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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16. 2021

짐승이 된 아기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난 듯 승호가 물었습니다.     


“야, 너 정말 이따가 민철이네 집에 딱 한번만 놀러 가자, 응?”     


“글쎄 난 싫다니까 짜증나게 자꾸만 그러니?”     


경수는 이번에도 서슴지 않고 한마디로 얼른 거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뭐어? 도대체 왜 싫다는 거야? 민철이가 너하고 같이 와서 오락게임을 하자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도 난 싫다니까.”     


“왜 싫은 건데?”     


“우리 엄마가 알면 혼내 준단 말이야. 그런 나쁜 아이들하고 어울려 논다고.”     


“뭐어? 민철이가 나쁜 애라고?”    

 

“우리 엄만 놀기만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오락같은 거나 오래 하는 아이들은 무조건 다 나쁜 아이 취급을 하거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아이들과 잠깐 놀았다고 해서 네 성적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떨어질 수도 있는 거지.”     


"어째서?”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그런 아이를 하고 잠깐만 놀면 되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니? 그런 아이들하고 자주 어울리며 노는 게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그야 그럴 수도 있지만 어쩌다 한 번 같이 논다고 공부에 무슨 큰 지장이야 있겠니?”     


“맞아. 네 말대로 딱 한 번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 그렇지만 누구나 차츰 나쁜 물이 들기는 쉬워도 좋은 습관을 기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럼 넌 정말 끝까지 민철이네 집에 놀러 가지 않겠다 이 말이니?”    

 

“나도 가고 싶기느 하지만 우리 엄마하고 약속했기 때문에 못 가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나를 자꾸만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가고 싶으면 너나 가란 말이야.”     


“야아, 너 정말 지독하구나, 지독해. 그래, 그럼 넌 어서 집에 가서 공부나 많이 해라. 이 공부벌레야.”   

  

가분이 상해진 승호는 비꼬는 투로 경수를 바라보며 투덜거렸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승호가 다시 경수를 불렀습니다.     


“경수야!”   

  

“응?”     


“정말 사람들은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건 갑자기 무슨 소리지?”     


“쉽게 예를 들자면 너의 엄마 말대로 착한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과 오랫동안 같이 어울리게 되면 정말 나쁜 물이 들게 되느냐 이 말이야?”     


“난 분명히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그럼 나쁜 사람들도 착한 사람과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착해지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힘든 일이래.”     


“어째서 그렇대?”     


“인간은 누구나 착한 행동을 배우기보다는 나쁜 행동을 배우기가 훨씬 더 쉽다는 거야.”     


“그래? 가만히 듣고 보니까 정말 그럴 것 같기도 하구나! 참,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니?”  

   

“어떤 경우?”     


“워낙 천성이 착한 사람은 아무리 나쁜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도 착한 마음이 변치 않고 그대로라는 거야. 그리고 천성이 나쁜 사람들 역시 아무리 착한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도 나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거든.”


“글쎄에? 그렇지만 천성도 변하는지 안 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사는 게 틀림없대.”     


“그래?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건데?”     


“우리 아빠가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거든.”     


“어떤 얘기인지 말해 봐.”     


“으음, 옛날이야기인데 말이지. 어떤 나라에서.”     

“그런데?”   

  

“어느 엄마가 사내아기를 하나 낳았대.”     


“그, 그래서?”


“그런데 그 아기가 자라서 어느 정도 아장아장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만 엄마가 아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 어떻게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엄마의 품을 벗어난 다음, 어떻게 된 영문이지는 모르지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대.”    

 

“뭐어? 산속으로? 혹시 사나운 짐승들이 아기를 물고 간 게 아닐까?”     


“글세 그건 나도 잘 모르지만, 그 후로 그 아기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20년이나 넘는 긴 세월을 짐승들과 함께 지내면서 살았다는 거야.”    

 

“뭐어? 말도 안 돼. 그럼 그동안 짐승들이 잡아먹지도 않았단 말이니?”     


승호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거짓말이라는 듯, 눈이 둥그렇게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도 거짓말 같지? 그러나 용케도 짐승들과 함께 지내면서 죽지 않고 살아 있더라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알게 됐는데? “그 아기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누가 실제로 봤대?”     


"나중에 그 엄마가 자식을 찾게 되었으니까 알았겠지, 그걸 어떻게 알았겠니?“     


“하하하……, 너 이제 보니까 나한테 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고 있구나? 세상에 그런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누가 믿겠니?”     


승호는 더욱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라는 듯 마침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글쎄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정말 있었던 이야기래.”     


“그게 사실이라면 그때 그 아기는 옷은 입고 있었을까?”     


“글쎄.”     


“말은 할 줄 알게 되었을까?”     


“글쎄.”     


“엄마를 만나보자 반가워했을까?”     


“글쎄.”     


“그럼 짐승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처럼 걸어다니고 있었을까?”     


"글쎄.”     


그러자 승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야아! 으이그 짜증나. 넌 아빠한테 얘기를 들었다면서 무슨 대답이 처음부터 끝까지 글쎄 타령만 하고 있니?" 

  

승호의 물음에 경수도 깔깔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하하하……. 너도 우습지 않니? 우리 아빠도 그때 내가 궁금 걸 물어보니까 지금 나처럼 글쎄 타령만 하셨거든. 네가 직접 알아맞혀 보라고 말이야. 하하하…….”     


“그래? 그럼 그때 너처럼 이번에는 내가 알아맞혀 보란 말이지?”    

 

"그야 두말하면 군소리지, 하하하…….”     


경수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승호는 그런 경수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친구들 중에 누군가가 마음씨가 착한 친구, 또는 나쁜 친구들과 오랫동안 사귀며 어울린 결과 그 친구처럼

    착해지거나 나쁘게 된 것을 본 적이 있으면 말해 봅시다.     


2. 사람의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들어 설명해 봅시다.     

3. 만일 갓난아기가 어느 정도 기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뒤에 산속에 버려진채 짐승과 어울려 

    약 20여 년을 어울려 살게 했을 경우.   

  

   그때 크게 자라 어른이 되었다면 그 사람은 짐승과 같은 동작이나 행동을 할까요? 아니면 사람과 같은 

   행동으로 움직이게 될까요? 생각한 대로 이야기해 봅시다.   

  

4. 20여 년 동안 산속에서 짐승들과 같이 생활을 해 온 아기는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크게 

    자란 뒤에도 짐승의 소리를 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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