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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0. 2021

어떤 경우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첫째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잿빛으로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어느 새 함박눈이 탐스럽게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야! 눈이 온다아~~!”     


“어디? 어디? ”     


“히야! 정말 함박눈이 오는구나!”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삽시간에 유리창가로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소리없이 펼펼 내리고 있는 눈을 구경하기 위해 모두가 심바람이 나서 야단법석들이었습니다.     


신바람이 난 누군가의 입에서는 벌써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목화송이보다 더 탐스러운 눈이어서 더욱 신이 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그러자 하나둘씩 따라서 노래를 부르는가 했더니 어느새 합창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야! 너희들만 보면 되니? 나도 좀 보자!”     


잠깐 볼 일 때문에 화장실에 갔던 동수가 소리치며 유리창가에 다닥다닥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을 힘껏 비집고 끼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쨍그랑!“     


“어이쿠, 이마야!”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은주가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동수가 힘껏 아이들을 떠밀고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은주의 이마가 유리창에 부딪쳐 유리창을 깨뜨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은주는 이마를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삽시간에 은주와 동수의 주위로 빙 둘러섰습니다. 눈이 내리는 광경보다 더 흥미있는 구경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수는 저한테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듯 싱글싱글 웃으면서 약간 쑥스러우면서도 불안해한 표정으로 은주를 흘금흘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은주 역시 여전히 아픈지 한 손으로는 이마를 문지르며 원망스러운 눈으로 동수를 무섭게노려 봅니다.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시끄럽게 야단들이지?”     


그때, 마침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이 아이들이 소란을 피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습니다.


그 바람에 은주와 동수의 주위에 빙 둘러섰던 아이들은 겁이 난 얼굴로 은주와 동수만 남겨둔 채, 재빨리 모두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동수는 입을 꼭 다물고 그 자리에 선 채, 여전히 은주의 눈치를 흘금흘금 살피고 있었습니다. 은주 역시 잔뜩 찡그린 얼굴로 동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아니 유리창이 깨졌잖아? 누가 깨뜨렸지? 가만히 보니까 너희들이 깨뜨린 모양이구나.”     


선생님 역시 약간 화가 난 얼굴로 동수와 은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아니어요. 전 깨뜨리지 않았어요.”     


동수가 펄쩍 뛰면서 대답하였습니다.     


“그럼 은주가 깨뜨린 모양이구나?”     


선생님의 물음에 은주도 펄쩍 뛰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아니어요. 제가 깨뜨린 게 아니어요.”     


선생님의 눈이 더욱 둥그렇게 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뭐라고? 너희들이 아니면 그럼 누가 깨뜨렸다는 거지?”     


은주와 동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꼭 다물고 있자, 이번에는 선생님이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너희들이 아니면 그럼 누가 깨뜨렸다는 거지?”     


“……!”


“……!”     


은주와 동수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꼭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선생님이 더욱 화가 난 표정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너희들 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하겠니?”     


그러자 더럭 겁이 난 동수가 먼저 대답하였습니다.  

   

“선생님, 정말이에요. 전 유리창에는 절대로 손도 대지 않았어요. 은주의 몸을 밀었는데 은주의 머리가 유리창에 부딪치면서 깨뜨리게 된 거라구요.”     


동수의 그렇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은주가 발끈해진 목소리로 동수를 노려보며 소리쳤습니다.     


“아니어요. 이 유리창은 동수가 깨뜨렸어요, 전 유리창가에 가만히 서서 눈이 오는 모습만 바라보고 서 있었는데 동수가 갑자기 뒤에서 밀었거든요.”     


동수와 은주의 설명을 들은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생각하기에는 동수의 말이 옳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은주의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선생님이 다시 동수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동수는 다만 은주를 밀었을 뿐이고 유리창은 손도 대지 않았단 말이지?”    

 

“네.”     


동수는 조금 안심이 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얼른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번에는 은주에게 물었습니다.     


“은주는 비록 네 이마가 유리창에 부딪치긴 했지만, 동수가 뒤에서 밀지만 않았어도 절대로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지?”     


그 말이 옳다는 듯 은주도 바로 고개를 힘있게 끄덕거렸습니다.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히야, 이 녀석들 좀 봐라. 자신의 잘못은 덮어두고 서로 상대방에게만 잘못을 떠넘기고 있잖아?”   

       

“……!”


“……!”     


은주와 동수는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반 아이들도 모두 아리송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생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동수의 태도에 대해 잘못된 점을 이야기해 봅시다.     


2. 은주의 태도에 대해 잘못된 점을 이야기해 볼시다.     


3. 만일, 여러분이 동수나 은주였다면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해 

   봅시다.     


4. 만일, 여러분이 은주나 동수의 담임 선생님이었다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설명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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