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 남편을 잃고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홀어머니가 있었다. 남편 없이 홀로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 가난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손바닥만한 땅뙈기조차 없어서 그야말로 매일매일 먹을 양식조차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기에 굶기를 밥먹듯 하며 그날그날을 몹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날마다 남의 집 품팔이를 다니면서 세 식구가 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할 정도의 양식을 얻어 오곤 했다.
두 아들 역시 어머니가 얻어 오는 밥만 가만히 앉아서 먹을 수는 없었다. 나이는 비록 어렸지만 허구한 날 산에 올라 나무를 해서 파는 일을 계속한 것도 벌써 여러 해째 해오고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던가. 세 식구가 굶어 죽지 않고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식구들 모두가 그렇게 힘을 합쳐 부지런히 일을 할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렵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형! 오늘은 어느 산으로 갈까?“
"또 그 산으로 가야지 뭐. 어제 갔던 여우 산 말이야.”
"그래, 여우산엔 다른 산보다 정말 나무가 무지무지 많더라.”
그 날도 형제는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여느 때처럼 지게를 지고 부지런히 여우산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은 제법 가파르면서도 험난했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산 중턱에 오른 형제는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부지런히 나무를 하기 시각했다.
그렇게 거의 한나절이 지기도 전에 나무를 한 짐씩 해 가지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동생은 너무 배가 고팠던지 나뭇짐을 벗어놓기가 무섭게 형보다 먼저 급히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형! 이리 좀 와 봐! 이게 웬 고깃국이지? 그리고 오늘은 하얀 이밥도 있어!“
부억으로 들어간 동생이 갑자기 놀라서 소리치는 바람에 형이 얼른 달려왔다.
그리고는 동생이 활짝 열어 놓은 솥 속을 들여다보고는 형의 눈도 금방 둥그렇게 되고 말았다.
"어엉? 이게 정말 어떻게 된 일이지?“
솥 안에는 생전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먹음직스러운 쇠고깃국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이밥이 각각 두 그릇씩이 얌전하게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여느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아침에 엄마가 점심때 두 아들을 먹이기 위해 마련해 놓은 멀건 우거지 죽이 아니면 삶은 감자 몇 개, 그리고 보리 개떡이 아니면 시커먼 꽁보리밥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형,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동생이 입에 고인 침을 꼴깍 삼키면서 형에게 물었다. 형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활짝 밝아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참! 어제저녁에 엄마가 말했잖아.“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데?"
"오늘은 엄마가 저기 멀리 싸리재 너머 어느 부잣집으로 일하러 간다고 그랬잖아. 너도 같이 들었으면서 생각이 안 나?“
"으응, 그래,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말하는 소릴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말이야, 엄마가 그 말을 할 때 네가 고깃국 한 번 실컷 먹으면 원이 없겠다는 말을 했잖아?“
"그래, 이제 생각이 나! 난 맨날 따끈따끈한 고깃국 한번 실컷 먹는 게 소원이었거든.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야.“
"그런데 오늘 마침 엄마가 부잣집으로 일을 하러 갔거든.”
"그런데?"
"뭐가 그래서야. 엄만 네가 엊저녁에 한 말이 생각이 나서 그 집에서 사정을 했을 거야. 이 고깃국과 쌀밥을 얻어 오기 위해서 말이야.”
“으응, 그랬겠구나! 그럼 이걸 얻어다 놓고 엄마는 또 어딜 간 거지?"
"어딜 가기는……. 그건 아마 우리들이 점심때 먹으라고 틈을 내어 얼른 집으로 왔었을 거야, 그리고는 이 음식들을 솥에 넣고 다시 급히 그 집 일을 하러 갔을 거야, 어때? 내 말이 맞지?”
“아하! 그러고 보니까 정말 그런 모양이구나!”
신이 난 동생의 입가에는 싱글벙글 연신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다. 마침내 평소에 그토록 고깃국 타령을 하던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우리 한번 먹어 볼까?"
"그래, 그래.”
형제는 난생 처음으로 뜨끈뜨끈한 고깃국에 하얀 이밥을 말아서 뜨거운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음식이 너무나 잘 넘어가는 바람에 씹기도 않고 밥과 국그릇을 삽시간에 깨끗이 비우고 말았다.
“히야!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형! 정말 맛있지?”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 당연하지. 만날 이렇게 맛있는 이밥과 고깃국만 실컷 먹다가 죽는다면 원이 없겠는걸. 끄으윽~~~“
밥 한그릇과 고깃국을 마치 게눈 감추듯 삽시간에 배불리 먹어치운 형제는 불룩하게 나온 배를 쓱쓱 문지르면서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가 부르자 기분이 몹시 좋아진 동생은 문 뒤뜰을 내다보고는 갑자기 신바람이 난 듯 다시 소리를 질렀다.
” 형! 저기 좀 봐! 저기 뒤꼍 울타리에 고기 가죽이 널어져 있어!“
동생이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란 형이 얼른 그 광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금방 짐승의 가죽을 벗겨 널어놓은 듯 울타리에는 제법 널찍한 가죽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시뻘건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저건 또 웬 가죽이지?“
형의 눈이 금방 둥그렇게 된 채 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 ) - 1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