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마음씨 고운 아이

by 겨울나무

일요일 아침입니다.


오늘따라 민수는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같은 반 친구인 윤희를 집으로 초대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점심 때가 가까워지자 민수는 더욱 초조한 마음에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어엉? 근데 얘가 왜 여태 안 오고 있는 거지?“


혹시나 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두리번거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급한 마음에 조금 전에 전화를 했더니 금방 오겠다고 분명히 대답을 했던 윤희입니다.


여느 때와는 크게 달라진 민수의 태도에 엄마도 덩달아 이만저만 궁금한 게 아닙니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게 생긴 아이이기에 우리 민수가 저렇게 등이 달아 저 야단일까!‘


민수가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 그렇게 예쁘고 깜찍하게 생긴 민정이나 경미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민수입니다. 워 낙 눈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친구들을 싫어하는 성격 탓인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간해서는 여자 아이들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던 민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오후의 일이었습니다.


"엄마, 나 내일 집으로 친구 한 명 데리고 와도 괜찮지?“

“친구를 집으로? 네가 갑자기 웬일이니? 도대체 누굴 데려오겠다는 건데?”


엄마의 눈이 금방 보름달처럼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여간해서는 그 누구도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없던 민수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친구를 데려오겠다니 이건 정말 일이 벌어져도 이만저만 크게 벌어진 게 아닙니다.


“우리 반 친구인데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한번 같이 놀아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래애? 그게 남자 친구니, 여자 친구니?"


엄마는 여전히 커다랗게 된 눈으로 물었습니다. 민수는 약간 겸연쩍은 얼굴이 되어 얼른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얼른 대답을 못합니다.


“여자야, 남자야? 왜 대답을 못해?"


궁금해진 엄마가 다시 다그쳐 묻자 민수는 그제야 약간 쑥스러워진 얼굴로 겨우 대답을 합니다.


"으음, 여자 친구야. 근데 왜 엄만 그런 것까지 꼬치꼬치 묻고 야단이야?”

“후훗, 그래? 여자 친구라! 아주 예쁘게 생긴 아이인 모양이구나? 그렇지?”


엄마가 그제야 웃는 얼굴로 짓궂게 묻는 바람에 이번에는 민수가 더욱 펄쩍뛰며 대답합니다.


"에이, 아니야. 그게 아니라니까!“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녀석도, 누굴 닮아서 벌써부터 눈은 높아가지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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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갑자기 활짝 밝아진 얼굴로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그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정신없이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만을 멀거니 바라봅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리고 왜 이렇게 갑자기 큰소리로 웃고 있는지 도무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딩동~~ 딩동~~~.”


그때 마침 인텨폰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윤희가 온 것입니다.


“윤희다! 엄마, 윤희가 왔어!”


민수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면서 급히 현관을 향해 달려나갔습니다.


“워언, 녀석도, 급하기는…….”


엄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민수를 향해 가볍게 눈을 흘겼습니다.


밖으로 나갔던 민수가 곧 윤희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엄마, 내가 말했던 친구 윤희야.”


민수가 활짝 밝아진 얼굴로 먼저 엄마한테 윤희를 소개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윤희도 민수 엄마를 향해 공손이 머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어? 그.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들어오렴.”


그러나 윤희를 보자마자 밝았던 엄마의 표정은 금세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잔뜩 부풀었던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윤희는 지금 한쪽 다리를 몹시 절고 있었습니다. 다리만 저는 게 아닙니다. 미리 생각했던 것처럼 예쁜 얼굴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라 피부 색깔도 까맣고 나이에 비해 키도 작아서 얼른 보기에도 그야말로 볼품이 없는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우리 민수가 저런 애를……!‘


엄마는 도무지 민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못마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벙어리가 냉가슴 앓듯 조금 놀다가 어서 윤희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그런 답답한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수는 몹시 즐거운 듯, 윤희와 재미있게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윤희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모처럼 큰마음 먹고 정성껏 차려 놓은 음식도 먹고,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같이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래오래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민수야, 너 그 애가 정말 그렇게도 좋으니?”


윤희가 돌아간 뒤에 엄마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민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응, 좋고말고. 그 애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아이인데. 왜? 엄만 안 좋아?”


엄마의 물음에 민수는 조금도 서슴없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습니다.


엄마는 더욱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그 앤 다리도 많이 절던데?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생김새도 영 그렇던데 그 애가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니?”


엄마의 물음에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민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으음, 그건 엄마 말이 다 맞아.”

"그런데?”


"그런데 윤희는 말이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예쁘게 생긴 민정이나 경미보다도 마음씨가 훨씬 더 착하고 예쁘단 말이야. 그래서 난 민정이나 경미보단 윤희 같은 그런 아이가 훨씬 더 좋단 말이야.”


"그래?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엄마나 아빠가 가끔 나한테 그랬잖아.”


"엄마나 아빠가 무얼 뭐라고 그랬는데?“


“엄만 벌써 까먹었어?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겉모양이나 생김새보다는 마음씨가 더 중요한 거라고 그랬잖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엄마나 아빠 말이 꼭 맞더라고.”


“……?!”


엄마는 더 이상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넋을 잃은 눈빛으로 한동안 민수의 얼굴만 멀거니 바라보며 좀처럼 입이 열지 못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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