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여우와 천칭자라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혜영이네 가족들은 오늘도 저녁을 먹기가 바쁘게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오늘 저녁에도 성길 씨가 이솝 이야기를 해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지난번처럼 얼른 이솝 이야기 좀 해줘.“


”그래, 알았어. 오늘은 이솝 이야기 중에서 ‘여우와 천칭자라’라는 이야기를 해줄게. 잘 들어 봐. 알았지?“




옛날에 고양이 두 마리가 길을 떠나게 되었어. 그리고 얼마쯤 가다가 운이 좋아 ①패연한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게 되었거든.


“이건 내 거야.”


아기 고양이 하나가 앞발로 고기를 덮쳐버리고 말았어.


“저리 비켜. 이건 내가 먼저 봤으니까 내 거야.”

“뭐라고? 이건 내 거야.”


“아니야. 내 거야.”


두 고양이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고기를 차지하려고 다투게 되었어. 그런데 그때 마침 그 옆을 ②살랑시 지나가고 있던 여우가 고양이 두 마리가 다투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멈추게 되었어.


“호오. 맛있는 고기로구나!”


마침 배가 고팠던 여우는 먹음직스런 고깃덩이를 보자 여우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어.

"이봐, 너희들 왜 싸우고 있는 거니?”

여우는 시치미를 떼고 고양이들에게 묻게 되었어.


"여우 아저씨, 이 고기는 내가 먼저 보았어요. 그런데 얘가 제 거래요."

"아니어요. 내가 먼저 보았어요.“


“아니야. 내 거야.”


아기 고양이들은 서로 자기 고기라고 우기고 다투고 있는 것을 본 여우는 옳다 잘 됐구나 생각하고 ③흐림수를 쓰기로 하였어.


“그랬구나. 그렇다고 싸우면 되니? 자, 내가 똑같이 나누어 줄 테니까 싸우지 말고 날래날래(빨리빨리) ④천칭자라나 가지고 오렴.”


여우는 고기를 두 개로 나누어 천칭자라 위에 올려놓았어. 그리고 한동안 고깃덩어리를 내려보 보더니

“어허, 오른쪽의 고기가 조금 더 크군!”


여우는 이렇게 말하고는 곧 오른쪽의 고기를 날름 떼어먹게 되었어.

“음, 이번에는 왼쪽이 더 무거운데!”


여우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번에는 왼쪽의 고기도 조금 떼어먹었어.


"허어, 그리고 보니 오른쪽이 또 무거워졌군!”


이번에는 오른쪽의 고기를 조금 떼어먹었어.


“흠, 이번에는 또 왼쪽이 무거운걸!”


여우는 또 왼쪽의 고기를 조금 떼어먹었어.


그러자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는 그제야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되었어. 그새 고깃덩이를 여우가 다 먹어치우고 이제 고기는 점점 작아져서 콩알만큼 밖에 남지 않았거든.


그러더니 여우가 다시 안 됐다는 듯 다시 설명을 하는 게 아니겠어.


“허허, 이제 고기가 조금 밖에 남은 게 없어서 나눌 수도 없겠는걸, 그러니까 그동안 고기를 나누느라고 내가 ⑤고생줴기를 했으니 요건 내가 먹어야지!”


여우는 콩알만큼 작아진 고기까지 한입에 털어 넣고 말았어.


“냠냠, 그거 참 맛있구나! 그럼 싸우지 말고 잘들 놀고 있어라. 난 이만 간다.”


그리고 여우는 입맛을 다시며 어디론가 가 버리고 말았어.


“우리 이젠 다시 싸우지 말자!"

“그래. 앞으로는 고기가 생기면 사이좋게 나누어 먹자.”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는 맛있는 고기를 놓고 다투던 일을 깊이 ⑥괴회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야.




“어때 이야기가 재미있었니?


“호호호……. 바보 멍청이 같은 고양이들 같으니라구. 이번 이야기도 지난번처럼 재미있었어. 아, 근데 이제 보니까 아빠 흰머리가 자꾸 생기네.”


“그래? 아빠도 이제 그만큼 늙어가나 봐. 그러니까 앞으로는 ⑦머리물감도 들이고 겨울이 되니까 얼굴이 주꾸 트거든. 그래서 ⑧물크림도 자주 발라야 하겠지?”


“응, 그래. 열심히 발라. 그럼 아빠가 지금보다 훨씬 젊어 보일 거야.”


“알았어. 귀여운 우리 공주야!”


성길 씨는 그런 혜영이가 몹시 귀엽다는 듯 갑자기 혜영이를 덥썩 안으며 꼬옥 껴안아 주고 있었다. ( * )






※ 참고


① 크다 ② 조용하다 ③ 속임수 ④ 천칭자라 ⑤ 고생 ⑥ 후회 통⑦ 염색약 ⑧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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