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수와 효정이는 방에서 한창 소꿉장난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때, 방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이구, 남매가 너무 재미있게 노느라고 엄마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런데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엄마는 난처해진 표정이 되어 말씀하셨어요.
”엄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효정이가 눈이 둥그렇게 되어 물었어요.
”엄마가 지금 빨래를 하다가 마침 비누가 떨어졌거든. 그래서 마트에 가서 빨랫비누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킬까 했지.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으니 아무래도 엄마가 사 오는 게 좋겠구나.“
엄마는 미안한 얼굴로 방문에서 도로 나가려고 하셨어요.
”엄마, 제가 다녀올게요. 소꿉놀이는 이따가 다녀와서 해도 괜찮아요.“
”엄마, 바람도 쐴겸 저도 효정이하고 같이 갔다올게요.“
그러자 효정이는 갑자기 마땅찮은 얼굴이 되어 쏘아붙이듯 오빠한테 말했어요.
”그까짓 비누를 사러 둘이나 가? 그럼 오빠 혼자 다녀와. 난 안 갈 거야.“
민수는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 금방 어리둥절해졌어요. 그리고 효정이에게 자꾸만 졸랐어요.
”효정아, 갑자기 왜 그래? 난 둘이 가는 게 더 좋거든. 효정아, 같이 가자, 응?“
”싫어. 난 싫단 말이야. 그러니까 오빠 혼자 다녀오라니까.“
한동안 남매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엄마가 이상하다는 듯 민수에게 물으셨어요.
”민수 너 효정이 하고 싸웠니?“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민수가 펄쩍 뛰면서 대답했어요.
”그런데 같이 가면 좋을 텐데 효정이가 왜 저러지?“
”……?“
엄마의 물음에 민수 역시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엄마의 심부름은 민수 혼자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효정이가 요즈음 갑자기 오빠와 같이 다니기를 싫어하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약 한 달 전, 어느 날의 일이었어요.
민수와 효정이는 그동안 모아 둔 돼지 저금통을 뜯어놓고 서로 의논을 하게 되었어요.
”효정아, 내일 엄마 생일인데 뭘 사다 드리는 게 좋을까?“
”오빠, 우리 이럴 게 아니라 가게에 가서 직접 골라보는 게 어떨까?“
”아하, 그게 좋겠구나!“
민수와 효정이는 그 길로 바로 시장으로 나왔어요.
”오빠, 이거 어떨까? 예쁘지?“
한동안 물건을 고르던 효정이가 예쁜 스카프 한 장을 들어 보이며 물었어요.
”그래, 아주 예뻐 보이는걸. 아마 엄마도 아주 좋아하실 거야.“
그때, 난 데 업이 가게 아주머니가 갑자기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서 끼어들었어요.
”호호호……. 가만히 보니까 저 애가 너의 오빠로구나?“
”네, 그런데 왜 그러세요?“
효정이는 아주머니가 웃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둥그렇게 된 눈이 되어 되물었어요.
”호호호……. 난 네가 오히려 누나이고 저 애가 동생인 줄로만 알았지. 동생보다 키가 작아서 말이야. 근데 뭘 먹었길래 오빠가 키가 그렇게 작지? 동생보다 크려면 앞으로 밥을 좀 많이 먹어야 되겠다, 호호호…….“
효정이는 그만 너무나 창피했어요.
그 뒤부터 효정이는 오빠와 같이 다니기를 싫어하게 되었던 것이었어요.
‘우리 오빠는 왜 그렇게 키가 작은 거야?’
엄마와 민수는 그런 효정이의 속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모처럼 혼자 밖으로 놀러 나갔던 효정이가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효정아, 왜 그러니?“
민수가 놀란 얼굴로 묻는 소리에 효정이가 여전히 소리내어 울면서 대답했어요.
”현식이가 괜히 훼방을 놓고 때렸어.“
”뭐,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을 그냥…….“
민수는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 갑자기 잔뜩 화가 난 얼굴이 되어 번개처럼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효정이는 아무리 키가 작은 오빠였지만 오늘처럼 믿음직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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