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아름다운 아가씨

[단편 창작동화]

by 겨울나무


어느 도시의 한복판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변두리였습니다.


그곳에는 제법 아담하게 지은 주택들이 번듯하게 들어서 있어서 첫눈에 보기에도 왠지 정겹고 조용한 느낌을 주는 마을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런 곳이 아닙니다. 알고 보면 이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후하고 이웃들이 서로 다정하게 지내고 있어서 누구나 첫눈에 정이 가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의 뒤쪽으로는 나지막한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서 공기도 매우 맑고 깨끗합니다. 그리고 산허리를 타고 꼬불꼬불 잘 꾸며진 산책로가 있어서 가볍게 운동을 하기에도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 한가운데에는 매우 웅장하면서도 멋지게 지어진 한 채의 고급 저택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히야! 저 집은 도대체 누가 사는 집일까? 정말 굉장한데!”


그래서 어쩌다 이 마을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길은 온통 그 집으로 쏠리곤 하였습니다. 아니, 저택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예 궁궐이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더 어울릴 정도로 으리으리하면서도 멋진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집을 처음 보는 사람들마다 입을 딱 벌린 채 감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집 안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방으로 높고 육중하게 둘러싸인 담장 너머로는 갖가지 관상수와 금잔디가 곱게 깔려 있는 넓은 정원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웅장하고도 멋진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기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매우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면 굉장히 돈이 많은 재벌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습니다. 미모가 몹시 뛰어난 아가씨 한 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소문 역시 그나마 어쩌다 먼 발치에서 바라본 사람의 입을 통해 그런가 보다 할 뿐 그가 이 집 딸인지 아닌지조차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단히 웅장하고도 멋진 집에 더구나 미모가 뛰어난 아가씨가 살고 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습니다. 마치 연기가 퍼지듯 온 장안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어쩌다 잠깐 그 아가씨를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아름다운 모습에 금세 반해 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 때나 그 아가씨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주로 은빛 달빛이 빛나는 늦은 저녁때가 아니면 한밤중이었습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밝은 대낮에는 전혀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던 아가씨였습니다. 그러다가 밤만 되면 가끔 조용히 혼자 창가로 나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창가에 나와 그림처럼 앉아서 조용히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은 흡사 선녀와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천사보다도 더 아름답고 예뻐 보였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첫눈에 반할 정도로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은은한 달빛에 어울려 아련히 비쳐 보이는 유난히 새하얀 피부, 그리고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마치 그림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처녀의 모습은 달빛이나 영롱한 별빛보다도 더 아름답고 보기 좋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우와!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정말 환장할 일이로군!”

“저게 도대체 사람이야, 선녀야?”


어쩌다 아가씨를 처음 보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차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젊은이들은 더 그랬습니다. 소문이 퍼지자, 매일 밤마다 그 아가씨를 한번만이라도 보기 위해 사방에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침만 흘리거나 탐만 내고 있을 뿐 그 누구도 감히 아가씨와 가까이 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청난 재벌, 게다가 과분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에 미리 질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 후, 얼마 뒤의 일이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아가씨를 보기 위해 줄을 이어 모여들던 젊은이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날도 매일 밤마다 단골로 찾아오던 어느 젊은이 하나가 처녀를 보기 위해 먼발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처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여겨 바라보느라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아니, 저럴 수가!”


젊은이의 입에서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처녀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무슨 병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몹시 다쳤기 때문일까요.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그토록 아름답고 멋진 처녀가 그만 안타깝게도 두 다리를 몹시 절며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며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자리에서 나동그라지며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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