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공포⑨] 목이 없는 아기(1)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몹시 허름하고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이었다.


그런 보잘것없는 차림의 젊은 아낙네 하나가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듯 비실거리며 힘겹게 산고갯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집 저 집을 찾아다니면서 문전 걸식을 하는 아낙네였다. 등에는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갓난아기가 업혀 있었다.


몇 기를 굶었기에 가뜩이나 배고픔에 지친 아낙네였기에 등에 업힌 갓난아기가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낙네의 벌걸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납덩이처럼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어느 틈에 해는 서산마루에 지고, 이미 뿌연 땅거미가 내리면서 사방은 차츰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저 집에 가서 잠깐 쉬었다 가야겠구나!”


이윽고 용케도 고갯마루에 올라선 아낙네는 마침 저 앞에 보이는 주막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비추고 있는 불빛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지막 힘을 다해 주막집을 향해 걸음걸이를 재촉하고 있었다.


주막집 마당에서는 서너 명의 젊은이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술타령이 한창이었다.


젊은이들은 이미 기분 좋게 취한 듯 약간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제멋대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자네도 그 얘기 들었지?"

"무슨 얘기 말이야?"


“저 산 너머 흉가 얘기 말이야."

”아암, 들었구말구, 야야, 술맛 떨어지게 갑자기 왜 흉가집 얘긴 꺼내?"


"맞아, 우리 그런 얘기는 그만두고 술이나 마시자구.“


흉가 이야기가 나오자 젊은이들은 섬뜩하다는 듯 금세 안색이 변하면서 갑자기 목소리까지 움츠러줄고 있었다.


그러자 흉가 이야기를 맨 먼저 꺼냈던 젊은이가 짓궂게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술맛이 떨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아, 이 사람아, 글쎄 그 얘긴 그만두라니까 왜 자꾸만 그래?”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다른 젊은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뭐가 또 이상하다는 건데?“

"지금까지 그 흉가에 들어갔던 사람들 중에 살아서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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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 사람아, 달래 흉간가, 그러니까 흉가라고 부르게 된 거지. 여자가 들어가면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서 머리채부터 휘어잡아 죽이고, 남자는 목을 졸라 죽인다지 아마.“


"아, 글쎄 그렇긴 하다만, 누가 그걸 봤대? 쓸데없는 소리 그만들 하고 어서 술이나 다시 마시자니까 그러네. 에이, 술맛 떨어져.“


그때 마침 아낙네가 주막집에 다다르게 되었다. 아낙네는 곧 주막집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마치 젖은 걸레짝처럼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젊은이들의 떠들고 있는 소리를 동냥질하듯 곁에서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때, 제법 배짱이 두둑해 보이는 한 젊은이가 다시 흉가집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옛기, 이 사람들아, 소문만 그렇지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 그 집에 들어갔다가 죽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느냔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다 뜬소문이라 이 말이야. 알아듣겠어?“


그러자 맨 처음에 이야기를 꺼냈던 젊은이가 그 말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이번에는 다시 엉뚱한 제안을 하게 되었다.


"뭐라구? 그렇다면 자넨 그럼 그 집에 혼자 들어갔다가 올 자신이 있나?”

"얘기가 그렇다는 거지 내가 왜 미쳤다고 그 집에 들어가나, 이 친구야.“


"미친 게 아니지.”

"미친 게 아니면? 할 일이 없으면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잘 일이지 내가 왜 그런 쓸데 없는 짓을 하나구?“


"그래? 자네가 정 그렇다면 나하고 내기를 하는 게 어때?"

"내기는 또 무슨 내기야?"


"만일 자네가 그 집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만 한다면 난 재 너머 우리 집 밭 한 뙈기를 주기로 약속함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사실 그 젊은이가 지금 내기를 걸고 있는 밭은 워낙에 땅이 기름져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탐을 낼 정도로 농사가 잘 되는 밭이었다.


그리고 젊은이가 그 아까운 밭을 선뜻 내놓겠다고 한 것은 그 밭을 준다고 해도 그 누구도 감히 그 흉가에 들어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 배짱을 부려본 것이었다.


역시 젊은이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생각했던 대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저마다 꽁무니를 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옛기 이 사람아, 그 밭이 아니라 난 천 냥을 준대두 그런 짓은 못하겠네.“

"아암, 하나뿐인 목숨인데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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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도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제가 거길 가보면 안 될까요?“


”……!?“


지금까지 제멋대로 떠들고 있던 젊은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쏠렸다. 그런 말을 하게 된 사람은 다름이 아닌 지금까지 마당 한쪽에 털썩 주저앉아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있던 아낙네였다.

젊은이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동안 입을 딱 벌린 채 아낙네를 바라보고 있자 아낙네가 다시 애원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가면 안 될까요? 제발 저를 좀 보내주세요, 네?"


기운이 쭉 빠진 아낙네의 목소리와 표정은 애처롭기까지 하였다. 그러자 내기를 걸었던 젊은이가 아낙네의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물었다.


"정말 아주머니가 혼자 흉가엘 가시겠다구요?"

"네, 보내주기만 하신다면 가고말고요.“


며칠을 굶은 듯 기운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아낙네는 매우 또렷하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남자도 아닌 젊은 아낙네가, 더구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굶은 연약한 여인네가 나서는 바람에 젊은이들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젊은이 하나가 매우 걱정스럽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연약해 보이는 분이 거길 가시겠다는 겁니까?”

"아까 말씀을 듣다 보니까 거길 갔다가 살아서 돌아오면 밭뙈기를 준다고 하시기에…….“


아낙네는 잠시 눈치를 살피며 망설이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저는 이 어린 핏덩이 같은 어린 아기와 하루하루를 이렇게 부끄럽게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아이만 아니었다면 전 이미 오래 전에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렇게 힘든 생활을 계속하다가 언젠가는 이 불쌍한 아이와 함께 굶어 죽게 될 목숨입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일 바에야 차라리 흉가에 들어갔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제가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빕니다.

사람 목숨 살려주시는 셈 치고 제발 저를 좀 보내주십시오.”


그러자 내기를 걸었던 젊은이가 아낙네에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듯 다시 아낙네를 향해 점잖게 타일렀다.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괜히 그러지 말고 좀 참으시는 게 어떨까요? 거긴 절대로 댁 같은 분이 갈 데가 못 된다니까요.”


하지만 아낙네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 이번에는 공손히 두 손까지 모아 빌며 아까보다 더욱 분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보내주기만 하신다면 꼭 가보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아주머니의 뜻이 정 그렇다면 좋습니다. 아주머니가 살아서 돌아 오시면 약속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밭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집에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전 절대로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젊은이는 그런 말을 하면 아낙네의 마음이 흔들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낙네의 태도는 그게 아니었다. 금방 낯색이 밝아지면서 및 번이이고 고맙다고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인사까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지금 바로 출발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제가 돌아오면 약속은 꼭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아, 글쎄 그건 염려 마시라니까요. 이래 봬도 저 역시 사내대장부가 아니겠습니까?”


젊은이는 곧 아낙네에게 흉가의 위치와 가는 길을 자세히 일어주고는 흉가에 갔던 확실한 증거로 흉가에 있다는 돌로 된 불상을 가지고 올 것을 요구하였다.


마침내 아낙네는 만일의 위험에 대비하여 달랑 낫 한 자루만을 들고 그 길로 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기는 두고 가라고 그토록 권유를 해보았지만 그대로 등에 업은 채 떠나가고 말았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허허, 그거참, 오늘 저녁에도 어쩌면 줄초상이 나고야 말겠구먼!”


젊은이들 혀를 차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감추지 못했다.

( * )



- 1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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