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성길 씨네 구정 이야기

[분단의 비극, 그릭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좀이 쑤시는 듯 혼잣말로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내일모레면 구정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이거 구정 분위기도 내지 못하고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야?“


아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분위기라뇨? 무슨 분위기 말이에요?“


”구정 때는 으레 연날리기라든지 널뛰기, 그리고 쥐불놀이 등을 많이들 했잖아. 그런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① 민간오락도 할 수 없을 테니까 하는 소리지.“


”정말 그렇겠네요.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구정 연휴까지 연장된다죠, 아마.“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그럼 당신 북한에서 살 때도 그런 걸 많이 해봤어요?“

”많이 못했지만, 그런대로 좀 해보긴 했지."


”참, 지난번에 회사에서 했다는 행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으응, 그 비대면으로 했다는 회사별 ② 경험교환회 말인가?“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그거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어.“

”아니 왜요?“


”회사마다 가끔 ③ 희떱게 구는 녀석들이 있어서 다음에 하기로 했거든. 아무 ④근터구도 없이 억지를 부리며 ⑤손가락 총질까지 해대며 야단을 치는 바람에 무산이 되고 말았지. 그런 걸 보면 참 이 세상엔 별의별 녀석들이 다 있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뭘 어떻게 돼. 그래 봤자 결국 저희들만 ⑥미누스가 되는 거지.“


”그럼 당신 회사가 득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암,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⑦풀루스가 될 가능성이 많고말고.“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셈이네요.“

”아마 그럴 거라고 믿고 있어.“


성길 씨는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어제 내린 바깥의 눈 풍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히야아! 저 산기슭에 눈 쌓인 풍경 좀 봐. 마치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⑧그림 분필로 그려놓은 풍경처럼 멋있는걸!“


”그래요? 내가 보기에는 그림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 같은걸요.“


”그래? 어쨌거나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풍경이란 말이야!“


성길 씨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여전히 한동안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참고


① 민속놀이 ② 사례발표회 ③ 버릇이 없다 ④ 근거 ⑤ 삿대질 ⑥ 마이너스

⑦ 플러스 ⑧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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