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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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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Feb 4. 2020
추운 겨울밤입니다.
지붕이 마치 버섯 모양으로 생긴 초가집 처마 밑에는 엄마와 아기 참새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짙은 회색 빛깔로 물든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찌푸린 날씨입니다.
”엄마, 나 추워서 잠이 안 와.“
한동안 엄마 품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아기 참새가 칭얼거리는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겨울 날씨가 이만하면 됐지 얼마나 더 푸근하길 바라니? 다시 두 눈을 꼭 감고 엄마 품에 바짝 더 붙어보렴.“
”으응, 알았어.“
엄마 참새는 양쪽 날개를 활짝 펴서 아기 참새의 몸을 더욱 힘을 주어 꼬옥 껴안았습니다.
아기 참새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의 품속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의 품속은 정말 아늑하고 포근하며 따뜻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엄마 참새는 그런 아기 참새의 모습이 몹시 귀엽다는 듯 연신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 아기참새가 다시 몸을 뒤틀며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 그래도 여전히 잠이 안 오는데 어쩌지?“
”에이구, 우리 귀여운 강아지 딱하기도 해라. 그럼 이번에는 잠이 올 때까지 열까지 계속 세 어 보렴.“
”으응, 알았어.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아섯…….“
아기 참새가 이번에는 다시 하나, 둘을 세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세고 또 세어보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보았지만 오늘따라 웬일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겨울 밤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부엉, 부우엉…….“
멀리 어디선가는 한동안 뜸하던 부엉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엄마, 시끄러워서 잠이 안 와. 부엉이 아저씨는 밤에 잠도 안 자나?“
”에이구, 탈도 많고 말썽도 많다 .이러다가는 엄마까지 밤을 홀딱 새우고 말겠구나.“
엄마 참새가 이번에는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포근한 날개깃으로 아기 참새의 두 귀를 꼬옥 막아주었습니다.
”에이구, 에이구, 이눔의 어깨쭉지야.“
아기 참새의 귀를 막아주기 위해 날개깃을 움직이던 엄마 참새의 입에서 갑자기 고통스러운 신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엄마 참새가 그렇게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은 오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부터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끔 지금과 같은 신음 소리를 내곤 하였습니다.
통증을 참다 못한 엄마 참새의 표정이 금방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엄마, 어디 아픈 거야? 가끔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이런 거란다.“
”…….“
엄마 참새는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래전의 끔찍했던 기억을 애써 삭이려는 듯 금방 어두운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따라 엄마 참새가 연신 어두운 표정을 짓는 걸 본 아기 참새가 걱저스러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어디가 아픈지 얘기를 해 봐. 그래야 내가 얼른 낫게 해줄 게 아니야?“
엄마 참새는 그런 아기 참새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아기 참새의 얼굴에 연신 뽀뽀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 참새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아가야, 그렇게 잠이 안 오니까 엄마가 옛날이야기 하나만 해줄까?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옛날이야기를 해준다는 말에 아기 참새는 신바람이 나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눈망울이 금방 똘망똘망 빛나면서 잠은 이미 멀리멀리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옛날에, 참새네 식구들이 살고 있었단다.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서로 사랑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단다. ”
“그래서요?”
“어느 해 겨울이었단다. 아빠와 엄마 참새는 어린 아기 둘을 집에 남겨 둔 채, 양식을 구하려 나가지 않았겠니. 아기들에게 먹일 양식을 말이야.”
“그래서요?”
“그러다가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엄마 참새는 그만 뜻밖의 광경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단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요?”
궁금증을 참다 못한 아기 참새의 눈이 아까보다 더욱 반짝거리며 빛이 났습니다.
“아, 글쎄, 어디서 갑자기 공기총을 든 사냥꾼 아저씨가 와서 바람을 쐬기 위해 이제 막 집 밖으로 나오고 있는 아기 참새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니겠니.”
“그래서요?”
아기 참새는 금방 겁에 질린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참새 남매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딴청을 하며 아빠와 엄마 참새가 돌아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사냥꾼이 마악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기겁을 해서 놀란 엄마 참새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 되어 아빠 참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단다.“
”뭐라고요?“
”뭐라기는, 여보! 우리 아기들을 살려해 해요! 하고 소리질렀지.“
”그래서요?“
”순간, 아빠 참새는 총에 맞아 금방 아기 참새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단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리고 엄마 참새도 곧 아빠 참새의 뒤를 따라 급히 날아갔단다. 아기들을 살려내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서 그다음에는 또 어떻게 됐어요?“
”아빠 참새가 필사적으로 아기 참새들의 손을 잡고 막 도망을 치려던 순간, 마침내 공기총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말았단다. 결국 남매를 구해내려던 아빠는 아들 참새와 같이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그럼 엄마 참새와 딸 참새는요?“
아기 참새의 물음에 엄마 참새는 무슨 까닭인지 몹시 괴롭고 슬픈 표정이 되어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 다시 무거운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엄마는 어깨에 가벼운 상처만 입은 채 간신히 아기 참새 하나만을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단다.“
”휴우우—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오네. 정말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던 대단한 아빠와 엄마였네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기 참새는 너무나 긴장한 탓인지 그제야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속을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엄마 참새는 그때 숨이 막힐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던 광경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는 바람에 자시니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그게 바로 누구의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
어느 새 쌔근쌔근 깊은 잠에 빠져든 아기 참새의 모습은 마냥 행복하고 평화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엄마 참새는 오늘따라 어깨쭉지가 자꾸만 쑤셔오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어느 새 목화송이보다 더 하얗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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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의 브런치입니다. *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선정 심사. 1종교과서 집필 * 지은책 : 창작동화집 '생각하는 떡갈나무' 외 2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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