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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an 27. 2021

양 떼들의 한숨 소리

[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속아야만 하나?]

깊은 산골짜기 평화로운 곳에  

마냥 착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순한 양 떼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물 맑고 경치도 좋으며 

먹을 것도 풍부하여 살아가기에 

아무 걱정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양 떼들이기에 서로서로  

사이좋게 정을 듬뿍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자 

뜻밖의 큰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  

먹을 것이 고갈되어 

바닥이 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굶주린 

양 떼들의 수효가 늘어가면서 

한숨 소리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때 영웅이 하나 나타났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양 떼들 중에 배운 것도 많고 

머리가 가장 좋으며 지혜로운  

양 한 마리가 나섰던 것이다.    

  

“이제부터 아무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여러분들의 걱정거리를 

 제가 모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웬걸.      


몇 해가 지나자 더욱 살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영웅인 줄 알았더니 

철석같이 믿었던 영웅이 그 좋은 머리를 무기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먹을거리들을 

깡그리 먹어치우고 말았던 것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양 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곧 또 다른 영웅이 나타났다.     

 

“저에게 일을 맡겨주시기만 한다면…….”     


양 떼들은 

호언장담하고 있는 그를 믿고 

그를 다시 영웅으로 모시고 받들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영웅이었지만  

몇 해가 지나자 이번에는 

먼젓번 영웅보다 더 심하게 

모든 걸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 결과 양 떼들은 더 살기가 어려워졌다.   

   

양 떼들은 두 번이나 속은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야말로 믿을만한 

새로운 영웅을 내세우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몇 해가 지나자 이번에도 

그 놈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영웅을 뽑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살기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양 떼들은 이제 그 누구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놈이 까마귀인지 쥐새끼인지 

어떤 것이 된장인지 똥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꼭 닮은  

겉만 번드르한 도둑들 뿐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그렇게 착하고 순하던 

양 떼들이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각박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바람이 몹시 몰아치며  

날씨도 몹시 추웠다.      


먹을 것이 바닥이 나서 

배도 몹시 고프고 덜덜 떨렸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금도 양 떼들의 한숨 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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