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때는 하다못해 산 ① 새끼문어에 소주 한잔 생각이 나는데 함부로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이거 답답해서 환장하겠구먼!“
그러자 아내가 얼른 대답했다.
”외식은 할 수 없지만 마트에서 사다 먹으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이 나면 내가 나가서 좀 사 오죠 뭐. 덕분에 나도 한점 얻어먹고. 아무리 코로나가 무서워도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하잖아요.“
”맞아. 그런데 어디 마트는 안심할 수 있나. 요즘 어딜 가나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모든 ②인민들이 겁들이 나서 가게 문까지 걸어 잠그고 심한 곳에서는 ③아오지라고 써 붙이고 있는 판인데 새끼문어도 좋지만 차라리 속이라도 시원하게 ④농마국수라도 한 그릇 먹어도 좋겠고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이따가 아주 조심해서 갔다가 올게요.“
”그래? 하다못해 ⑤인민소비품만만큼은 마음 놓고 사러 다닐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적정이란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마누라밖에 없네. 허허허…….“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서방님을 잘 모셔야 나도 덕분에 얻어먹고 살 수 있을 거 아니에요? 호호호…….“
”원 별소릴 다 하고 있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날 때 혜영이를 데리고 수족관 같은 데 가서 ⑥곱등어 쇼 같은 걸 실제로 보여주면 얼마나 좋아하겠어. 그럴 수도 없고 말이야.“
”지금이 어떤 땐데 곱등어 쇼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모두들 살기 어렵다고 야단들인데 그나마 우리 식구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아세요.“
”아암, 그렇고말고. 누가 아니래. 이렇게 ⑦차달피달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그게 걱정이 란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잘되다니 뭐가요?“
”돈이 있어도 무슨 물건을 마음대로 사러 다닐 수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차라리 이런 때 ⑧곱세크 노릇을 하면 생활비는 좀 절약이 될 거 아니냔 말이야.“
”으이그, 그것도 말이라고 하고 있어요? 어쨌거나 코로나가 깨끗이 물러가길 바라야지요.“
”하하하, 내가 말을 잘못했나 보군. 그럼 방금 내가 한 말은 취소.“
성길 씨의 웃음 소리와 표정은 왠지 오늘도 힘이 없고 허탈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