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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an 08. 2021

바짓가랑이 이야기

[행복한 가정을 소망한다면]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형과 아우가 가까운 이웃에 살림을 차려 놓고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두 형제의 살림살이는 마치 저울에 재기라도 한 듯 똑같이 가난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형네 가정에서는 항상 웃음소리가 떠나지를 않았고, 그와 반대로 아

우네 가정에서는 늘 거칠게 싸우는 소리가 하루도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러자 아우는 은근히 의심을 픔게 되었다.     


“거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군. 형님과 내가 아버님이 물려 주신 유산을 분명히 똑같이 나누어 가졌고 또한 살고 있는 형편도 비슷한데 무엇이 저렇게 항상 즐거워서 웃음소리가 그치지를 않을까? 저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버님이 나도 모르게 형님에게 돈이나 보물을 틀림없이 더 주셨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아우는 슬며시 그 까닭을 알아볼 생각으로 형네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형네 집에 가보니 그때 마침 형은 바짓가랑이 끝이 겨우 무릎에 와닿는 볼품없는 바지를 입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껄껄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그 꼴을 보자 동생은 낯을 찡그리며 형에게 묻게 되었다.  

      

"아니 형님, 바지 꼴이 왜 그 모양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꼴사나운 바지를 입고 뭐가 그렇게 좋아서 껄껄거리며 웃고 계십니까?“     


그러자 형은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진정시키더니 그 까닭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글쎄 지난 장날에 모처럼 내 바지 하나를 샀더니 가랑이가 너무 길지를 않겠나. 그래서 형수한테 바짓가랑이를 한 치쯤 줄여 달라고 하였더니 글쎄 이 모양을 만들어 놓았지 뭔가. 하하하…….“     


"그래요? 그렇다면 형수님이 아직 치수도 제대로 모른단 말씀이군요?”     


"그게 아니라네. 그럴 리가 있나? 집사람은 내 말을 명심하여 듣고는 분명히 한 치를 줄여놓았지 뭔가. 그런데 큰딸은 즈이 엄마가 이미 바지를 줄여 놓은 것을 까맣게 모르고 또 한 치를 줄여 놓지 않았겠나. 하하하…….“


 ”그럼 겨우 두 치를 줄였는데 그렇게 짧단 말인가요?“     


”아,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그다음에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둘째 딸이 한 치를 또 줄였지 않았겠나. 그나마 막내딸이 어려서 망정이지, 아마 그 애마저 바느질을 할 줄을 알았다면 하마터면 바짓가랑이가 영락없이 무릎 위까지 올라갔을걸. 하하하…….“     


형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며 껄껄 웃고 있었다.     


“어이구, 참 딱하기도 하십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형님은 그런 꼴 사나운 부끄러운 바지를 입고도 그렇게 웃음이 나옵니까?”     


"그럼 웃음이 나오고말고. 그게 다 식구들 모두가 제각기 나를 위해서 하다가 저지른 실수인데 그럼 이럴 때 웃지 않고 화를 내야 되겠는가? 하하하…….“     


”……!“     


형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아우는 그제야 새삼 뒤늦게 깊이 깨닫는 바가 컸다. 그래서 그 길로 바로 장터로 달려가서 일부러 큼직한 바지를 하나 사 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형님이 하던 대로 바짓가랑이가 너무 기니까 한 치만 줄여 놓으라고 식구들 모두가 듣는 앞에서 부탁을 해놓게 되었다.      


그다음 날 아침, 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어제 사 온 바지를 입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바짓가랑이가 어제 사온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우는 버럭 화를 내면거 아내에게 소리치게 되었다.      


"아니, 바짓가랑이를 좀 줄여 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그러자 아내는 대답 대신 큰딸을 불러서 버럭 성을 내면서 소리쳤다.    

  

"아니, 어제 너더러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줄여 놓으라고 일렀더니 그 새 깜빡 잊은 모양이구나?“     


그러자 이번에는 야단을 맞은 큰딸이 파르르 성이 난 목소리로 아랫 동생을 부르더니 호통을 치고 있었다.      


"너 내 말이 그렇게 우습게 들리니? 바짓가랑이를 줄여 놓으라고 내가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 시킨 일은 하지 않고 그동안 뭘 했느냔 말이야?“     


그러자 언니한테 심한 꾸지람을 들은 둘째 딸이 이번에는 갓난어린애인 셋째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너 어제 언니가 하는 말이 말같지 않니?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좀 줄여 놓으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뭘 했느냔 말이얏!”     


식구들이 다 모여서 서로 미루며 싸우는 광경을 본 아우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게 되었다.      


"아하! 형님댁에서 항상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진정한 행복이란 돈이 많다거나 남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여 그들 모두가 행복할까!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는 남보다 돈은 엄청나게 많아도 불행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은 것이다. 또한, 이와 반대로 비록 돈어 매일 가난에 쪼들리면서 매일매일을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그런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은 것이다.      


행복!      


그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이 아무리 불만스럽고 못마땅하다 해도 그것을 인내와 슬기로 이겨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갈 때에 진정한 행복은 소리없이 다가오게 될 날이 오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이 뜻대로 안 될 때마다 서로 또는 상대방에게 네 탓만 한다면 행복은 절대로 내 손에 잡히기 어렵다. 그리고 불평불만을 일삼는 속에서는 절대로 싹이 트고 움이 돋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행복은 가만히 있을 때 누가 저절로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슬기로움을 발휘할 때 바로 행복은 나의 차지로 돌아오게 되는 신통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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