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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an 21. 2021

겉으로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만 보지 말고 숲을 보듯이]  

우리들은 자기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남이 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보고 괴로워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L. A. 세네카>      

첫 번째 이야기      


옛날 어느 마을에 아들 하나를 둔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들이 어느새 크게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자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여쁜 미모의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며느리는 생김생김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마음씨 또한 곱고 착하였으며, 행동거지 또한 그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이 착하기 그지없는 며느리였다. 그래서 남편은 물론 시부모님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며느리는 특히 살림살이를 알뜰하고 정결하게 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상에 반찬 한 가지를 차려 놓아도 입맛이 쏙 들 정도로 어찌나 정결하고 깨끗하게 손질했는지 식구들의 구미가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런 뜻밖의 보물덩어리 같은 며느리가 들어오자 시아버지는 틈만 나면 동네방네로 다니며 며느리 자랑을 하기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며느리 하나가 들어오더니 우리 집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허허허…….”     


일이 이렇게 되자 불행하게도 남편으로부터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하게 된 것은 시어머니였다. 며느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혀 그런 일이라고는 없던 남편이었다.      


그러던 남편이 며느리가 들어오고 난 뒤부터 아내에게 가끔 못마땅한 표정으로 툭 하면 투덜거리며 불평을 늘어놓고 구박 아닌 구박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날 저녁에도 밥상이 들어오자 남편은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며 아내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 임자도 며느리한테 좀 배워요. 며느리가 차린 밥그릇이나 반찬 그릇에 담긴 반찬들 좀 보란 말이야.”       


“…….”     


아내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남편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아내가 고추장 한 가지를 밥상에 놓더라도 종지 가장자리에 고추장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묻어 있곤 하였다.      


그러나 며느리는 그게 아니었다. 고추장 종지는 물론이고, 된장 뚝배기도 그렇게 정갈하고 깔끔하며 깨끗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끔하고 깨끗하게 담아오는 재주를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같은 밥과 반찬으로 차려진 음식들이라 해도 저절로 입맛이 돌 정도로 그렇게 깔끔하고 깨끗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시아버지는 하도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함을 참다못해 그날은 방안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창문을 통해 며느리가 밥상을 차리는 모습을 몰래 엿보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며느리가 장독에서 고추장을 퍼다가 종지에 담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엿보고 있다가 그만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기절초풍을 하고 말았다.       


아아! 며느리가 숟갈로 고추장을 떠서 종지에 담더니 그다음에는 고추장 종지 가장자리에 묻은 고추장을 자신의 혀로 돌려가며 싹싹 닦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아버지는 그 뒤부터 며느리가 차린 밥상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지저분하기는 해도 아내가 차린 밥상을 즐겨 먹게 되었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만 해도 남녀가 결혼을 할 때 서로 상대방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저 부모님끼리 마음에 맞아서 연을 맺어주면 말 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응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어느 마을에 총각 한 사람도 그런 식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총각은 그야말로 큰 걱정거리가 생기고 말았다. 정작 아내로 맞이한 처녀가 그렇게 박색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총각은 웬만하기만 해도 그런대로 같이 살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못 생긴 여자였다.      


총각은 그래서 첫날밤조차 치르지 않았다. 그리고 잠만 자고 나면 아내의 꼴이 너무나 보기 싫어 밖으로만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때가 돼야 겨우 집으로 돌아와 겨우 서로 등을 대고 잠을 자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밖으로 나갔던 총각은 그날 마침 깜빡 잊고 집에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 잠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집안에서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곱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토록 곱고 마치 천사의 음성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윽고 노랫소리에 홀반한 총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두리번거리며 한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그 곱고 고노랫소리는 부엌을 지나 뒤꼍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주인공을 찾게 되었다. 그 노래는 바로 아내가 뒤꼍에 혼자 앉아서 빨래를 하면서 부르고 있는 노랫소리였던 것이다.      


아아, 그리고 빨래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여자의 뒷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아아!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느 여자, 그리고 저렇게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자가 내 아내라니……!‘     


총각은 그날부터 그 어느 부부 못지않게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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