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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1. 2021

천국으로 간 놀부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흥부와 놀부가 죽은 다음에 함께 저승으로 갔습니다.     


저승사자란 존재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승에 갔더니 놀부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치며 묻게 되었다네요. 

    

“네 이놈! 넌 단 하나밖에 없는 마음씨 착한 아우를 도와주지는 못하나마 틈만나면 구박을 하고 폭력까지 휘둘렀다니 당장 지옥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렷다!!”     


놀부는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너무 억울하다는 마침내 입을 열더니 거침없는 말투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승사자님, 잘 알지 못하면 가만히 계시기나 하세요. 그게 아니니까 이제부터 소인의 말을 좀 잘 들어보십시오.”


“저, 저런 발칙한 놈 말 버릇 좀 봤나. 여기가 감히 어리라고 그래도 쯧쯧쯧……. 그게 아니라면 그럼 뭐란 말이냐? 어디 얘기 좀 들어보자꾸나.”     


저승 사자는 더욱 노발대발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그러자 놀부가 다시 거만스럽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선친께서 돌아가실 때, 선친께서 지니고 계셨던 유산을 소인이 혼자 물려받은 건 사실입지요.”     


“으음, 요즈음 나라의 풍습이 그러니 마땅히 형이니까 네가 다 물려받았겠지. 그래서?”     


“그러나 제가 양심이 있지 어찌 그 유산을 혼자 독차지 하였겠습니까?     


“옳지. 그래서?”     


“그래서 비록 물려받은 유산이 적긴 하지만, 그 유산의 일부를 아우한테 분명히 떼어 주었습니다.” 

    

“허어, 그래? 그거참 잘한 일이로군. 그래서?”     


“그 뒤로 우리 내외는 물려받은 유산을 지독한 구두쇠라는 별명까지 들어가면서  입을 것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사옵니다.”     


“오, 그랬구만. 래서?”     


“그렇게 여러 해를 거듭할수록 소인의 재산은 부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점점 불어가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허허, 그거참 장한 일이로군. 그래서?”     


“하지만 저의 재산은 불어났다 해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그렇게 넉넉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죠.”   

  

“행복하지를 못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그러자 놀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소인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 그런지 평생에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자식 하나 얻지 못하고 평생을 쓸쓸하게 살아왔습지요.”     


“음, 그랬지. 그건 나도 미리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지. 그래서?”     


놀부가 울먹이며 말하는 바람에 저승사자의 표정도 어느새 놀부를 동정하는 빛으로 가득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단 두 식구가 사는 데다가 또한 소인이나 소인의 마누라는 식성이 짧아 항상 음식을 조금씩 먹다 보니 평생 양식도 별로 많이 들지를 않았사옵니다.”     


“허어,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구나! 그런데 그렇게 양식이 넉넉하다면서도 단 하나밖에 없는 아우에게는 왜 그렇게 인색할 정도로 구박이 심했던 거지?”     


저승사자는 조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놀부가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다.      


“저승사자님, 저는 처음부터 아우를 구박하고 냉대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소인도 멀쩡한 피가 흐르는 분명한 사람인데 어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우를 구박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암, 그렇지. 그래서?”     


"지금 당장 제 아우에게 물어봐도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저도 가난하고 불쌍한 아우를 가엾이 여겨 많이 도와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정말 사실이란 말이냐?”    


저승사자는 놀부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어느 앞이라고 제가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 그래서?”     


"그런데 저승사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제 아우는 미련스럽게도 자그마치 열 명이나 넘는 자식들을 주렁주렁 낳았습니다.“


“음,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었지. 그래서?”


“그러니까 아우는 일을 할 식구들은 없고 먹을 식구들이 그렇게 많으니 가뜩이나 먹을 양식이 부족한 살림에 더욱 가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허어, 그래서?”    

 

“그래서 처음에는 도도록이면 많이 도와주곤 하였지만 나중에는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도와줄 생각이 없어졌던 것입니다.”     


"그건 어째서?”     


“제 아우의 마음씨가 착한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단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거든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저승사자는 매우 궁금한 얼굴이 되어 물었습니다.     


“저는 자식을 그렇게 많이 낳았으면 부모로서 책임을 질 줄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아우는 일을 할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양식이 떨어질 때마다 번번이 저한테 와서 구걸을 하곤 하였습니다.”    

 

“응, 그래서?"     


“그래서 그때마다 저는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아우를 심하게 꾸짖어 돌려보내곤 하였습니다. 일은 하지 않고 편히 앉아서 번번이 소인에게만 의지해보려는 괘씸한 버릇을 고쳐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럼, 너의 처가 밥주걱으로 아우의 뺨을 때린 것도 네가 시킨 짓이었더란 말이냐?”     


“예, 말씀드리기 거북합니다만, 그렇습니다. 그 역시 아우의 자립정신을 길러 주기 위한 소인의 뜻이였습니다.”     


“오! 그랬었더냐? 그런데도 불구하고 네 아우는 일은 별로 하지 않고 번번이 형인 너에게 구걸을 하러 왔단 말이지?”     


“예, 그렇다니까 왜 자꾸 입장 곤란하게 묻습니까, 묻기를?”    

 

“허어, 이 일을 어찌한다?!”     


놀부를 당장 지옥으로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던 저승사자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놀부가 다시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저를 지옥으로 보내려고 하시는 겁니까? 저는 평생을 다만 물려받은 유산을 구두쇠란 별명을 들어가면서 아껴 쓰기 위해 애썼을 뿐이며, 잘못이 있다면 아우의 자립정신을 길러 주기 위해 푸대접을 했을 뿐입니다.”      


“으음, 듣고 보니 과연 네 말이 그럴 듯 하구나!”     


저승사자는 또다시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놀부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흥부를 향해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너의 형이 한 말이 모두 틀림이 없으렷다?”     


“예, 그렇사옵니다.”     


흥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모기 소리만 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쯧쯧쯧……. 저, 저런 주변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저승사자는 혀를 끌끌 차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흥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큰 소리로 명령하였습니다.  

   

"여봐라! 저 못난 흥부 녀석을 당장 지옥으로 보내도록 하여라! 그리고 놀부는 지금 곧 천국으로 보내도록 하여라!“     


”예에잇!“
 

저승사자의 명령에 흥부는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여전히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만일 여러분이 놀부였다면 번번이 구걸을 하러 오는 동생을 어떻게 대하였겠습니까?   

  

2. 저승사자 앞에서 놀부가 한 말은 과연 옳은 것인지요? 여러분의 의견을 말해 봅시다.     

 

3. 만일 여러분이 흥부였다면, 지옥으로 가라는 저승 사자의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였을까를 

    이야기해 봅시다.    

 

4. 저승사자의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인지요? 만일 여러분이 저승 사자였다면 어떤 판결을 하였겠

    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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