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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2. 2021

어떤 선택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나절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학교에 갔던 종수가 일찍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엄마가 화들짝 놀란 궁금한 표정이 되어 얼른 물었습니다.     


“아니 너 오늘은 어째서 이렇게 일찍 돌아왔니?”     


“…….”     


그러나 종수는 엉거주춤하고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아니 왜 대답이 없어?”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피아노의 높은 음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나 오늘 조퇴했어.”


엄마의 다그치는 목소리에 비해 종수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힘이 없습니다.     


“조퇴를 한 거라고? 아니 왜 무슨 일로 조퇴를 했는데?”     


엄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면서 피아노의 높은 음은 까보다 더욱 높아졌습니다.     


“…….”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눅이 든 종수는 그만 다시 입을 다문 채, 더욱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잠시 종수의 아래위를 살펴보다가 대뜸에 낮을 찡그리며 다시 소리쳤습니다.   

  

“아니 너 이제 가만히 보니까 오줌을 싼 모양이구나? 그렇지?”     


“…….”     


종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고개만 약간 끄덕이고만 있었습니다.     


“아니 다 큰 녀석이 오줌을 싸다니? 너 지금 나이가 몇 살이니?”     


엄마는 너무 한심해서 못 살겠다는 듯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종수를 다시 살살 달래면서 오줌을 싸게 된 이유를 묻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조금 누구러지자 종수는 마지못해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학교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종수는 둘째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노느라고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오줌이 좀 마렵기는 했지만 노는 재미에 정신이 팔려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딩도옹~~~ 딩도옹~~~”     


마침내 쉬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다시 셋째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오줌이 마려운데 이거 어떡하지?‘      


자리에 앉은 종수는 벌써부터 화장실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일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종수의 얼굴도 점점 더 일그러지면서 우거지상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오줌을 참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화장실에 다녀올까?'     


그러나 종수는 금방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사정을 들어 줄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문득 며칠 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 반에는 공부 시간에 화장실을 가겠다고 조르는 어린이가 종종 있는데 그건 어쨌든 학교 규칙을 어기고 친구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어린이들의 대부분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실컷 어울려 놀기에 바빠 볼 일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부 시간에 일체 화장실에 보내 주지를 않겠어요. 알겠어요?”     


“…….”     


선생님의 엄한 말씀에 아이들의 눈이 모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어때요? 이제부터는 반드시 쉬는 시간에만 화장실에 가기로 하고, 공부 시간에는 절대로 안 가겠다고 선생님과 약속할 수 있어요, 없어요?”    

 

“예, 있습니다!”    

 

“만일 그래도 부득이 화장실에 가야 할 사정이라면 보내 주겠어요. 그 대신 선생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 벌로 도덕 점수를 깎겠어요. 그러니까 오줌을 쌀 것이냐, 자신의 도덕 점수를 깎을 것인가는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세요. 어때요? 내 말 알아듣겠어요?”     


"예!”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모두가 옳은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느 반이나 그런 아이들은 있기는 하겠지만 특히 종수네 반 아이들은 유난히 그런 아이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노는데 정신에 팔려 화장실에 미처 못 갔다가 공부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나쁜 버릇을 가진 아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오줌을 싼 아이들도 많이 나왔고, 또 오줌을 참다못해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갔다가 도덕 점수를 깎이게 된 아이들도 많았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종수도 오늘 점수를 깎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다가 마침내 창피한 일을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종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 소리쳤습니다.     


"아, 그럼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화장실을 갈 일이지 이렇게 다 큰 녀석이 오줌을 싸야 옳단 말이니?“  

   

“그렇게 하면 학교 규칙을 어겼다고 도덕 점수가 깎이는걸. 그럼 어떻게 해?”     


"넌 그럼 이렇게 바보처럼 오줌싸개가 되는 것보다는 도덕 점수가 더 중요하단  말이지?“     


“…….”     


종수는 엄마의 물음에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일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 * )          





              

< 더 생각해 보기 >          


1. 만일 여러분이 종수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말해 봅시다.      


2.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하다가 내가 입을 수 있는 손해나 피해에 대해 생각이 

    나는 것이 있으면 모두 말해 봅시다.     


3. 선생님과의 약속, 그리고 개인적인 창피나 피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4.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유비무환' 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할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가 손해나 피해를 당했던 경험을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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