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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17. 2021

늙어지는 샘물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몹시 더운 여름날 오후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더위를 참다 못한 순주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어휴~~~ 정말 더워서 미치겠네. ”     


“너만 더워서 미치는 줄 아니? 난 목이 타서 견딜 수가 없는걸. 이럴 때, 옛날처럼 마음껏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여기저기 펑펑 솟아오른다면 얼마나 좋겠니?”    

 

영란이도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덩달아 짜증스럽게 대꾸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순주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영란아, 너 ‘젊어지는 샘물’이란 전래 동화 읽어본 적이 있지?”     


"그러엄, 그렇게 유명한 이야기인데 그걸 여태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런데 왜 그건 갑자기 묻지?“     


“푸후훗, 난 그 얘기를 생각할수록 자꾸만 웃음이 나와서 그래.”     


"이런, 싱겁기는……. 그 얘기가 도대체 뭐가 우습다는 거니?”   

 

순주가 킥킥거리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표정을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다.  

    

“그럼 우습지 않고. 젊어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샘물을 배가 부르게 마셧다가  아기가 되었다는 할아버지 얘기 말이야. 푸하하…….”     


“그게 뭐가 그렇게 우습니? 넌 그럼 그런 샘물이 있다면 적당히 조금만 마시고 말 것 같니?”    

 

“그러엄, 그럼 내가 미쳤다고 그 샘물을 실컷 마시고 아기가 되는 욕심꾸러기인 줄 알았니?”     


“피이, 아마 모르긴 해도 너도 그렇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샘물이 있기만 하면 모두 아기가 될 정도로 실컷 마시게 될 거다.”     


“정말 그럴까?”     


“물론이지. 그런데 참, 왜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젊어지고 싶어 할까?”    

 

“그야 사람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뭐.”  

   

“여러 가지 이유? 그게 뭔데?”     


“글쎄, 얼른 생각은 나지 않지만 어쨌든 늙는다는 건 모두 싫어하지 않니? 흉하기도 하고.”     


“뭐어? 흉하다고? 뭐가 흉한 건데?”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보면 살이 우글쭈글하고 말하는 것도 어눌하고 모두가 흉하지 않니?”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그런 모습으로 보기 싫어지는 것보다는 힘이 넘치고 싱싱하고 발랄한 젊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게 아무래도 좋잖아.”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그러니까 누구나 현재보다 젊어지기를 원할 것이다. 이 말이지?”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젊어질 수만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이루어 보게 될 수도 있지 않겠니?”     


“으음, 정말 그런 좋은 점도 있겠구나!”     


영란이의 말을 듣고 순주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더라.”     


“뭐가?”     


“가끔 우리 엄마나 아빠도 그러시지만, 다른 어른들도 얼른 늙어서 돌아가시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시던걸.”     

“그건 가끔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이 들고 짜증이 날 때만 하는 소리지 실제로 늙어서 얼른 죽고 싶은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걸.”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가끔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      


순주의 말에 영란이는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순주가 갑자기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후후훗, 영란아, 그럼 만일 세상에 반대로 이런 게 생기면 어떻게 될까?”


"어떤 거 말인데?"     


“젊어지는 샘물'이 아니라 '나이 먹는 샘물'이 이 세상에 생긴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 말이야.”     

“호호호……. 뭐어? 나이 먹는 샘물? 그거참 재미 있는 생각인걸."     


영란이도 흥미 있다는 듯,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순주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두 가지 샘물이 생긴다면 넌 어떤 물을 하실 생각이니?“    

 

"글쎄, 어떻게 생각하면 젊어지는 샘물을 먹고 싶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나이 먹는 샘물을 마시고 싶기도 해서 얼른 결정을 못하겠는걸.”     


“그건 왜?”     


“지금보다 더 어려진다면 내가 그동안 못한 일을 다시 할 수도 있지만, 또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거든.”     


"넌 그럼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이니?“     


”응, 아무래도 어른이 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어른들을 보니까 괜히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     


“그래? 뭐가 부러웠는데?"     


”으음, 우선 우리들처럼 맨날 지겨운 숙제를 안 해도 누가 뭐라고 나무라지도 않고, 또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지 않니?“     


"호호호……. 네 얘길 듣고 보니 정말 일 리가 있구나. 그리고 또?”     


"그리고 또 그런 거 말고도 얼른 생각이 나진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밖에도 좋은 점이 많이 있거든.“     

순주의 말에 영란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솔깃해져서 되물었습니다.  

    

“그 좋은 점이라는 게 뭔데?”     


“푸후훗, 그럼 너 이 얘기는 정말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알았지?”     


“비밀? 그래 약속할 테니까 빨리 말해 봐.”     


순주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하는 바람에 영란이는 호기심이 잔뜩 어린 눈으로 순주를 다그쳤습니다.     

“난 말이지. 어서 어른이 되어 예쁘게 화장도 해보고 싶고, 또 얼른 결혼해서 예쁜 아기도 낳아 보고 싶단 말이야. 푸하하…….”     


“호호호……. 난 또 비빌이라고 하기에 무슨 큰 비밀인 줄 알았지 뭐니.”     


“뭐어” 이런 게 큰 비밀이 아니면 뭐니? 그리고 이 비밀만은 약속대로 꼭 지켜 줘야 된다, 알았지?“  

   

“그래 염려 마. 정말 알았다니까. 호호호…….“    

 

영란이는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대꾸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우습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그런 샘물이 생긴다면 아마 이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고 말 거야. 그치?”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호호호……. 생각을 좀 해 보렴. 가령 어느 엄마는 젊어지는 샘물을 실컷 퍼마셨는데 그 엄마의 딸은 반대로 나이 먹는 샘물을 마셨다면 그 결과가 떻게 되겠니?”     


“푸하하……. 정말 그렇겠구나! 그렇게 되면 딸은 대신 엄마가 되고, 엄마는 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호호호…….”     


“후후훗. 생각해 보니까 그거 정말 재미있겠는걸”   

  

“푸후흡…….”     


“깔깔깔…….”     


순주와 영란이는 무더위도 잊은 채, 얼굴을 마주 보며 한바탕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만일 이 세상에 '젊어지는 샘물' 이 정말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를 말해 봅시다.      


2. '나이 먹는 샘물' 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에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해 봅시다.     


3 ‘젊어지는 샘물’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에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해 봅시다.     


4. 이 글에서 얼른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른이 되면 과연 좋은 것인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좋은 점과 반대로 나쁜 점을 모두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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