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컴퓨터 게임

by 겨울나무

민수는 오늘도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문방구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우와! 기분 좋게 내 자리는 남아 있었네!”


민수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습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마침 문방구 앞에 있는 두 대의 게임기 중 운이 좋게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하나의 다른 게임기 앞에는 어느 틈에 왔는지 성만이가 벌써 게임을 하느라고 한창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야, 성만아. 너 언제 왔냐? 정말 동작 하나는 빠르다니까, 빨라!”

"으응, 조금 전에…….“


지금 한창 게임에 정신이 팔려있는 성만이는 민수가 말을 거는 것조차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오직 게임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나도 슬슬 시작해 볼까!”


그런데 한동안 게임기에 붙어 앉아 게임을 하고 있던 민수의 얼굴이 갑자기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엉? 삼백 원을 금세 다 삼켜버리고 말았잖아!“


민수는 몹시 아쉬운 듯 주머니를 자꾸만 뒤적거려 보지만 아무리 뒤져 봐도 더 나올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만이의 눈치를 흘금흘금 살펴봅니다. 하지만 게임에 모든 정신이 팔려있는 성만이가 지금 민수의 그런 마음을 알아줄 리가 없습니다.


"성만아, 나 백 원만 빌려주지 않을래? 내일 꼭 갚을게, 응?“


만수는 마치 구걸이라도 하듯 슬금슬금 성만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안 돼, 나도 이제 돈이 거의 다 떨를 어졌단 말이야.”


여전히 게임기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성만이가 딱 잘라 퉁명스럽게 대꾸하였습니다. 민수는 그만 자존심이 상하고 민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다시 한번 애원을 하며 매달려 봅니다.


"야아, 딱 백 원만 빌려주라, 으응? 내일 꼭 갚아준다니까. 으응?"

“글쎄 나도 돈이 없다니까 왜 자꾸만 귀찮게 그래? 돈이 없으면 게임을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성만이는 아까보다 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딱 잘라 대꾸하였습니다.


“쳇! 짜아식, 싫으면 그만둬 임마. 나도 집에 가면 돼지 저금통에 돈은 얼마든지 있단 말이야.”


민수가 성질이 나서 크게 소리쳤지만 지금 성만이의 귀에는 그런 말이 제대로 들릴 리 만무합니다. 그러자 더욱 약이 바짝 오른 민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벌개진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집을 향해 급히 달려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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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왜 이제 오니? 너 오늘도 또 문방구 앞에서 오락하다 왔구나, 그렇지?”


민수를 보자마자 엄마의 눈이 금방 세모꼴이 되고 맙니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약이 오를 대로 잔뜩 오른 민수입니다. 그런데 집에 오기가 무섭게 다시 엄마한테 야단을 맞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내야만 합니다.


“엄마, 나 오백 원만, 응?”

"아니 뭐야? 너 요즘 공부는 하지 않고 오락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딱 오늘 한 번만 하고 말 거야. 으응, 엄마아~~~”


“듣기 싫어! 네가 엄마한테 그런 약속을 한 게 어디 한두 번이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들어가서 공부나 해! 으이그, 저 녀석이 그래 언제나 철절이 들는지 워언…….“


엄마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이렇게 소리 지르고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민수는 정말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전에 성만이한테 무시를 당한 걸 생각하면 이만저만 약이 오르고 분한 게 아닙니다.


"딩동~~~ 딩동~~~”


바로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에이, 짜증 나. 하필 이럴 때 귀찮게 누가 올 게 뭐람!”

민수는 초인종 소리조차 공연히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달리 뜻밖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군대에 간 외삼촌이 휴가를 나왔다가 잠깐 들른 것입니다.


민수는 몹시 반가웠지만 아직도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수야, 너 외삼촌을 보고도 얼굴이 왜 그렇게 우거지상이니? 혹시 너 엄마한테 꾸중 들었구나?“

”…….“


민수가 고개를 숙인 채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하지 않자 엄마가 얼른 입을 열었습니다.


"으이구, 나 요즈음 쟤 때문에 정말 미쳐 죽겠다니까.”

"아니, 민수 때문에 미쳐죽겠다니, 왜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글쎄 요즈음 눈만 뜨면 컴퓨터 게임인가 뭔가에 미쳐서 저 모양이니 내가 안 미치게 됐니?“

“어이구, 난 또 뭐라고. 요즈음 아이들이 다 그래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외삼촌은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일단 엄마를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민수를 향해 타이르듯 말을 걸었습니다.


“민수야, 너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가 우선이잖아. 안 그러니? 자, 얼마 안 되지만 이거 받아라. 외삼촌이 급히 오느라고 아무것도 사 오지 않았거든. 자, 얼마 안 되지만 이걸 받으렴.”


외삼촌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만 원짜리 한 장을 민수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민수는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져서 저도 모르게 그만 입이 귀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외삼촌, 정말 고마워, 잘 쓸게.”


그러나 그처럼 신바람 나는 기분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고 말았던 것입니다.


"너, 그거 외삼촌한테 도로 주지 못해! 어린 게 돈이라면 그저 환장을 한단 말이야.“


엄마가 성질이 나서 갑자기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민수는 그만 우거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오늘따라 그런 엄마가 조금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민수에게는 엄마가 화를 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그보다는 당장 문방구로 달려가서 성만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일이 더 급했던 것입니다.


“엄마, 나 잠깐만 다녀올게.”

“너 또 어딜 가려구? 당장 이리 오지 못하니?”


깜짝 놀란 엄마가 아까보다 더 펄쩍 뛰면서 소리치고 있었지만, 민수는 못들은 체 집을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후후훗……. 성만이 그 자식 이 돈을 보면 아마 놀라 자빠질 거야!“


밖으로 뛰쳐나온 민수는 있는 힘을 다해 문방구를 향해 힘껏 달려가고 있습니다.


”민수야! 너 얼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겠니?“


뒤에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엄마의 고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민수의 귀에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만무합니다.


”아마 이 돈을 보면 성만이가 찍 소리도 못하고 기절을 하고 말 거야!“


문방구를 향해 여전히 힘껏 달려가고 있는 민수의 이마에는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송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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