 하지만 생각이 안 나니까 그냥 해보라니까.”


성길 씨는 그래서 ‘개와 이리’란 이솝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깊은 산속에 ①욕기가 많고 ②야지러진 이리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밤, 배가 고파진 이리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동네로 내려오게 되었어.


동네에 내려와서 ③사곳을 두리번거려 보니 깊은 밤이어서 모두가 자고 있었거든. 그리고 동네를 이리저리 살금살금 돌아다니던 이리는 마침 개집 안에서 달콤한 ④잠나라 여행을 하고 있는 개를 발견하게 되었지.


“옳지, 배가 고프니 저놈이라도 잡아먹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이리가 개를 깨웠어.


“이봐, 넌 오늘 밤 내 먹이가 되어야겠어.”


잠자던 개가 그만 놀라 잠에서 깨어났어.


“이리님, 잠깐만 기다려주셔요. 저는 지금 홀쭉하게 ⑤까치르르하니까요.”


개는 이리에게 사정을 하게 되었어.


“그러니까 이리님, 며칠만 지나면 주인집에 결혼식이 있거든요. 그때 제가 많은 음식을 먹으

면 살이 찔 거예요. 그러면 이리님에게 더욱 좋은 먹이가 되지 않겠어요?“


이리는 개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럴 것 같았어.

”좋아, 그럼 네 말대로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오지.”


이리는 배고픔을 참고 도로 산속으로 들어갔어. 개의 말대로 며칠 뒤 살이 찐 다음에 잡아먹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어. 그리고 개와 약속한 날이 되었어. 이리는 입맛을 다시며 산속에서 나오게 되었어. ⑥몽통하게 살이 찐 개를 잡아먹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그래서 개집 앞에 와서 살펴보니 개가 사라지고 말았어.


"어어? 개가 어디로 갔을까?“


이리는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게 되었어. 그랬더니 개는 지붕 위에서 이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

”이봐, 개야 너 왜 지붕 위에 올라가 있지? 빨리 내려오지 못해!”


그랬더니 개가 껄껄 웃으며 대답하는 거야.


“하하하, 이봐요 이리 아저씨. 내가 왜 그 아래로 내려갑니까? 싫어요, 싫어. 난 내려가지 않겠어요.”

“개야, 그럼 결혼식은 벌써 끝난 거지?


“결혼식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뭐라구? 네가 지난번에 말해놓고서 네 주인집의 결혼식도 까먹었어?”


“하하하, 이 어리석은 이리야. 결혼식은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내 집에서 자게 되면 결혼식 같은 건 기다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하하…….“

이리는 그제야 개한테 속은 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리고 개가 살이 찌도록 기다리며 며칠 동안 굶은 일이 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지붕 위로 올라갈 수가 없으니 개를 잡아먹을 수도 없었어.


그래서 이리는 할 수 없이 다시 어슬렁거리며 산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지.


”어때 재미있었니?“

”…….“

이야기를 끝낸 성길 씨가 혜영이에게 물었다. 그러나 혜영이는 그새 잠이 들었는지 아무 대꾸가 없었다. (*)






※ 참고


① 욕심 ② 성격이나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

③ 사방 ④ 꿈나라

⑤ 여위다 ⑥ 통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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