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점박이의 양쪽 겨드랑이가 갑자기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다음엔 다시 무엇인가가 겨드랑이를 뚫고 조금씩 치솟는 듯한 아픔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점박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겨드랑이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아! 점박이의 양쪽 어깨에는 새싹이 돋아나듯 마침내 날개가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꿈에도 소망하던 독수리의 날개보다 더 튼튼하고 커 보이는 날개가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점박이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좋아서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장군바위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점박이는 기쁨에 못 이겨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어느새 양쪽 눈에는 굵은 이슬이 맺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군바위에게 수도 없이 허리를 굽혀 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허허, 너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구나. 그런 인시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자 그럼 지금 바로 저 높은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 보렴.”
점박이는 장군바위가 시키는 대로 곧 어깨에 힘껏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튼튼하고 멋지게 생긴 날개를 활짝 펴 보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젖먹은 힘을 다해 뒷발로 땅을 힘껏 구르며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우와아! 캬아아! 신난다. 장군바위니임, 정말 감사합니다아!!”
점박이는 기쁨에 못 이겨 저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리면서 눈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장군바위를 향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점박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꼭대기까지 날아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난생처음 까마득하게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갖가지 모습들을 구경하기에 바빴습니다.
땅 위에서는 그처럼 커 보이던 장군바위의 모습도 마치 성낭갑처럼 작아 보였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계속 하늘 높이 날아올라가고 있을 때, 마침 그 옆을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둥그런 눈이 되어 아는 체를 하였습니다.
"어엉? 이게 누구니? 너 점박이가 아니니?“
“쳇! 조그만 게 누구한테 함부로 반말이야? 앞으로는 말조심 좀 하란 말이야. 알았어?”
점박이는 제법 거만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대꾸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 높이 오르고 또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번에는 조금 더 높은 하늘에서 빙빙 맴을 돌고 있던 비둘기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습니다.
"우와! 네가 어떻게 날개를 달고 다니고 있지?“
"흥, 날개 임자가 따로 있는 줄 아니? 아무나 먼저 달고 다니는 게 임자지.”
점박이는 이번에도 거만스럽게 콧방귀만 뀌며 대꾸하고는 더 높이, 그리고 더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렇게 신바람이 나서 쉬지 않고 오르다 보니, 참새떼들도, 비둘기들도, 그리고 웬만한 작은 새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까마득하게 높이 올라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와! 신난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티 하나 없이 맑고 파란 하늘 높은 곳을 마음껏 시원스럽게 날고 있는 점박이는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이 세상 모두를 손에 넣은 기분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참,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점박이는 그제야 문득 엄마와 아빠 생각이 났습니다. 얼른 엄마와 아빠한테 가서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뿐만이 아닙니다. 이웃에 사는 산토끼 친구들 모두에게도 마음껏 뽐내며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점박이는 어느새 방향을 바꾸어 제가 살던 마을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이 있는 곳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지만, 이제 그 정도의 거리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습니다. 튼튼한 날개가 있어서 전처럼 다리가 아플 정도로 힘겹게 뛰지 않고도 금세 갈 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나 왔어! 어서 나와 보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집 근처 하늘 위에 다다른 점박이는 하늘 위를 빙빙 돌면서 집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그 바람에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이웃에 사는 산토끼들도 모두 굴 밖으로 하나둘씩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서 하늘을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우리 점박이가 결국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있잖아요?“
한눈에 점박이임을 금방 알아차린 엄마가 깜짝 놀란 얼굴로 아빠에게 소리쳤습니다.
“그러게나 말이야.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빠와 엄마는 너무나 기가 막혀 한동안 입을 딱 벌린 채 점박이의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웃집 산토끼 중의 누군가가 덩달아 깜짝 놀란 얼굴로 끼어들었습니다.
“히야! 저런 변이 다 있나! 그렇게 매일 성화를 부리더니 점박이가 결국 날개를 달았구먼.”
그러자 너도나도 한마디씩 떠들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습니다.
"토끼가 날개를 달고 저렇게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인걸!“
“우리 마을에 드디어 경사가 났구먼.”
"아암, 경사가 나고말고, 그렇지 않아도 이 산속에서는 우리들이 가장 동작이 빠르다고 모두들 부러워하곤 하였는데 저런 날개를 달았으니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지!“
여전히 하늘 위를 빙빙 돌며 산토끼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은 점박이는 크게 출세라도 한 듯 벅찬 기쁨에 들뜨고 말았습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흥분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누군가가 점박이를 향해 숨이 넘어갈듯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앗! 야아, 점박아! 급히 몸을 피해! 위험해, 빨리이!"
그렇게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엄마였습니다. 어느 틈에 저쪽 하늘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독수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덩치가 엄청 크면서도 사납게 생긴 독수리는 금방이라도 점박이를 나꿔챌 듯 점박이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저러언, 빨리 내려오란 말이야!“
그제야 뒤늦게 다급한 상황을 알게 된 아빠도 새하얗게 질린 일그러진 얼굴로 덩달아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으아앙, 엄마야! 무서워. 나 좀 살려 줘!”
위급한 상황을 알게 된 점박이도 기겁을 해서 젖먹던 힘을 다해 엄마 아빠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수리를 당할 재주는 없었습니다. 독수리는 점박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어느 틈에 점박이에게 다가온 독수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점박이를 그만 낚아채고 말았습니다.
“꺄아악, 엄마아, 나 죽어!”
그다음 순간, 점박이는 비명을 지르면서 땅에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점박이를 정확하게 낚아채지 못한 독수리는 점박이를 놓친 채 하늘 위를 몇 바퀴 빙빙 돌다가 어디론가 멀리 떨리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쿠웅, 털썩!”
마치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긴장 속에 한동안 구경을 하고 있던 산토끼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점박이 겉으로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한결같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들이었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한쪽 다리가 부러진 점박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 두 눈을 감은 채 간간이 가느다란 신음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점박이는 그처럼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어 하던 꿈을 순식간에 잃고야 말있습니다. 아니 하늘을 날기는거녕, 그처럼 모든 동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재빨리 잘 달리던 달리기조차 전혀 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점박아, 엄마다, 엄마! 어디 눈 좀 떠 보라구! 이 일을 어쩌면 좋다냐? 으흐흑…….”
엄마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전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는 점박이를 부둥켜 안은 채 안절부절을 못합니다.
“산토끼로 태어난 것이 복에 겨운 줄 모르고 그렇게도 고집을 피우더니만 결국…….”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아빠의 눈가에도 어느새 이슬이 맺혔습니다.
지금까지 빙 둘러 서서 구경을 하고 있던 다른 산토끼들도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딘가에서 산골짜기를 온통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고 위엄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여!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하여라! 내 진작에 이런 불행이 일어날 것을 짐작하고 있었느니라! 욕심이 너무 지나치면 반드시 화가 따르게 되는 법! 이제부터는 헛된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것이 곧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임을 명심하여라!”
산토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입을 딱 벌린 채, 듣고만 있었습니다.
“……?”
“……?”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저 멀리 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장군바위가 들려주는 목소리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