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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6. 2021

동아줄이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사고력 신장 창작동화]

오늘도 저녁을 먹기가 무섭게 동진이와 민정이 남매는 할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하나만 해 주세요.”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걸로요.”     


혼자 책을 열심히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책장을 덮으면서 물었습니다.     


“아니, 너희들 벌써 숙제나 다 해 놓고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게냐?”    

 

“그럼요. 숙제는 벌써 아까 다 했는걸요.”     


“저도요.”     


동진이와 민정이가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라는 듯 얼른 대답하였습니다.  

   

“그럼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지 무슨 얘기를 또 해달라는 거야?”     


“지금은 어른들이 보는 연속극 같은 것만 나오고 있거든요. 그리고 전 텔레비전보다는 항상 할아버지께서 해 주시는 옛날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요.”     


“저도요.”     


“허허, 그 녀석들 참, 너희들처럼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이다음에 커서 가난하게 살게 된다니까 자꾸만 그러는구나.”     


“에이, 그건 순전히 거짓말이래요.”     


“맞아요. 그리고 전 이다음에 가난하게 살아도 좋아요.”     


"옛기, 이 녀석들아, 그나저나 이거 오늘도 할애비가 큰 골치덩어리들을 만났는걸! 허허허…….“     


”호호호…….“     


”후후훗……. 우리들 보고 골칫덩어리래.“     


동진이와 민정이가 하도 매달리며 조르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금방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습니다.     


“얘들아,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안 되겠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제 옛날이야기 밑천이 다 떨어져서 해줄 게 없는걸.”     


“아이, 그러지 마시고 아무거나 해 달라니까요.”     


“네, 한번 해 주셨던 이야기도 괜찮다니까요.”     


아이들이 하도 성화를 부리며 보채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좋다. 너희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얘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     


“에이, 그 얘긴 벌써부터 알고 있어요.”     


“그 얘긴 너무 시시하니까 다른 걸로 해 주세요.”     


“그게 아니라니까. 이번에는 그 얘기를 해 주려는 게 아니라 그 얘기가 다르게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을 너희들한테 묻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동진이가 궁금한 눈이 되어 물었습니다.     


“그 얘기가 달라지다니요?”     


“그 얘기에서는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오누이가 있는 집으로 찾아왔지?”     


“네.”     


“그리고 호랑이가 어떻게 했지?”     


“남매를 잡아먹으려고 엄마 목소리를 흉내냈잖아요. 그렇죠?”  

   

“그래. 맞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지?”     


“밀가루를 바른 호랑이의 손을 보고는 진짜 엄마인 줄 알고 방문을 열어 주었죠.”     


“옳지, 그래서 그다음에는 또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되기는요. 재빨리 뒷문으로 빠져나가서 우물가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 갔잖아요.”     


“그래, 맞았다. 그리고 호랑이가 나무 위에 있는 오누이를 발견하고 어떻게 올라갔느냐고 물으니까 뭐라고 대답했지?”     


그러자 이번에는 민정이가 대답하였습니다.     


“처음에 오빠는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누이동생이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오라고 가르쳐 주어서 호랑이도 올라오게 되었죠.”     


“그래, 민정이 너도 아주 잘 알고 있구나.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오누이는 하느님한테 빌어서 굵은 동아줄이 내려와서 안전하게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죠.”   

  

“그렇지. 그리고 호랑이는?”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서 그걸 잡고 올라가다가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나서 죽었잖아요.”     


“그래, 그런데 말이다. 할애비의 얘기는 이제부터란다.”     


 할아버지의 말에 동진이가 어리둥절해진 얼굴로 얼른 되물었습니다.     


“그 얘기는 그렇게 이미 끝났는데 그다음에 또 무슨 얘기가 있는데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웃는 낯으로 천천히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내 얘기를 좀 들어보렴. 그런데 말이다. 그때, 오누이가 하느님한테 간절히 빌었는데도 만일 동아줄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기는요……., 그랬다면 호랑이한테 잡혀먹혔지 별 수 없잖아요?”     


동진이가 이렇게 서슴지 않고 대답하자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민정이에게 물었습니다.     


“민정이 네 생각은 어떠냐?”     


"그, 글쎄요. 저도 오빠와 같죠, 뭐.”


그러자 할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옛기, 이 녀석들아,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날 궁리를 해야지 그냥 잡혀 먹히고 말겠다는 말이 어디 있니? 어떻게 살아남는 무슨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오누이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히이야! 그거참 난리 났네!“     


"그렇게 되면 별 수 없이 호랑이한테 잡혀 먹혔지 무슨 방법이 없잖아.“     


동진이와 민정이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좋은 묘안이 좀처럼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 )        





            

< 더 생각해 보기 >      

    

1. ‘해와 달이 된 이야기’에서 오누이는 위급한 상황을 맞아히게 되자 하늘을 향해 빌어 위기를 모면하였

    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오누이였다면 그런 경우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2. 만일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다면 여러분은 어게 하였겠나를 이야기해 봅시다. 그리고 동아줄이 

   아예 내려오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3. '해와 달이 된 이야기'에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모두 이야기해 봅시다.    

 

4. 만일 호랑이에게도 썩은 동아줄이 아닌 굵은 동아줄이 내려왔다면 그 뒤의 일은 어떻게 되었겠나를 

    상상하여 이야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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