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공포] 한 숟가락만 더!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깊고 험한 산길을 청년 한 사람이 허겁지겁 올라가고 있었다. 달도 별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이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산길이었다.


청년의 등에는 작은 쌀자루 하나를 어깨에 멘 채 그 험한 산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오르고 있었다.


“캥, 캐앵~~~”


“꺄욱, 꺄우욱~~~”


이따금 이름 모를 산짐승들의 음산한 울음소리만이 들려오면서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겁에 질린 청년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였다.


청년은 지금 험준한 산 고개를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벌써 몇 개나 넘어왔는지 모른다. 청년의 몸은 온통 구슬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어서 이미 속옷이 후줄근하게 흠뻑 젖어 가고 있었다.


청년은 지금 말만 들은 깊은 산 속에 있다는 외딴집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산속에 있다는 그 외딴집은 몇 해 전에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어진 흉가였다. 마을에 전염병에 퍼져 전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따로 살게 하기 위해 지어 놓은 수용소와 다름없는 집이었다.


그때 마을에서는 알 수 없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면서 아까운 사람들의 생명이 하나둘 희생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전염병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여러 날을 생각한 끝에 결국 깊은 산속에 외딴집을 짓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병원도 약도 아주 귀했던 옛날의 일이었기에 그렇게 해서라도 환자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마을 사람들의 뜻이 모은 끝에 지어진 이를테면 전염병 환자들만을 수용한 집이었다.


그러나 외딴집을 짓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그 끔찍한 전염병이 다시 돌기 시작한 것은 바로 작년 이맘때의 일이었다.


전염병은 삽시간에 온 마을로 번지면서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때 전염병에 걸려 이 산속 외딴집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무려 열 명이나 넘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산속에 있다가 병이 나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 보았지만 1년이 다 가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환자를 산속으로 보낸 가족들은 환자들의 소식이 궁금하고 초조해서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여러 날을 생각다 못해 산속의 외딴집을 직접 가볼 사람을 물색하던 끝에 다행히 용감한 청년 하나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것이다. 그 청년이 바로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청년이었던 것이다.


"아하, 저 집인 모양이군!"


청년은 마침내 저 멀리 산 중턱에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외딴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히 마을에서 쫓겨난 전염병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외딴집임에 틀림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외딴집의 생김새는 초라하고 허술하기가 짝이 없었다. 대문짝은 이미 여기저기 바람에 떨어져 나간 채, 제멋대로 덜렁거리고 있었다. 짚으로 이엉을 덮어씌운 초가지붕도 썩을 대로 썩어서 비가 샐 정도로 흉측하기가 짝이 없었다.


창호지로 바른 방문도 드문드문 구멍이 숭숭 뚫리거나 찢어져 있어서 보기 흉하게 너덜거리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방속에서는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인기척이 들리지를 않고 괴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새 병을 앓다가 벌써 모두가 죽어버린 게 아닐까!“


청년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여 마시며 심호흡을 한 다음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방안을 둘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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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거리는 횃불 빛에 여기저기 방에 누워 깊이 잠이 든 환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며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더러는 낯익은 얼굴도 눈에 띄었다.


청년은 전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환자들 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 여보세요! 지금 주무시고 계세요?”


그러나 몇 번을 그렇게 물어보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대답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는 그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을 흔들며 깨워보았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엉? 이거 정말 모두 죽은 거 아니야?“


청년은 더럭 겁이 났다. 지금까지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까 모두가 입을 딱 벌리고 눈을 크게 부릅뜬 채 이미 오래 전에 죽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청년은 곧 어깨에 메고 온 쌀자루를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가까이 있는 시체부터 차례대로 쌀을 한 숟갈씩 떠서 입에 넣어 주기 시작했다.


쌀을 넣어주게 된 것은 예부터 죽은 사람에게는 으레 저승에 가는 동안의 양식을 입에 넣어주어야 한다는 옛날의 풍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혹시 환자가 죽었거든 쌀을 입에 넣어주고 와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부탁이기도 했던 것이다.


"후유우~~~ 이제 한 사람만 더 먹이면 되겠군!“


청년은 두 방망이질을 하며 몹시 뛰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의 입에 쌀을 넣어준 다음 입에서 숟가락을 막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으와~~ 앙!“


청년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지면서 기절을 할 뻔하였다. 지금까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시체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떠 넣어 준 숟갈을 어금니로 있는 힘을 다해 꽉 깨물어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한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청년은 시체가 꽉 물고 있는 숟갈을 잡고 살며시 당겨 보았다. 그러나 시체가 어찌나 숟갈을 힘껏 죽을 기를 쓰고 꽉 깨물었는지 숟갈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청년이 이번에는 숟갈을 두 손으로 힘껏 잡고 뽑아 보았다. 그러나 누워있던 시체의 윗몸만 번쩍 들어 올려질 뿐 꽉 문 숟갈은 좀처럼 뽑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숟갈을 그대로 시체의 입에 꽂아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제까짓 게 그래도 안 뽑힐 리가 있겠어?”


다시 용기를 낸 청년이 이번에는 왼쪽 발로 시체의 이마를 힘껏 밟았다. 오른쪽 발로는 가슴을 밟더니 시체 위에 성큼 올라섰다. 그리고는 젖먹은 을 다해 두 손으로 숟가락을 움켜잡은 다음 힘껏 잡아당겼다.


"으드드득!”


마침내 이가 부러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숟가락이 뽑혀나오고 말았다.


청년은 이마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그리고는 곧 쌀자루와 숟갈, 그리고 횃불을 집어 들고 흘금흘금 뒤를 돌아보며 마을로 도로 내려가기 위해 방문이 난 방향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이 막 문지방을 넘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숟갈만 더어!”


청년은 그만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리며 그 자리에 문득 멈춰 서고 말았다.


지금 한 숟갈만 더 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조금 전에 숟갈을 물고 실랑이를 벌이던 바로 그 시체가 쌀을 한 숟갈만 더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였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느 틈에 시체가 벽을 기대고 일어나 앉아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무섭게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청년을 향해 한 숟갈만 더 달라고 계속 애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사람 환장하게 저게 왜 또 저러는 거지?"


청년은 그냥 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쌀을 한 숟갈 더 먹여 주기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씩 죽겠냐!”


잠시 망설이던 청년은 발걸음을 되돌린 다음 다시 시체에게로 서서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쩍 벌리고 있는 시체의 입속에 쌀을 한 숟가락 떠 넣게 되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다시 빼려고 할 때였다.


"으와~~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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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체가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숟가락을 꽉 깨물었던 것이다.


"이게 정말 미쳤나? 누구 죽는 꼴을 보려고 이 야단이지?“


청년은 숟갈을 다시 두 손으로 쥐고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아까 이가 많이 부러져 나가긴 했지만 이번에도 어찌나 몹시 꽉 깨물었는지 숟갈이 빠지기는커녕, 숟갈을 당기는 대로 시체가 앉은 채로 질질 끌려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허, 이거 좀 봐라.“


청년은 몹시 두렵기도 하였지만, 그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체의 이마에 발을 대고는 우왁스럽게 다시 숟갈을 잡아당겨보았다.


”으드드득~~~“


이번에도 그나마 남아있던 이가 부러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숟갈이 뽑혀 나오고 말았다.


”후유~~~ 원, 보다보다 별놈의 송장을 다 보겠군!“


청년이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지방을 넘을 때였다.


"한 숟갈만 더어!“


시체가 다시 두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앉은 채, 청년을 바라보며 다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게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청년은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쌀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 주게 되었다. 입을 꽉 다물고 숟가락을 깨무는 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진땀을 흘려가며 간신히 숟갈을 빼낸 청년이 다시 방문 앞에까지 나갔을 때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체가 아까보다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청년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마워. 그럼 잘 가아~~~!”


정말 다행이었다. 청년의 입에서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도 쌀 한 숟갈을 더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으응, 그래, 잘 있어!“


청년은 은근히 떨려 나오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밖으로 뛰쳐나와 마을을 향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밖은 아까 산으로 올라올 때보다 더 캄캄했다. 여전히 산짐승들의 울부짖음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험한 산길을 황급히 내려오고 있는 청년의 몸은 마치 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숨이 차고 입도 바작바작 탔다. 누군가가 뒤에서 자꾸만 쫓아오고 있는 것만 같아 등골이 오싹하면서 뒤를 볼아볼 수도 없었다.


"아, 이제 저 산 하나만 넘으면 마을이 되겠구나!”


허둥지둥 정신없이 산길을 내려오던 청년이 이윽고 저만큼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되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공포스럽기만 하던 마음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야 살았다. 아마 마을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내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마중을 나온 모양이군!“


청년은 이제야 살았다는 반가운 마음에 그 사람 앞으로 급히 다가가며 소리쳐 물었다.


"거기 누구세요? 접니다!”


“…….”


"누구시냐구요?“


“…….”


그런데 이상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그 사람은 어떻게 된 일인지 두 번이나 소리쳐 물어봐도 대답은 하지 않고 아까부터 손만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청년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사람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청년이 누구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손만 흔들며 잠자코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왜 아까 한 숟갈만 준 거지? 한 숟갈 만 더 줘!”


“으아아악~~~!”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겁에 질려있던 청년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갑자기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지며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 사람은 마중을 나온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까 산속의 외딴집에서 쌀을 한 숟갈씩 받아먹은 시체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시체가 어느 틈에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미리 와 있었는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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