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저거 쇠가죽 아니야? 아마 어쩌면 저것도 엄마가 부잣집에서 얻어다가 널어놓은 가죽일 거야.“
"엄마가?”
"응, 그래. 형하구 나하구 저 가죽을 고아 먹이려고 얻어온 게 아닐까? 우리 엄 정말 최고야! 그치, 형?“
"으응, 정말 네 말대로 그런 모양이구나!“
형제는 정말 신바람이 났다. 그리고 엄마가 이토록 고맙게 느껴진 적도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형, 엄마가 오늘은 왜 이렇게 늦지? 전에는 이렇게 늦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아마 워낙에 부잣집이니까 일이 많아서 좀 늦는 게 아닐까?“
”…….“
형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해가 서산 너머로 넘어가고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점점 무섭고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때 같으면 벌써 집에 와서 저녁끼니를 준비하느라고 바쁠 엄마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끼니 준비는커녕 해가 넘어간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 전혀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다.
동생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형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우리 같이 엄마 마중을 나가 보는 게 어떨까?“
"안 돼, 밖은 벌써 너무 캄캄해서 엄마가 오는 게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응?“
그렇게 말하고 있는 형의 목소리도 은근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또 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다리는 엄마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형제는 차츰 불길하고 무서운 생각에 서로 붙어 의지한 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방문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형, 이거 아무래도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듯 동생이 다시 겁먹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은…….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으면 틀림없이 오실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응?”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형의 목소리 역시 동생보다 더 떨려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바로 그때였다.
"애들아, 오늘은 엄마가 너무 늦었지?“
이윽고 방문이 슬그머니 열리면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가 말끔하고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들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은 엄마가 평소에 즐겨 입고 다니던 편한 옷차림이 아닌 고급스러운 옷이었다. 아마 옷도 부잣집에서 얻어 입은 옷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엄마아~ 왜 이제 왔어?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
형제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엄마 품에 덥썩 안겼다.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어엉? 그런데 오늘은 엄마의 손이 왜 이렇게 얼음장처럼 차고 싸늘하고 차지?"
”…….“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엄마는 아무 대꾸도 없이 한동안 천장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늘 일에 시달리고 지쳤을 때의 힘이 없던 전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형제가 자꾸 말을 걸어도 아무 대답이 없던 엄마가 한참 뒤에야 아주 조용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두 아이에게 물었다.
"참, 그건 그렇고. 오늘 너희들 점심은 잘 먹었니?”
"응, 그렇지 않아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 참, 그거 엄마가 부잣집에서 얻어다 준 거지? 그렇지?“
그러자 엄마가 다시 평소와는 달리 다시 싸늘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꾸만 묻지 말고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란 말이야. 그럼 고깃국도 먹었겠구나?“
”으응, 그렇게 맛있는 고깃국은 생전 처음 먹어본걸."
"그럼 너희들 뒤꼍 울타리에 널어놓은 시뻘건 가죽도 보았겠구나?“
"으응, 쇠가죽 말이지? 꽤 많던데!“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크게 웃더니 아까보다 조금 더 카랑카랑해진 목소리로 형제를 향해 무섭게 소리치고 있었다.
"호호호……. 이런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게 여태 쇠가죽인 줄 알고 있었어?”
“……?“
”……?”
“그건 바로 오늘 너희들이 나무를 하러 간 사이에 어떤 괴물들이 느이 에미를 잡아서 껍질을 벗겨놓은 것이란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 아무리 고깃국에 환장을 하긴 했다지만, 세상에 즈이 에미 고기를 먹는 못된 녀석들이 어디 있단 말이니?”
“……?“
”……?”
갑자기 싸늘하게 변한 엄마의 이상해진 태도에 형제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진 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는 도무지 어떻게 된 영문을 몰라 겁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면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이상해진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난 이만 간다. 호호호…….”
형제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하는 동안 엄마는 그 한마디를 남긴 채, 어디론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 )
- 2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