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속아야만 하나?]
깊은 산골짜기 평화로운 곳에
마냥 착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순한 양 떼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물 맑고 경치도 좋으며
먹을 것도 풍부하여 살아가기에
아무 걱정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양 떼들이기에 서로서로
사이좋게 정을 듬뿍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자
뜻밖의 큰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
먹을 것이 고갈되어
바닥이 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굶주린
양 떼들의 수효가 늘어가면서
한숨 소리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때 영웅이 하나 나타났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양 떼들 중에 배운 것도 많고
머리가 가장 좋으며 지혜로운
양 한 마리가 나섰던 것이다.
“이제부터 아무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여러분들의 걱정거리를
제가 모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웬걸.
몇 해가 지나자 더욱 살기가 어려워지고 말았다.
영웅인 줄 알았더니
철석같이 믿었던 영웅이 그 좋은 머리를 무기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먹을거리들을
깡그리 먹어치우고 말았던 것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양 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곧 또 다른 영웅이 나타났다.
“저에게 일을 맡겨주시기만 한다면…….”
양 떼들은
호언장담하고 있는 그를 믿고
그를 다시 영웅으로 모시고 받들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영웅이었지만
몇 해가 지나자 이번에는
먼젓번 영웅보다 더 심하게
모든 걸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 결과 양 떼들은 더 살기가 어려워졌다.
양 떼들은 두 번이나 속은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야말로 믿을만한
새로운 영웅을 내세우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몇 해가 지나자 이번에도
그 놈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영웅을 뽑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살기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양 떼들은 이제 그 누구도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놈이 까마귀인지 쥐새끼인지
어떤 것이 된장인지 똥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꼭 닮은
겉만 번드르한 도둑들 뿐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그렇게 착하고 순하던
양 떼들이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각박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바람이 몹시 몰아치며
날씨도 몹시 추웠다.
먹을 것이 바닥이 나서
배도 몹시 고프고 덜덜 떨렸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금도 양 떼들의 한숨 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