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집을 보던 날

by 겨울나무

민수와 윤희가 생각하기에 엄마는 너무 겁쟁이였습니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툭 하면 민수와 윤희에게 겁을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겁을 주는 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깐 찬거리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서던 엄마가 또다시 우리 남매를 향해 겁을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얘들아, 엄마 시장에 가니까 엄마가 오기 전에는 누가 와도 절대로 현관문을 열어주면 안 돼. 알겠지?“

"응, 알았어. 엄마.”


민수와 윤희는 마치 합창을 하듯 똑같이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다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너희들 엄마 말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는 거야. 난다. 알았지?“


그러자 민수가 자신있게 큰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알았다니까 왜 자꾸만 그래? 걱정말고 시장이나 잘 다녀오라니까.”


그래도 못 믿겠다는 듯 엄마가 다시 말했습니다.


“아암, 그래야 하고말고. 너희들 엄마 말 명심해야 된다, 알았지?”


엄마가 자꾸만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바람에 민수는 짜증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바라보며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우리들이 귀머거리인 줄 알아? 이제 그만하면 알아들었으니까 얼른 시장이나 다녀오라니까!“


”에구머니나, 깜짝이야. 엄마 간 떨어지겠다. 이 녀석아 걱정이 되니까 그렇지. 자, 그럼 엄만 너희들만 믿고 간다.“


엄마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 듯 문을 열고 집을 나섰습니다.


엄마가 나가자 민수는 짜증이 난다는 듯 윤희를 바라보며 투덜거렸습니다


"으이구, 짜증나! 우리 엄만 되게 겁이 많은가 봐. 윤희야, 안 그러니?"


오빠의 말에 윤희가 제법 어른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맞아, 그렇지만 그게 다 우리들을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그러니까 오빠가 이해해야지.“


윤희의 뜻밖의 대답에 민수의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민수는 그런 윤희가 조금은 아니꼽고 못마땅하였습니다.


"어쭈, 너 이제 보니까 쪼끄만 게 제법인데!“


민수가 비꼬는 투로 말하는 바람에 윤희는 이번에도 지지 않고 대꾸하였습니다.


"그게 아니야. 오빤 그럼 우리 둘이서 빈집을 지키는데 무섭지 않단 말이야?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도 나왔잖아.“

"뭐어? 뭐가 나왔는데?“


"아주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빈집에 복면을 쓰고 들어와서 사람들을 묶어 놓고 도둑질을 해 간 강도사건 말이야.“

"으응, 그건 나도 보긴 봤지."


"그러니까 엄마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지. 안 그래?”

“…….”


민수는 윤희의 말에 그만 머쓱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윤희의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겁이 덜컥 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엄마는 그랬습니다. 오늘처럼 민수와 윤희만을 집에 남겨두고 외출 준비를 서두르면서 늘 판에 박은 듯한 똑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다짐을 주고 있었습니다.


민수가 듣다 못해 그런 엄마에게 되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혹시 이웃집에 사는 엄마나 아빠 친구가 찾아오시면 어떡하지?“

"그래도 내가 없을 땐 열어 주면 안 돼."


"그럼 그럴 땐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하기는……. 엄마나 아빠가 집에 있을 때 오시라고 하면서 다음에 오시라고 해야지.”


"그럼 멀리서 친척 어른들이 오시면?"

"그때도 마찬가지지 뭐.“


"네에?“


민수와 윤희의 눈이 금방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수가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얼굴도 알고 목소리도 확실하다면 그럴 필요가 어디 있어?"


"그건 아직도 너희들이 세상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 요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너희들 알기나 하니?"


"어떻게 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아는 사람을 시켜서 문을 열게까지 하면서 강도질을 한다는 거야.”


“……!”

”……!“


민수와 윤희는 말문이 막혀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궁금하다는 듯 윤희가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혹시 도시가스 검침을 하러 왔다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열어주지 말아야지.“


"그럼 혹시 소포나 택배가 오면?"

"그래도 마찬가지라니까. 요즘에는 그런 사람을 가장해서 문을 열게 하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니까 그러네.“


"에이, 그럼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잖아.”


민수의 말에 엄마가 신바람이 난 듯 다시 맞장구를 치면서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우리 식구 외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도 집에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이 말이야. 이제야 알아듣겠니?“


“……!”

”……!“


민수와 윤희는 너무 기가 막혀 입이 딱 벌어지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토록 단단히 다짐을 주고 난 뒤에야 겨우 안심을 하고 시장를 보러 나갔습니다. 집에 남은 민수와 윤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던 민수가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윤희에게 물었습니다.


”윤희야, 만일 아는 사람이 찾아오게 되면 어떡하지? 문을 안 열어 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도 열어주면 안 된다고 엄마가 몇 번이고 일러줬잖아.”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딩동~~ 딩동~~”


갑자기 현관에서 인터폰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민수와 윤희는 화들짝 놀란 얼굴이 되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약간 겁먹은 얼굴로 윤희가 먼저 민수에게 물었습니다.


"오빠, 누가 왔나 봐, 어떻게 하지?"

"그, 글쎄에~~~.“


민수도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겨우 인터폰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누, 누구세요?"

"응, 나다. 아빠야.”


그건 분명히 아빠의 목소리였습니다.


"윤희야, 아빠래. 그러니까 얼른 열어 줘야지.“


민수가 안심이 된다는 듯 윤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희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안 돼, 아빠가 회사에서 이렇게 일찍 집으로 돌아올 리가 없잖아?”

"그렇다구 아빠 목소리가 분명한데 안 열어주면 어떻게 해?“


"안 돼, 아까 엄마 말대로 아빠 뒤에 지금 나쁜 사람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민수와 윤희는 한동안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밖에서 아빠의 다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어서 문을 열라니까 너희들 갑자기 왜 그러는 거니?“

"아빠, 미안하지만 문을 열어 줄 수가 없단 말이야.”


"왜? 인터폰이 고장이 난 거니?“

"그게 아니구, 엄마가 나갈 때, 단단히 부탁을 해주고 나갔단 말이야. 누가 와도 열어주지 말라고 말이야.”


"하하하…. 야, 이놈들아. 엄마가 아무리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도 아빠가 왔는데 문을 안 열어 줘?“


아빠는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소리쳤습니다.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니까. 지금 나쁜 사람이 아빠를 강제로 데리고 와서 문을 열라고 하고 있는지 그걸 누가 알 수 있느냐고?”


"원, 녀석들두, 글쎄, 절대로 그런 게 아니니까 어서 문이나 열란 말이야. 지금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니까. 그리고 아빤 오늘 회사 일이 조금 일찍 끝나는 바람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이렇게 사 가지고 왔단 말이야.”

민수와 윤희는 피자라는 말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꾀임 수에 넘어갈 민수와 윤희가 아니었습니다. 군침이 돌기는 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참기로 했습니다.


"아빠! 그래도 안 된다니까요!“

"뭐어? 그럼 도대체 지금 아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엄마가 시장에서 곧 돌아올 시간이 됐거든. 그러니까 그때 같이 들어오면 되잖아.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고 대문 앞에 서서 기다리란 말이야.”


"나 참, 이렇게 기가 막힐 일이 또 있나!“


아빠는 너무나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결국, 아빠는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밖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리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니, 당신 오늘은 아주 일찍 오셨네요? 그런데 얼른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뭘 하고 있는 거예요?“

그새 시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아빠를 보자 반색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서 있느냐구? 이게 다 당신 덕분 때문이란 말이야.”


아빠는 좀 언짢아진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나 때문이라니요?“

"그래도 모르겠어? 도대체 아이들한테 어떻게 했기에 애비가 왔는데도 이렇게 문을 안 열어 주느냔 말이야.”

엄마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소리내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호호호……. 일이 그렇게 된 거군요. 그렇다면 당신한텐 정말 미안하게 됐네요. 어쨌든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들이 집 하나는 아주 잘 본다니까. 호호호…….”


엄마는 여전히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곧 인터폰을 눌렀습니다.


"얘들아, 엄마다. 어서 문 열어!“

"야! 엄마 왔다! 아빠, 미안해.“


그제야 지금까지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집안에서 놀고 있던 두 아이도 덩달이 뛰어나왔습니다. 그러자 아빠는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이런 나쁜 녀석들 같으니라고. 그렇게도 열어주지 않더니 이젠 들어가도 괜찮은 거니?“

"아빠,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아이들이 반색을 하면서 아빠와 엄마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어이가 없다는 듯 엄마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보니까 우리 집의 대문 열쇠를 가진 사람은 오직 당신 밖에 없구먼!“

"호호호……. 그렇게 됐네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자 아빠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면서 씁쓸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이들까지 부모의 말조차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지?"


지금 아빠의 그 웃음은 정말 즐거울 때 웃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고도 씁쓸할 때 웃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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