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경자(庚子)년 쥐의 해입니다.
사람들은 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쥐를 보고 왜 "쥐뿔도 없다", "쥐뿔도 모른다"란 말을 쓰고 있을까요?
옛날 어떤 마을에 한 사내가 있었는데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윗방에서 새끼를 꼬았는데 어느 날 생쥐 한 마리가 앞에서 얼쩡거렸다고 합니다.
“오라, 네가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사내는 불쌍하다는 생각에 쥐에게 자신이 먹다 남은 밥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쥐는 매일 그 방을 찾아왔고 그때마다 사내는 먹거리를 조금씩 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내가 이웃 마을에 외출을 했다가 들어와 보니 글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 하나가 떡하니 방에 앉아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깜짝 놀라서 외쳤습니다.
"네 이 놈, 너는 누군데 내 방에 와 있는 것이냐?"
그러자 그 사내도 같이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야 말로 웬 놈이냐?'
이렇게 소란스러워지자 집안 식구들이 모두 나왔으나 도대체 누가 진짜 주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모든 식구가 모인 자리에서 집안 사정에 대해 질문을 하고 정확한 대답을
하는 사람을 진짜 주인으로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부인 이름, 아버지 제삿날, 아들의 생일 등등…….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막힘이 없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이번에는 부엌의 그릇 수를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옛날의 남편들은 부엌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주인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으나 가짜는 그릇과 수저의 수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진짜 주인은 식구들에게 흠뻑 두들겨 맞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고, 가짜가 그 집의 주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난 그는 신세를 한탄하며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어느 절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스님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 사내는 당신이 먹거리를 주었던 바로 그 생쥐라오. 그 놈은 당신 집에서 살면서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고, 부엌에서 밥을 훔쳐 먹다 보니 부엌살림까지 훤히 알고 있었던 것이라오."
사내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 그 생쥐를 때려죽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펄쩍 뛰면서 그렇게 급히 서두를 게 아니라고 하며 마침 절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서 이렇게 하라고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사내는 스님이 준 고양이를 보따리에 싸서 감춘 다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침 대청마루에서는 가짜 사내가 부인과 함께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사내를 보자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이놈! 그렇게 혼이 나고도 다시 돌아왔단 말이냐?"
그러자 주인 사내는 보따리로 싼 고양이를 풀어놓으며 마주 소리쳤습니다.
"오냐, 이놈아. 이것이나 본 뒤에 떠들어라."
그러자 고양이를 본 가짜 사내는 혼비백산하여 고양이를 피하려 했지만 고양이가 더 빨랐습니다.
고양이가 비호같이 달려들어 가짜 사내의 목을 물어뜯자 가짜 주인은 갑자기 쥐로 변해서 찍찍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래도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느냐?"
사내가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털어놓자 아내와 가족들은 백배사죄하면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듯 아내를 향해 껄껄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은 나와 그만큼 살았으면서 내 뿔과 쥐뿔도 구별하지 못한단 말이오?"
아내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들지 못하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뿔은 남자의 성기를 가리킨답니다. 그래서 외형상 성기와 유사한 뿔로 바뀌어서
'쥐뿔도 모른다'란 속담이 유래하게 된 것이랍니다.
이 속담의 의미는,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의 몸에 대해서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잘 났다고 아는 척 하느냐?
즉,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주제에 공연히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랍니다.
* 그 녀석은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늘 아는 척은 잘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