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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1. 2021

만일에 말이지……?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둘째 수업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자아이 세 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진주와 나영이, 그리고 숙희였습니다.     


“어머, 너 예쁜 반지 끼었구나! 참, 너 혹시 약혼한 거 아니니?”     


숙희가 나영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더니 호들갑을 떨며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나영이는 금방 얼굴색이 빨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흘기면서 톡 쏘았습니다.


“아니, 뭐라구? 너 말이면 다 하는 줄 아니? 당장 취소하지 못해?”     


"호호호……. 그래, 취소다. 취소야. 그리고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나영이가 정색을 하고 무섭게 덤비는 바람에 숙희는 미안해진 얼굴로 얼른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습니다.        

  

"호호호……. 그건 그렇고 그거 어디서 산 거니? 정말 예쁜데!“     


"이거 어제 길에서 파는 장수한테 산 싸구려 반지란 말이야.”    

 

나영이가 금방 누그러진 표정으로 설며애 주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거 얼마짜리니?”     


이번에는 나영이의 반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진주도 부러운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이거 아주 싼 거란 말이야.”     


“도대체 얼마짜린데?”     


“두 개에 5백 원이야.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우리 엄마 드리고 하나는 내가 낀 거라구.”     


“히야! 그거 정말 예쁘면서도 싸구나! 그럼 나도 당장 하나 사서 끼고 다녀야 되겠는걸. 그거 어디 가면 살 수 있니?”     


“너희들 학교길에 은행이 있는 시장 골목 알지?”     


“응, 알아.”     


“거기 리어커에 이런 저런 물건들 잔뜩 쌓아 놓고 파는 거 보지 못했니?”     


“아하, 바로 거기로구나! 나도 며칠 전에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거든.”     


진주는 이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러다가 진주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참, 너희들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니?”


나영이가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그럼 숙희 너는?”     


“으음, 이제야 생각났다. 바로 너 아니니?”     


“뭐어? 나라니?”     


진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호호호……. 너라니까 그것도 모르겠어? 난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 바로 진주라고 생각하고 있는걸.”     

“호호호……. 이제 보니까 정말 그렇구나! 내 이름도 차라리 진주처럼 다이아몬드나 루우비라고 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숙희의 대답에 나영이도 덩달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너희들 정말 자꾸만 이렇게 계속해서 내 이름 가지고 놀릴 거니?”     


진주가 조금 민망해진 얼굴이 되어 투덜거렸습니다.     


“아니야. 정말 네 이름이 너무 예쁘고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니까. 그건 그렇고, 너희들 보석 이름 많이 알고 있니?”     


“그건 왜?”     


“우리 누가 많이 알고 있는지 보석 이름 대기 해볼까? 나영이, 진주, 나, 이렇게 순서대로 말이야.”     


숙희의 말에 이번에는 나영이가 얼른 끼어들었습니다.     


“그래, 그래, 좋아. 그럼 내가 먼저다. 다이아몬드!”     


나영이 다음에는 진주, 그리고 숙희의 순서로 생각이 나는 대로 열심히 보석 이름들을 대고 있었습니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오팔!”     


“백금!”     


“수정!”     


“진주!"     


진주 차례가 되자, 진주가 그만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호호호…….”     


“호호호……. 아무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해도 그렇지 제가 제 이름을 부르는 아이가 어디 있니?”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걸 그럼 어떡하니?”          

“아깐 네 이름이 보석이라고 하니까 화를 내더구만.”     


“그땐 그때지 뭐.”   

  

진주는 더욱 민망해진 얼굴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참, 그런데 이상한 게 한 가지 있어.”     


이번에는 나영이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진주와 숙희의 시선이 모두 나영이한테로 쏠렸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보석을 보면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에이, 난 또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럼 넌 알고 있단 말이지?"


“그건 값이 아주 비싸고 귀한 보석이니까 그런 거 아니니?”     


"그건 그렇지만, 내 말은 왜 하필이면 그것들만 보석이라고 부르게 됐느냐 이 말이지?”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지?”   


“돌멩이나 바위, 그리고 쇠붙이 같은 것들도 얼마든지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것들만 보석이라고 부르게 되었느냐 이 말이야?“     


"에이,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흔해 빠진 쇠붙이나 돌멩이 같은 것들이 어떻게 보석이 될 수 있니? 세상에서 아주 귀하고 보기 드물어야 보석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거란 말이야.”     


숙희와 진주의 설명에 나영이는 그제야 조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나영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말이지.”     


“그래, 만일?”     


“이 세상에 있는 보석들 모두가 어느 날 갑자기 바위나 돌멩이들처럼 길바닥에 즐비하게 많아진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다니?”     


"그래도 사람들은 그것들을 목이나 팔, 그리고 귀에 자랑스럽게 걸고 다니면서 멋을 내려고 할까?“     


“뭐어?”     


나영이의 엉뚱한 말에 진주와 숙희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은 대부분 값진 보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보석이라고 불리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봅시다.      


2. 인디언들은 코나 목에 보석이 아닌 동물의 뼈를 매우 자랑스럽게 걸거나 매달고 다닙니다. 그들이 

   보석 대신 뼈를 매달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한 대로 말해 봅시다.      


3. 장신구들의 대부분은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값은 싸지만 

   아름다운 장신구와, 값은 비싸지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장신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

   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선택하게 된 이유를 말해 봅시다.      


4. 다이아몬드나 루비 같은 값진 보석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바위나 돌멩이처럼 이 세상에 흔하게 

   쏟아져 나온다면 그때 사람들은 아름다운 몸을 과시하기 위해 어떤 것으로 어떻게 꾸미고 다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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