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공포] 귀신으로 변한 아내

[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by 겨울나무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란 이름으로 남과 북이 다시 가로막힌 지 얼마 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휴전선 남쪽에 인근한 곳에는 30여 채의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고 아담한 마을에서 살아가며 다시 재기의 날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곳 산골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단 규모의 해병대 부대가 주둔 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부대에 하사관으로 근무하는 해병대 상사 한 명이 방을 얻기 위해 이 마을을 찾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상사는 곧 이 마을에서 허름하고 작은 방 하나를 얻어 신혼살림을 차려 놓고 살게 되었다. 하사관들도 영외 거주가 허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사의 이름은 정근식이었으며 현재 부대에서 헌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비록 전시였지만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함께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한 신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정 상사는 워낙에 성품이 착한 데다가 인사성도 바르고 근실한 젊은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남들이 힘겨워하는 부대 생활도 아무 탈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범적인 군인이기도 하였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항상 먼저 반갑게 아는 체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려고 애를 썼다. 그런 정 상사였기 때문에 그는 이 마을로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두터운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정 상사 그 사람, 사람이 아주 그만이야.”


"아암, 그런 사람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드문 사람이고말고.”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정 상사의 칭찬으로 이야기의 꽃을 피우곤 하였다. 그런 가운데 정 상사는 날마다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부대로 걸어서 출근을 하고, 저녁때가 되면 이 마을로 퇴근을 하는 마치 시계처럼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힘든 그런 군 생활이었지만 정 상사는 늘 마음만은 그 누구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아주 행복했다.


오늘 저녁에도 여느 때처럼 정 상사는 부대의 일과를 마치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와 같이 깨가 쏟아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오늘따라 부대에 바쁜 일이 많이 밀려 다른 날보다 훨씬 늦게 부대에서 퇴근을 하게 된 것이다.


부대에서 마을까지의 거리는 불과 2, 3km 정도 떨어지지 않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러기에 교통 수단도 없었지만, 정 상사는 부대에서 집까지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의 거리를 걷는 것은 정 상사뿐만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자동차가 별로 없던 시절이어서 웬만한 거리는 누구나 걸어서 다닐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밤길을 걷고 있는 정 상사 역시 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인간이기에 늦게 퇴근할 때마다 마음이 늘 켕기고 겁이 났던 것이다. 매일 쳇바퀴 돌 듯 오가는 길이었지만 오늘처럼 늦게 퇴근을 하는 날이면 언제나 겁이 날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낮은 산밑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이 하나 있었다. 돌로 된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 그 개울을 건너고 나면 다시 한낮에도 으스스할 정도로 기분 나쁜 성황당 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한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저 그렇고 평범한 개울이며 성황당이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개울과 성황당에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오는 갖가지 소름이 돋을만한 해괴한 사건과 사연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여 꺼림칙하기 그지없는 장소들이었다.


정 상사가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겁을 먹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으스스한 사연들이 머리에 떠오르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마침 음력 보름이 가까워서 그런지, 사방을 밝게 비춰주고 있는 둥근 달이 정 상사로서는 여간 반갑고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은근히 겁에 질린 정 상사의 등과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 상사는 마침내 징검다리가 놓여진 그 문제의 개울을 무사히 건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성황당이 저만큼 앞에 보이는 고갯길을 한창 부지런히 오르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아니, 저것들이 도대체 뭐지?“


그렇지 않아도 잔뜩 겁을 먹고 긴장하고 있던 정 상사는 저 앞에 펼쳐진 희한한 광경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지금 정 상사가 지나가야 할 저 앞의 길 양쪽 산기슭에 솔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작은 소나무의 뒤에 알 수 없는 하얀 물체가 반쯤 몸을 가린 채 숨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 하얀 그림자들은 하나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갯길 양쪽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소나무들의 뒤마다 하얀 모습이 겨우 일부분만 보일락말락 할 정도로 몸을 감춘 채 마치 정 상사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꼼짝을 하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게 다 사람들 같긴 한데……!?”


저런 희한한 광경을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 상사는 화들짝 겁에 질려 곧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느새 입에 고였던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정 상사의 손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으로 가는가 했더니 재빠른 동작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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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드러지면서도 요란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소나무 밑에 숨어 있던 그것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길바닥으로 우르르 뛰어내려오는 것이 정 상사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정 상사는 더욱 겁에 질린 채 곧 정신을 모두 빼앗길 것만 같았다.


그들은 지금까지 소나무 뒤에 죽은 척하고 오그리고 앉아 있던 물체들이 틀림없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하얀 한복을 입고 꼼짝없이 숨어 있던 처녀들이었던 것이다.


소복차림의 처녀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길게 풀어 늘어뜨린 채, 정 상사를 보자 몹시 반가운 듯 대여섯 명이 정 상사의 주위를 둥그렇게 에워싸며 여전히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깔깔깔…….”


처녀들은 여전히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이번에는 저희들끼리 손에 손을 잡고 정 상사를 에워싼 채, 마치 강강수월래를 하듯 정 상사의 주위를 빙빙 맴을 돌면서 몹시 즐거운 듯 신바람이 나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다, 당신들은 누, 누구요? 당장 비키지 못하겠어?“


정 상사는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러나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하"하하하…….”


“깔깔깔…….”


그러나 처녀들은 정 상사의 말은 들은 척도 없이 연신 섬뜩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여전히 춤만 추고 있었다.


치맛자락을 바람에 나불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처녀들의 춤에 정 상사는 순간 귀신에 홀릴 듯 머리가 빙빙 돌면서 곧 정신을 잃고야 말 것만 같았다.


정 상사는 마침내 권총을 그들에게 겨누면서 소리쳤다.


"어서 비키란 말이야! 정말 비키지 않으면 쏘아죽여버리겠단 말이야!“


"하"하하하…….”


“깔깔깔…….”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정신이 혼미한 중에도 마음을 굳게 먹은 정 상사가 곧 권총을 발사할 듯이 겨누면서 무섭게 소리쳤지만 처녀들은 전혀 겁을 내지 않았다. 겁을 내기는커녕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오히려 점점 더 자지러지게 큰 소리로 웃으면서 여전히 정 상사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즐거운 듯 더욱 신바람이 나서 춤을 추고 있었다.


“탕! 탕! 탕!”


정 상사는 마침내 처녀들을 향해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녀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조금 전에 자신들이 숨어 있던 소나무 밑으로 바람처럼 빠른 동작으로 달려가서 몸을 숨겨버리는 것이 아닌가.


“후유우~~~”


정 상사는 일단 긴 한숨을 들리켠 다음에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놓으려고 할 때였다.


"히히히…….”


“호호호…….”


소나무 뒤로 달려가서 꼼짝도 하지 않고 숨어 있던 처녀들이 다시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내면서 조금 전처럼 뛰어 내려와서 다시 정 상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잇! 나도 모르겠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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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공포에 사로잡힌 정 상사는 이번에도 처녀들을 향해 미친 사람처럼 권총을 난사했다. 총소리에 놀란 처녀들은 이번에도 재빠른 동작으로 모두 소나무 뒤로 달려가서 몸을 숨기고 말았다.


총소리가 울리면 소나무 뒤로 숨고, 정 상사가 발걸음을 조금 떼어놓으면 다시 우르르 뛰어 내려오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동안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 상사가 다시 처녀들을 향해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대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이번에도 다른 처녀들은 모두 다시 소나무 밑으로 재빨리 달려가서 몸을 숨긴 채 움직이지 않고 그림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쪽 맞은편에서 한 여자가 정 상사에게 급히 다가오면서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보, 저예요, 저! 왜 그렇게 총을 쏘고 야단이세요? 제발 그만 좀 쏘시라고요!”


상황이 바뀌게 되자 정 상사는 더욱 겁이 났다. 정 상사는 순간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소리지르며 다시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아니, 넌 또 뭐야? 에잇! 탕!탕! 탕!“


정 상사는 이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겁에 질린 정 상사의 귀에 그 여자의 목소리도 제대로 분간할 리가 없었다. 정 상사가 쏘고 있는 귀청이 날아갈 듯한 요란한 총성이 산골짜기와 밤하늘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으아아악~~~!“


곧이어 여자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소리가 산골짜기를 흔들어놓고 말았다. 정 상사에게 다가오고 있던 여자가 마침내 정 상사가 쏜 권총에 맞아 길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총을 맞고 쓰러진 그 여자, 그 여자는 다름 아닌 바로 정 상사의 아내였던 것이다. 오늘따라 정 상사의 퇴근이 늦어지자 겁도 없이 밤길에 마중을 나왔다가 미친듯이 총을 쏘아대는 정 상사에게 뜻밖의 참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눈이 뒤집힐 대로 뒤집히고 정신이 나간 정 상사의 눈에는 아내 역시 머리를 늘어뜨린 처녀 귀신으로 착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탕 탕! 탕!”


눈이 뒤집힌 정 상사는 여전히 쓰러진 여인을 향해 계속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한참 후,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정 상사가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총에 맞아 쓰러진 여인이 바로 끔찍이 사랑하던 아내임을 알아차리고는 다급히 아내를 부축해 일으키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으흐흑……. 여보, 미안해요. 내가 미쳤지, 정말 내가 눈이 뒤집혀서 당신도 몰라봤단 말이야, 으흐흑…….“

아내의 숨은 다행히 아직 끊어지지는 몸은 온통 피투성이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자 정 상사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아내를 정성껏 껴안으며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으흐흑……. 여보! 정신 좀 차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눈을 좀 떠보란 말이야!“


그런데 바로 그때 또 뜻밖의 일이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그 곱고 아름답던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던 아내가 갑자기 새빨갛게 피로 물든 눈을 부릅뜨고 정 상사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눈초리로 정 상사를 노려보면서 성이 바짝 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노옴……! 나를 똑바로 보렴. 지금 네 눈깔에는 내가 네 아내로 보인단 말이냐?“


"으아아악! 사람 살려요! 사라암 살려어~~~!“


순간 정 상사는 지금까지 품에 안고 있던 여인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미친 듯이 소리소리 지르면서 마을을 향해 허둥지둥 달려가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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