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지혜와 슬기]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늙고 거동을 못하게 되면 부모를 산 채로 버리던 때가 있었다. 구덩이를 파고 산 채로 버려두었다가 구덩이 속에서 죽기를 기다렸다가 그대로 장사를 지내는 풍습이었다.
사람이 늙고 병이 든 늙은이들은 일은커녕 양식만 축내게 된다. 그래서 거동을 못하는 늙은이들을 깊은 산속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버렸던 악습 중에 악습이었다.
이에 나라에서 고려장을 국법으로 시행되었던 끔찍한 제도였던 것이다. 차마 인간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비인간적인 나쁜 풍습이 아닐 수 없었다.
효심이 지극했던 자식들은 큰 걱정거리였다. 결국, 고려장을 지내기 위해 부모를 산속에 버리고 왔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놓고 늙은 부모를 구석방에 몰래 꼭꼭 숨겨놓고 지극히 모시고 효성을 다하다가 들켜 벌을 받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모를 숨겨놓고 효를 다하던 자식들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일컬어 '기로설화(棄老說話)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기로설화‘는 부모님에게 효행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금 현재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계승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장이 없어지게 된 유래 역시 여러 가지가 전해오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는 세종 때 간행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실려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고려장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고려장(高麗葬)이란 명칭으로 인해 고려 때부터 시행되었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이처럼 고려장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충청남도의 민담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고구려 때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가 한 젊은이가 있었다.
어머니가 늙고 병이 들게 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관습대로 늙은 어머니를 지고 앙주 깊은 산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는 구덩이를 깊이 파고 그 속에 어머니를 버려둔 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젊은이는 그만 길을 잃고 헤매고 헤매다가 그만 어머니를 버린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러자 아들을 다시 보게 된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아까 네 등에 업혀 오면서 솔잎을 훑어 길에 뿌려 놓았느니라. 그러니 내가 뿌려놓은 생솔잎만 따라 내려가거라.”
젊은이는 자신을 버리는 자식에게까지 끝까지 자식을 보살피고 생각하는 따뜻한 모성애에 깊이 감격한 나머지 어머니를 도로 업고 집으로 내려와서 골방에 숨겨놓고 다시 전처럼 극진한 효성을 다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중국 황제가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재로 새끼를 꼬아서 자기 나라로 보내달라는 매우 까다로운 요청을 하게 되었다. 그런 불가능한 요청을 하게 된 것은 고구려 사람들이 얼마나 지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왕은 마침내 이 말도 안 되는 골치 아픈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널리 방방곡곡에 방문을 올리게 되었다.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도 우연히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숨겨놓은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되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하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거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니라. 먼저 새끼를 꼬아서 곱게 불에 태우면 그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을 것이 아니겠느냐.”
참으로 놀랍고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젊은이는 곧 이 이야기를 왕에게 고하게 되었다. 이에 몹시 기뻐한 왕은 젊은이에게 많은 상과 벼슬을 내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젊은이는 펄쩍 뛰며 이를 사양하며 왕에게 말했다.
“사실 이 기발한 방법은 저의 머리로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늙은 어머님의 지혜를 빈 것일 뿐입니다. 세상을 오래 산 노인들은 그만큼 지혜와 경험이 풍부합니다. 이를 잘 이용하면 나라와 가정에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제부터는 부모를 내다 버리는 나쁜 풍습을 금지해 주십시오.”
그래서 그때부터 왕의 명령으로 고려장 풍습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고려장에 대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가정에 나이가 늙어 고려장을 지내게 될 어머니가 있었다.
젊은 아들 역시 국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구덩이를 파고 어머니를 구덩이 속에 버린 다음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구덩이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니 같이 따라왔던 어린 아들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젊은이를 향해 소리쳤다.
“참, 아빠! 지게를 그냥 두고 내려왔잖아?”
“아니야 괜찮아. 고려장을 지낸 지게는 그냥 버리고 가는 거란다.”
그러자 어린 아들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안 돼! 만일 이다음에 아빠가 늙었을 때 내가 아빠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가서 고려장을 지내야 하잖아. 그런데 지게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아빠를 지고 와?”
“……!”
아들의 말에 깜짝 놀란 젊은이는 두려운 마음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아들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젊은이는 곧 도로 산으로 올라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뒷방 구석에 몰래 숨겨두고 효성을 다하게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