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김 일병은 요즘 입이 근질근질해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 밤마다 괴상망측한 일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전우들 앞에서 얼른 꺼내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도 믿기 가 어려운 괴이한 일이어서 전우들이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야기를 해봤자 결국 자신만 바보 취급을 받으며 놀림감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을 다문 채 혼자만 당하고 있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느 날, 참다못해 전우들이 모인 내무반에서 자신이 그동안 직접 겪었던 괴이한 일에 대해 마침내 입을 열게 되었다.
김 일병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김 일병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전우들은 한결같이 김 일병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좀처럼 믿지 않았던 것이다.
“야야, 김 일병, 그만 좀 웃겨라. 지금 그런 거짓말을 누구 보고 믿으라는 거냐? 으하하…….”
"맞아. 그걸 말이라고 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할 거 아니냐?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그만 좀 웃겨라.“
김 일병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전우들이 야속했다. 공연히 약이 오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당장 속 시원하게 보여 줄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답답해서 가슴만 칠 일이었다.
"그럼 내무반장님도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하도 답답한 나머지 김 일병이 이번에는 내무반장을 향해 퉁명스럽게 응원을 청했다. 그러나 내무반장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끼, 이 사람아, 믿을 걸 믿으라고 해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어?“
김 일병은 정말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김 일병 자신이 생각해 봐도 전우들이 그 말을 믿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김 일병이 요즘 혼자만 겪고 있는 이야기는 그만큼 현실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허황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자정이 넘은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다른 전우들은 이미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 있을 때였다. 김 일병은 그 날 밤에도 잠을 자다가 말고 그놈의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었다.
한창 깊은 잠이 들만하면, 그리고 밤 열두 시만 되면 어김없이 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곤 하는 좋지 못한 습관이 벌써 오래전부터 그를 귀찮게 괴롭히곤 하였다.
"으이구, 이놈의 똥이 하필이면 왜 꼭 이 시간에만 나와서 사람을 귀찮게 하지!“
그날도 어김없이 김 일병이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볼 일을 다 보고 끝낼 무렵의 일이었다. 볼 일을 마친 김 일병이 막 휴지를 꺼내 뒤처리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고 괴이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어엉?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김 일병은 더럭 겁에 질린 채 눈이 동그랗게 되고 말았다.
그날따라 변기 밑에서 느닷없이 새빨간 색깔의 손 하나가 어느 틈에 올라오는가 했더니 재빠른 동작으로 김 일병의 똥꼬를 휴지도 없이 맨손으로 싹 닦아 주고는 순식간에 다시 밑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때는 화장실이 지금처럼 수세식이 아닌 직사각형으로 구멍이 뚫린 위에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고 나면 네모난 통 밑으로 인분이 떨어지게 만든 구조로 된 화장실들이었다.
"거참, 희한한 일도 다 있군!“
김 일병은 겁이 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당분간은 이 해괴망측한 일을 전우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전우들에게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와 똑같은 일은 그다음 날 밤에도,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연속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김 일병이 용변이 끝날 때마다 그 괴상한 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벌써 여러 날째 그런 일이 이어지자 김 일병은 더 이상 그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늘 전우들 앞에서 그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김 일병이 미리 짐작했던 대로 전우들 모두가 김 일병의 말을 믿어 주기는커녕, 정신 빠진 사람 취급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무반장님, 제 말이 거짓말 같이 들리겠지만 정말 사실이라니까요.“
"김 일병, 글쎄 그만두라니까. 더 이상 정신 빠진 소리 그만하고 잠자코 있기나 해, 중대 본부에 보고해서 정신 병원으로 후송하기 전에 집어치우란 말이야.“
내무반장은 이렇게 딱 잘라 대꾸하고는 다시 뒤적이고 있던 신문만 열심히 뒤적이고 있었다.
김 일병은 답답하다 못해 이제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침내 어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내무반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무반장님, 제 말을 그렇게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아, 글쎄 그런 미친 헛소리 좀 그만하라니까.“
"그럼 그렇게 믿지 못하시겠다면 오늘 밤에 저와 같이 화장실에 가 보시면, 확실히 아시게 될 게 아닙니까.”
"만일 그랬다가 거짓말이면 어떻게 할래?“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다음부터는 내무반장님이 명령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좋아, 그게 그렇게 소원이라면 이따가 오늘 밤에 한번 보자구.”
김 일병은 이렇게 해서 결국은 내무반장의 약속을 받아내게 되었다.
그 날 밤이었다. 김 일병은 밤 열두 시가 넘자 오늘도 어김없이 용변이 보고 싶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자 김 일병은 한창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내무반장을 조심스럽게 깨웠다.
"내무반장님, 시간이 됐습니다. 그럼 같이 가시지요.“
한창 단잠에서 깨어난 내무반장은 몹시 귀찮았지만 아까 낮에 마음에도 없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 일병의 뒤를 따라 화장실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자, 그럼 전 볼일을 보러 들어갑니다. 잘 좀 살펴 보세요.“
화장실로 들어간 김 일병은 화장실의 안이 잘 보이도록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채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나 원, 오래 살다 보니까 김 일병 덕분에 별 미친 짓을 다 하는군. 이게 정말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잠을 자다 말고 고약한 구린내 물씬 풍기는 남의 똥꼬를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니 말이야.“
김 일병이 용변을 보고 있는 모습을 화장실 문 앞에 서서 곁눈질로 지켜보고 있던 내무반장이 못마땅하다는 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끙끙거리며 볼일을 보고 있던 김 일병이 입을 열었다.
"내무반장님, 이제 막 볼일을 끝냈습니다. 이리 좀 더 가까이 와서 제 똥꼬 밑을 자세히 좀 보십시오!”
내무반장은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보나 마나 헛수고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일병이 시키는 대로 건성으로 김 일병의 똥꼬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김 일병이 휴지를 꺼내서 막 똥꼬를 닦으려고 할 바로 그때였다.
"앗! 정말 저럴 수가!"
내무반장은 순간, 눈이 뒤집힐 정도로 소스라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일병의 말대로 갑자기 새빨간 손 하나가 변기 밑에서 올라왔다. 손의 색깔은 그냥 새빨간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형광물질처럼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이 나는 무서울 정도로 새빨간 손이었다.
그 새빨간 손은 김 일병의 똥꼬를 재빠르게, 그리고 말끔하게 싹 닦아주고는 다시 변기 밑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무반장님, 분명히 보셨죠?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겨우 정신을 차린 내무반장에게 내 말이 틀렸느냐는 듯 김 일병이 의기양양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래. 보긴 봤다만…….”
내무반장의 대답 소리는 아직도 겁에 질려 더듬거리고 있었다.
다시 그다음 날이었다.
김 일병은 그 날 밤에도 역시 자정이 넘자 여느 때처럼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오늘은 기어코 이놈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아야지!”
용변이 끝날 무렵 김 일병이 고개를 숙인 채 용기를 내어 화장실 아래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빨간 손아, 잘 들어라! 도대체 넌 사람이냐. 귀신이냐!?“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이 잠잠했다. 그러자 김 일병이 다시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내 말이 안 들리냐? 너 나하고 무슨 유감이 있느냐구? 내 말은 무슨 이유로 닦아 줄 데가 없어서 하필이면 남의 구린내 나는 똥꼬를 매일 맨손으로 닦아주느냔 말이닷!“
그러자 바로 그때였다. 화장실 밑 깊은 곳에서 웬 젊은 사나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저, 저는 유령이올시다.”
저 아래 인분통 깊숙한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자 김 일병은 또다시 더럭 겁이 나고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묻게 되었다.
"그, 그래서?“
“저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 이 부대에 근무했던 사병이었습니다.”
"그. 그래서?”
"그런데 저는 이 부대에서 근무하면서 그만 몹쓸 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이 부대에서 그 병을 계속 앓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입니다.”
"한쪽 다리를 잃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저는 그때, 손가락은 물론 팔다리가 썩어 문드러지며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병을 앓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죽은 뒤에 저를 급히 묻는 바람에 그만 썩어 떨어져 나간 다리 하나를 빠뜨린 채, 그냥 묻었던 것입니다.”
"아, 그랬군, 그래서?“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보니 화장실에 계속 나타났던 그 유령은 자신의 다리뼈를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뼈는 현재 어느 내무반에 있는 몇 번째 침상 밑을 파면 나올 것이라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유령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난 김 일병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뼈를 찾아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유령은 다시 자신의 무덤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뼈를 찾아서 무덤에 함께 넣어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해 준다면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평생을 따라다니며 김 일병의 똥꼬를 닦아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였다.
”으음, 이제야 알겠다. 내가 당장 노력해 보겠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약속할 게 한 가지 있다.”
"그게 뭡니까?”
"은혜는 갚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내 똥꼬를 닦아주는 일만은 더 이상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날, 김 일병은 귀신이 알려준 바로 그 침상 밑을 곡괭이로 파게 되었다. 정말 침상 밑 흙 속에서는 유령이 말한 그대로 다리뼈 하나가 나왔다. 김 일병은 유령의 부탁대로 그의 무덤을 찾아 그 뼈를 함께 소중히 묻어 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밤이었다. 김 일병이 다시 화장실에 갔을 때였다. 오늘은 화장실 밑에서 감격해서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흘러 나왔다. 바로 그 유령의 목소리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야 저는 김 일병님 덕분에 잃었던 다리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드려야 할는지요?“
"괜찮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약속했던 대로 앞으로는 절대로 내 꽁꼬를 닦아 줄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부디 무사히 군대 생활을 마치시기 바랍니다. 그럼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그다음 날부터 이 소문은 부대 내에 쫙 퍼지고 말았다. 그리고 사병들은 누구나 밤에는 물론 낮에도 화장실에 가기를 께름칙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새빨간 손이 출현했다는 화장실에는 더욱 겁이 나서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되었다.
그 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김 일병은 요즈음에도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자 중얼거리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