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떳떳한 마음(62)

[이항로. 순조 때의 학자(1792~1868)]-사진 이항로 선생 생가-

by 겨울나무

구약성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악인은 뒤에서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으나, 의인은 늘 사자같이 담대하니라.”


“또한, 이와 비슷한 뜻으로 '도둑질을 한 사람은 다리를 오그리고 자고, 도둑맞은 사람은 펴고 잔다'는 우리의 옛 속담이 있다.


결국,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죄를 짓고는 절대로 편히 살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조선 순조 때 매우 정의로운 마음을 지닌 이항로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굳은 집념을 가지고 오랫동안 글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 마침내 어려운 한성시에 합격을 하여 당당히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에 그는 과거 시험에 부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자 당장 벼슬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오로지 학문에만 힘쓰며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는 일을 하다가 일생을 마쳤다.


어느 날, 벼슬 자리에서 물러난 이항로의 집에 갑자기 여러 명의 포졸과 금부도사가 들이닥치게 되었다.

"여봐라! 이항로는 당장 나와서 이 오라를 받으렷다!“


포졸들은 금부도사의 서릿발 같은 호통에 이항로를 순식간에 포승으로 단단히 묶게 되었다.

이처럼 뜻밖의 일이 벌어지게 되자 놀란 것은 가족과 그의 제자들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우리 스승님을 이렇게 체포하시는 겁니까?"


“무슨 일로 이러시는지 죄명이라도 알린 다음 체포를 해도 해야 할 게 아닙니까? 당장 풀어주십시오.”

가족과 제자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금부도사에게 애원하며 매달렸다. 하지만 이항로는 겁을 내기는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애원하고 있는 가족과 제자들을 심하게 나무라며 태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란 좀 그만 피우고 가만히들 있거라! 소위 글공부를 한다는 자네들이 이렇게 사소한 일에 눈물을 흘리면서 소란을 떨고 있으니 그래서야 어찌 장차 큰 인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아무 죄도 없으신데 이대로 억울하게 끌려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허어, 내가 죄가 있다면 죽게 될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죄를 면하게 될 텐데 미리부터 무슨 걱정들이 그리 많단 말인가.“


이항로는 결국 의연한 자세로 포졸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며칠 후,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다행히도 죄가 없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그러자 평소에 그를 존경해 오던 옥리들이 상부의 명이 떨어지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에 씌운 칼을 벗겨 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이항로가 아니었다.


"아직 나를 석방한다는 명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미리 칼을 벗을 수 있겠는가. 자네들의 호의는 매우 고맙네만, 난 명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대로 칼을 쓰고 있겠네.”

그러나 곧 석방령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이항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의 표정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들을 열심히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자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묻게 되었다.


“선생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되겠는지요?”

“궁금하다니 뭐가 그렇게 궁금하단 말인고?”


“선생님은 방금 옥고를 치르고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포박되어 가시기 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태연하게 저희들을 가르치고 계시니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이항로가 껄껄 웃으면서 태연히 대답하였다.


"하하하, 나는 포졸들이 끌고 갈 때에도 전혀 마음의 변화가 없었네. 그런데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서 다시 불안한 표정을 지으란 말인가?”


그러자 곁에 있던 제자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갑자기 선생님과 같은 뜻밖의 일을 당했을 때 선생님처럼 조금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 이항로는 다시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이라네.”

“……?”


"저마다 하루하루 살아감에 있어서 항상 살얼음을 밟고 다닌다는 생각으로 늘 자기 자신을 엄히 단속하면 된다네. 그리고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그 비결이라네.”


제자들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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