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돌, 돌돌돌~~~.”
수정같이 맑은 물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고운 노래를 부르며 산 아래로 미끄럼을 타는 깊은 산골짜기입니다.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여울물 소리가 갖가지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하모니를 만들어 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디선가 금방 신선이라도 나타날 것처럼 경치 또한 빼어나고 먹을거리도 풍부해서 산짐승들이 살아가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토록 평화롭고 경치 좋고 살기 좋은 깊은 산골짜기에 산토끼 가족도 같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흰 털에 검은 점이 박힌 어린 산토끼였습니다.
그런데 어린 점박이 토끼는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모를 일입니다. 점박이는 오늘도 날이 밝기가 무섭게 엄마한테 매달리며 떼를 쓰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아, 잉이잉, 이이잉~~~.”
점박이가 하도 끈질기게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엄마는 이제 진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으이구, 이 녀석아, 너도 바랄 걸 바라야지. 멀쩡하게 생긴 녀석이 왜 이렇게 허구한 날 엄마 속을 썩이고 있니? 네 성화 때문에 엄마가 지레 쓰러지고 말겠다. 에이구, 정말이지 지겨워서 못 살겠다.“
엄마가 이렇게 짜증을 내며 귀찮아하고 있었지만, 점박이는 막무가내입니다.
“이잉, 나도 다른 새들처럼 어서 날개를 달아 달란 말이야. 이이잉…….”
이번엔 곁에서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아빠가 벌컥 성을 내고 말았습니다.
"듣기 싫어! 에이그, 저런 철딱서니 없는 놈을 봤나, 당장 입 좀 다물지 못하겠니?“
아빠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지만, 점박이는 여전히 막무가내입니다. 아빠도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그러니까 빨리 날개를 달아 달란 말이야. 이잉…….”
"아니 저 녀석이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 렇게 고집에 센 거야?"
"내가 닮긴 누굴 닮았겠어. 아빠 아니면 엄마를 닮았겠지. 내 말이 틀렸냐구?"
점박이가 마구 투정을 부리는 바람에 아빠와 엄마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입만 벌리고 있던 아빠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번엔 아까보다 더 크게 꽥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만하지 못해! 너 자꾸만 그런 소리 하려거든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
점박이는 그만 그 길로 굴 바깥으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습니다.
"치이, 달아 달라는 날개는 달아 주지 않고 괜히 야단만 친단 말이야.“
점박이가 그토록 날개를 갖고 싶어하게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날도 점박이는 여느 때처럼 맛있는 먹잇감을 찾아 산골짜기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마침 무성하게 숲이 우거진 곳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어휴, 힘들어 죽겠네.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돌아다녀야겠구나!“
점박이는 지친 몸을 잠깐 쉬기 위해 자리를 잡고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짹짹짹…….”
그때 갑자기 참새 떼가 점박이 바로 머리 위로 날아가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번쩍 떴습니다. 참새떼는 드높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쪽빛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갔다가 맞은편 산속을 향해 쏜살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드넓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하늘에는 갓 틀어놓은 햇솜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서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하늘을 마음껏 힘차게 날아다니는 것은 참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갖가지 새들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까치, 비둘기, 까마귀, 소리개, 독수리……등, 하늘을 시원스럽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종류는 한두 가지
가 아니었습니다.
'아, 멋져라! 나도 저런 날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점박이는 문득 자신도 날개를 달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수리처럼 커다란 날개를 달고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을 내려다보고 싶었습니다.
높고 높은 산 너머로도 단숨에 날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말로만 들어본 산 너머 멀리 있다는 강도 건너고, 드넓은 바다로 날아가서 고깃배와 돛단배, 그리고 하얀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며 노는 모습도 실컷 구경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저절로 신바람이 났습니다.
“치이, 난 하필이면 왜 산토끼로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담!”
사실 알고 보면 다른 동물들이 오히려 늘 부러워하는 동물이 바로 산토끼였습니다.
산토끼는 큰 귀를 가져서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그 누구보다 먼저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부러운 것은 그 어느 동물들이 감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달리기를 잘한다는 점입니다.
잘 듣고, 잘 달리는 일, 어쩌면 그것은 동물들이 이 깊고 험한 산골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질로 그 어느 것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생활 수단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점박이는 자신이 아무리 잘 듣고 잘 달리긴 한다지만, 그런 걸로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하늘이 아닌 땅바닥이나 언덕 같은 곳을 뛰어다녀야만 한다는 것이 이젠 너무나 지겹고 답답했던 것입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왠지 못마땅하고 억울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점박이에게는 오직 날개를 달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부터 틈만 나면 엄마한테 매달려 날개 타령을 하며 조르게 된 것입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점박이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쑥 내민 채, 투덜거립니다. 그러고는 또다시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갑자기 무릎을 쳤습니다.
"아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내가 왜 여태까지 그런 생각을 못했지!“
점박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그 길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장군바위를 향해 재빨리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지성을 다하여 빌면 그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준다는 장군바위, 그 바위는 오래전에 엄마와 아빠를 따라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허억헉, 아 드디어 다 왔다!“
집채만큼이나 우람하게 생긴 장군바위는 변함없이 웅장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
단숨에 장군바위 앞에 다다른 점박이는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곧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두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은 채 수원을 빌기 시작하였습니다.
“장군바위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저에게 날개 하나만 달아 주십시오!”
정성을 다해 그렇게 열심히 빌고 또 비는 동안 한 시간이 가고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줄 모르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장군바위는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점박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군바위로 달려와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빌고 또 비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아무 대꾸가 없던 장군바위가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고 있었습니다.
"허허, 너의 정성이 정말 갸륵하도다! 넌 그런데 넌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훌륭한 다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그토록 날개를 갖고 싶어 하느냐?"
드디어 장군바위의 목소리를 듣게 된 점박이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장군바위를 바라보며 날개를 달고 싶어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허허, 철없는 소리,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 법, 네 말대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 다니게 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질 수는 없느니라.”
"아, 아닙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저에게 제발 날개만 달아 주세요, 장군바위님!“
"허허, 네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만, 혹시 소원을 들어주었다가 네게 더 큰 불행이 올 게 두려워 그게 걱정이 되어서 그러느니라.”
"더 큰 불행이 오다니요. 아닙니다. 제게 날개만 달아 주신다면 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제발 제게 날개를 달아 주십시오. 장군바위님!“
“허허, 그 녀석 쓸데없이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구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구나, 그럼 이제부터 두 눈을 꼭 감고 정성을 다해 빌도록 하여라!”
“네, 가, 감사합니다. 장군바위님!”
점박이는 몇 번이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곧 장군바위가 시키는 대로 모든 정성을 다하여 다시 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말 신기하게도 점박이의 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 - 1회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