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은 날마다 틈만 나면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온종일 산과 들로 쏘다니며 동물 구경을 하는 일을 즐기곤 하였습니다.
“히야, 그거참, 희한하게 생긴 짐승들도 다 있구나! 그거참, 보면 볼수록 신기하 기도 하고 기분이 좋은걸!”
임금님은 마음껏 하늘을 나는 새들, 그리고 제 마음대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노는 짐승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곤 하였습니다. 정말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임금님은 처음 볼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임금님은 갑자기 신하들을 모두 모아 놓고 묻게 되었습니다.
“짐의 몸이 이제 나이가 좀 들어감에 따라 거동이 점점 불편해져서 짐승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구경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도다. 그 동안 짐은 틈이 나는 대로 그대들과 함께 짐승들을 구경하러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었으나 이제는 기운이 딸려 그 좋아하는 일조차 힘에 겨운 일이 되었으니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소.”
임금님의 목소리는 전과는 달리 몹시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짐이 짐승들을 몹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이제 나라가 다 아는 사실이오. 그러나 짐은 결코 짐승 구경을 포기할 수는 없소. 그래서 이제부터는 편안히 이 자리에 앉아서도 짐승들을 구경할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해서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이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말해 보시오!”
임금님의 말이 끝나자 신하 한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짐승들을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시려면 가장 먼저 산에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는가를 먼저 조사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걸 조사해서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오?”
“예, 그래야 그 동물들의 종류에 따라 가두어 기를 수 있는 우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옵니다.”
“오라! 그러니까 우선 짐승들의 우리를 먼저 지어 놓은 다음에 짐승들을 잡아다가 기르자 이 말이 아니겠소?”
“예, 그렇사옵니다.”
“허어, 그거참, 좋은 생각이로다! 그렇다면 짐승들을 잡아 오는 대로 그때마다 우리를 나중에 짓는 게 순서가 아니겠소?”
“아니옵니다. 짐승들 중에는 워낙에 성격이 포악해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맹수들이 너무나 많사옵니다. 그래서 그들을 가둘 수 있는 우리부터 마련해 놓지 않고 짐승을 먼저 잡아 왔다가는 뜻밖의 큰 변을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허어,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럴듯하오. 그럼 도대체 맨 먼저 어떤 일부터 해야 좋겠다는 말이오?”
“그러니까 소신의 생각은 우선 산에 가서 짐승들의 종류를 먼저 자세히 조사한 다음, 우리를 짓고, 그다음에 짐승들을 잡아 오도록 하는 것이 순서일 듯 하옵니다.”
“허어, 과연 현명한 생각이로다!”
임금님은 흐뭇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곧 용맹스러운 장수들을 불러 몇 명씩 조를 짜게 한 다음, 조별로 산이나 들로 나가 짐승들의 종류를 자세히 조사해 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임금님은 마침내 장수들을 불러 놓고 기대에 찬 들뜬 표정으로 묻게 되었습니다.
“여러 날 동안 정말 수고들이 너무 많았소. 시간의 여유를 아주 넉넉히 주었으니까 그동안 자세히 조사가 됐을 것으로 믿고 있소.”
임금님은 일단 이렇게 고마움의 인사부터 해놓고는 1조를 향해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그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짐승들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 것으로 조사가 됐는지요?“
그러자 장수 한사람이 대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아가고 있는 짐승들은 그 종류가 너무나 많아 대략 백여 종류가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가 되었사옵니다. 황공하오나 시일을 더 많이 주셔야 좀 더 자세하게 조사가 될 것으로 아뢰옵니다.”
"허어, 그렇게나 많단 말이오? 정말 수고가 많았소.“
임금님은 짐승들이 그렇게 많다는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렇게 대답하고는 이번에는 2조 장수를 향해 다시 물었습니다.
"예, 저희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확하게 여덟 종류이옵니다.”
그래요? 겨우 여덟 종류란 말이오?“
“예, 그렇사옵니다.”
“……?”
임금님은 갑자기 짐승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금방 실망한 듯 언짢아진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다시 이번에는 3조 장수를 향해 묻게 되었습니다.
"예, 소인들이 조사한 바로는 정확히 다섯 종류였사옵니다.”
“뭐라고? 다섯 종류 밖에 안 된다고?”
“예, 분명히 그렇사옵니다.”
임금님은 더욱 기분이 언짢아져서 얼굴까지 벌겋게 되어 이번에는 4조 장수를 향해 물었습니다.
“소신들이 조사한 바로는 정확하게 네 가지 종류였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임금님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까지 부르르 떨면서 다시 5조 장수에게 물었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들은 아무리 열심히 조사를 해보았지만 우리나라에는 꼭 두 가지 종류의 짐승들만이 살고 있을 뿐, 더 이상은 없는 것으로 조사가 되었사옵니다.”
“허어, 저런 저러언 변이 다 있나.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쯧쯧쯧……. 그래 명색이 이 나라의 이름난 장수라는 사람들이 그래 짐승들의 숫자 하나 제대로 셀 줄을 모른단 말이오?”
“……!”
“……!”
임금님은 그만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린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야 말았습니다. 그런 임금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장수들 역시 어찌된 영문을 몰라 겁에 질린 채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동물을 좋아하는 임금님에게 신하 한 사람은 맨 먼저 동물의 종류를 조사한 다음에 짐승들을 가둘
우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신하의 말은 과연 옳은 것인지요? 신하의 의견에 잘못이
있으면 말하여 봅시다.
2. 장수 한 사람은 짐승들의 종류가 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까닭에 대하여
말하여 봅시다.
3. 그다음 장수들은 정확하게 각각 여덟 종류, 다섯 종류, 두 종류의 동물들이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대답한 까닭에 대해서도 잘 생각하여 말해 봅시다.
4. 이 글의 제목은 '어리석은 임금님' 입니다. 왜 그런 제목이 붙여지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말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