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는 사람(68)

[허적. 조선 인조 때의 전라감사(1610~1680)]

by 겨울나무

전라감사 허적은 공과 사의 구별이 뚜렷하고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 한 치의 사사로도 없는 강직한 사람이었다.

그 당시 조씨라는 인조의 후궁이 있었다.


조 씨는 후궁이라는 자신의 권세를 이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뇌을 받아 모으는 등 그야말로 백성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잘못인 줄 뻔히 알면서도 후환이 두려워 그 누구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 씨가 전라감사인 허적에게 하인을 보내왔다. 허적에게 하인을 시켜 법을 어기는 부당한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이에 허적은 조씨가 보낸 하인을 항해 크게 꾸짖었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고, 땅이 보고 있으며, 이 세상엔 엄연히 법이 있거늘, 어찌 법을 어기고 나에게 이런 그릇된 일을 하란 말이더냐? 어서 물러가지 못할꼬!“


그러나 허적이 크게 꾸짖는 소리에도 조 씨의 하인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코웃음을 치면서 버티고 있었다. 뒤에 권력이 막강한 조 씨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으리, 지금 후궁 조씨의 부탁을 감히 거절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러시다가는 뜻밖의 화를 입으실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괜찮다는 말씀이신지요?”


하인의 으름장에 허적은 다시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고 말았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네 노옴! 어디다 대고 감히 허튼 아가릴 놀리고 있느냐? 다리 몽둥이가 부러지기 전에 당장 썩 물러가지 못할꼬!"


그러나 하인은 여전히 여유만만한 태도로 이에 맞서고 있었다.

"허어,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일개 전라감사의 신분으로 그분의 부탁을 거역하고도 그대로 벼슬이 온전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러시면 장차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니 고집 좀 그만 부리고 좋은 말할 때 따르시지요."


그러자 허적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는 듯 낯빛이 붉으락 푸르락하더니 다시 큰 소리로 불호령을 내리고 말았다.


“뭐가 어째 이놈이? 내 버릇없는 네 놈을 점잖게 타일러 서울로 보내려 했거늘, 무엄하기 짝이 없으니 결코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구나, 여봐라! 저놈을 당장 오라로 묶어서 땅바닥에 엎어놓으렷다!”


하인은 여전히 후궁 조씨의 권력을 믿고 허적이 함부로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큰 소리로 맞섰다.


“끝까지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 나신다니까요.”


그러나 허적은 그 무례한 하인에게 형벌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형벌을 가하던 관리가 은근히 걱정이 되어 허적을 향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나으리, 이러다가 정말 나중에 후궁 조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러나 허적은 조금도 거침이 없이 당당한 목소리로 관리에게 되물었다.


"왜? 너까지 겁이 나서 그러느냐?“


관리가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못하자 허적이 다시 무섭게 소리쳤다.


"그런 걱정이라면 조금도 할 필요가 없느니라. 나는 오직 법을 지키고 있을 뿐이니 아무 염려가 없느니라!”


조씨가 보낸 하인은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심한 형벌만 받고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되돌리고 말았다.





그다음 날, 허적은 당장 이 불미스러운 사실을 숨기려고 하기는커녕, 낱낱이 글로 상세하게 옮겨 적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서울의 후궁 조 씨에게 이 글을 전하게 되었다.


허적이 보낸 글을 읽은 조 씨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감히 자신의 부탁을 거역하고 게다가 하인에게 매질까지 하여 보낸 사실을 알고는 괘씸한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법을 지켜 일을 처리한 허적이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럭 겁이 난 조 씨는 급기야 하인들을 모아 놓고 명을 내리게 되었다. 만일 이 소문이 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자신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여봐라! 이 사실이 절대로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입조심 하렷다!"

그 누구의 명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정직하고 곧은 마음으로 법을 지킨 허적의 강직한 성격이 그 무서운 권력을 쥐고 있던 조 씨의 마음까지 두려움으로 흔들리게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법을 지키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자신에게 닥쳐온다 해도 아무 두려움이 없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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