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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19. 2021

두뇌를 파는 가게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두석이는 오늘도 엄마한테 심하게 야단을 맞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본 시험 성적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야, 이 녀석아, 이걸 시험지라고 받아 왔어?“    

 

두석이의 시험지를 훑어보던 엄마는 성이 잔뜩 난 무서운 표정이 되어 두석이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두석이의 시험 성적이 안 좋은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번번이 그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화를 낼 만도 합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허구한 날, 밖으로 쏘다니며 놀기만 하는 두석이입니다. 공부를 하는 일이라면 아예 10리 밖으로 도망을 칠 정도로 싫어하니 시험 점수가 좋을 리가 없습니다.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너 오늘은 엄마한테 매 좀 맞아야 되겠다. 그러니까 당장 가서 회초리 좀 가지고 오란 말이얏!”     


화가 난 엄마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높아졌습니다. 두석이는 곧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목소리로 아마 성악을 했다면 유명한 성악가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회초리가 없는걸.”     


“뭐어? 회초리가 없다고?”     


두석이의 태연스러운 대답에 화가 난 엄마의 얼굴색이 더욱 벌겋게 물들며 두석이를 다그쳤습니다.    

 

“회초리가 없다니? 거기 잘 둔 회초리가 제 발로 도망이라도 갔다는 거니?”     


“오늘 이럴 줄 알고 미리 어제저녁에 내가 멀리 갖다 버렸단 말이야.”     


“뭐라고? 아니 이 녀석이 정말 혼이 나도 단단히 나야 되겠구나!”     


두석이의 뻔뻔스러운 대꾸에 엄마는 하도 어이가 없어 입을 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몽둥이를 하나 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네가 회초리를 갖다 버리면 못 때릴 줄 알았니? 자, 종아리부터 걷어 올렷!”   

  

엄마는 당장에 매를 칠 기세로 두석이에게 덤벼들고 있었습니다.   

  

“엄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다음에는 정말 잘 할게. 그리고 약속할게. 그리고 자식을 그렇게 때리면 엄마도 이 다음에 벌을 받게 된단 말이야.”   

  

다급해진 두석이는 매를 든 엄마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엄마한테 애원을 하였습니다. 

    

“뭐? 한 번만이라고? 내가 또 속을 줄 알고? 그리고 엄만 벌을 받아도 좋아. 네가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엄마를 속인 게 너 한두 번이 아니잖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엄마는 마침내 두석이의 종아리를 닥치는 대로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야! 아야! 그만 좀 때려. 정말 아프단 말이야.”   

  

“아니 그래도 이 녀석이 엄살은……. 넌 이 정도로는 정신을 차릴 녀석이 아니란 말이야. 도대체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돌대가리란 말이니?”     


엄마는 종아리를 치던 매로 두석이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치이, 닮긴 누굴 닮아. 아빠가 아니면 엄마를 닮았겠지.”     


"아니 그래도 이 녀석이 입은 살아 있어서 말대꾸하는 것 좀 봐.“     


두석이는 역시 변죽 솜씨가 뛰어난 아이였습니다. 두석이가 여전히 유들유들한 태도로 대꾸하는 바람에 더욱 약이 오른 엄마는 두석이의 종아리를 다시 힘껏 후려치고 있었습니다.     


“아야, 아야얏! 어이쿠, 너무 아파라. 엄마,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이젠 아무리 돌대가리라 해도 이렇게까지 때릴 필요는 없단 말이야.”     


“뭐라고? 그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그러자 두석이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 자꾸 그렇게 때리지만 말고 내 말 잘 좀 잠깐 들어 봐.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몇 년 안 가서 정말 두뇌를 파는 가게가 나온단 말이야.”     


“아니, 뭐라고? 이 녀석이 매를 맞기 싫으니까 이제 헛소리까지 하고 있잖아?”     


엄마는 듣기조차 싫다는 듯 다시 두석이에게 매질을 하려고 덤벼들었습니다.     


“엄마, 잠깐만! 정말 내 말이 맞는다니까.”     


“맞긴 뭐가 맞는데?”     


“앞으로는 말이지. 사람의 두뇌보다 더 좋은 컴퓨터가 나온다는 거야.”     


“그, 그래서?”     


“그런 날이 오면 그까짓 공부는 해서 뭘 하느냔 말이야? 그런 컴퓨터가 나오면 가게에서 사오면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엄마?”     


“그럼 너 같은 돌대가리도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물론이지.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누가 더 머리가 좋으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컴퓨터를 더 잘 다룰 줄 아느냐가 더 중요한 날이 온단 말이야.”     


“그럼 넌 그런 머리를 가지고 컴퓨터는 잘 칠 수 있겠다 이 말이니?”    

“그야 물론이구말구. 컴퓨터는 바로 나처럼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거든. 엄마, 그러니까 화만 내지 말고 이제부터는 나도 컴퓨터 학원에나 보내 달란 말이야. 알았지?”     


"어이구, 공부를 하든지 말든지 나도 이젠 모르겠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매를 던지고는 주방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푸후훗. 그까짓 공부 좀 못 한다고 번번이 괜히 야단이란 말이야.”     


두석이는 종아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어느새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두석이는 사람의 머리보다 더 뛰어난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교 공부를 집어 치우고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였습니다. 두석이의 의견에 느낀 점이 있으면 말해 봅시다.   

  

2.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로 생각해서 만들어 낸 기계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의 두뇌보다 더 뛰어난

   컴퓨터가 과연 나올 수 있는 것인지요? 이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말해 봅시다.     


3. 만일 사람의 두뇌보다 더 뛰어난 컴퓨터가 나온다면 과연 학교 공부는 필요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 봅시다.     


4. 만일 여러분들의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벌을 주기 위해 회초리를 마련하여 보관해

   두었다면 여러분은 그 회초리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들 것이며 또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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