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 귀신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잠을 자면서 꿈을 꾸게 된다. 사람에 따라 각기 꿈을 꾸는 횟수와 시간만 좀 다를 뿐 그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생리 현상이라 하겠다.
우리는 간밤에 꾼 꿈을 지나치게 믿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돼지꿈을 꾸었다면 날이 밝기가 무섭게 로또를 사기도 하고 안 좋은 꿈을 꾼 날이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지레 겁을 먹고 매우 조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태몽 꿈을 몹시 맹종하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기에 해몽(꿈풀이)이를 기록해 놓은 책들이 아직도 인기를 잃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꿈이란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어디까지나 허황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무조건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어떤 사람은 인분(똥)이나 돼지꿈을 꾼 다음에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맞아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또한, 그와는 반대로 무서운 악몽에 시달린 그다음 날, 또는 며칠 뒤에 큰 사고를 당하거나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황당한 일들을 직접 경험했거나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우리는 꿈이란 것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전혀 터무니없는 허황된 일이며 우연의 일치였다고 생각하고 무시해 버려야 할지 가끔은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현재 여고에 재학 중인 소녀 나영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마다 나영이가 꾸고 있는 꿈도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나영아, 엄마 말 잘 들어야 돼. 남자들은 겉모습만 보아서는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혹시 어떤 남자가 착한 척하면서 너에게 어떤 호의를 베푸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조심하란 말이야. 엄마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알아듣겠니?”
나영이 어머니는 나영이에게 틈만 나면 귀가 아프도록 이런 다짐을 해 주곤 하였다. 어머니의 그 판에 박은 듯한 늘 똑같은 잔소리를 나영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다.
나영이가 어느새 성장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어머니의 그 판에 박은 듯한 잔소리는 날이 갈수록 횟수가 점점 더 늘어가고만 있었다.
처음에는 오직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기에 행여나 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에 그런대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도 세 번 이상 들으면 듣기가 싫어진다는 옛말처럼 매일 똑같은 그런 말을 되풀이해서 듣고 있자니 나영이 역시 은근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이제 알아들었으니까 제발 그만 좀 해.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잖아. 나도 이제 한두 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젠 제발 그만두란 말이야.“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네가 한두 살이 아니니까 그럴수록 더 조심을 해야 한다. 이 말이야.”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니까 이제 그런 말은 그만 좀 해.”
"아니 얘가 왜 큰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야. 너 엄마 말을 잔소리로 알았다가는 정말 큰코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란 말이야. 으이구, 쯧쯧쯧…….“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침내 나영이에게 정말 이상하고 꺼림칙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았다. 요즈음 매일 밤마다 판에 박은 듯한 똑같은 꿈을 꾸게 된 것이 그것이었다. 벌써 일주일이나 넘게 똑같은 꿈이 되풀이되곤 하였던 것이다.
더욱 이상하고 희한한 것은 매일 꿈속에 나타나는 장소와 꿈의 내용까지 항상 똑같았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 희한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꿈이 며칠째 계속 반복되자, 나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분 나쁜 꿈이란 말이야!“
현재 나영이네 집은 비교적 번화한 도심지에 위치한 25층짜리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나영이네 집은 24층이었다. 그런데 바로 어젯밤 꿈에도 나영이는 그 이상한 꿈을 또 꾸게 되었다. 벌써 며칠째 반복되고 있는 그 꿈은 늘 나영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꿈속의 일이기는 하지만 나영이는 꿈에 어딘가 볼 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어김없이 그 일이 벌어지곤 하였다.
어디를 갔다가 왔는지는 나영이 자신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늘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곤 하였다.
나영이가 아파트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마치 나영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늘 1층에 멈추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출입구 가까운 쪽에는 으레 점잖고 인상이 좋게 생긴 웬 중년 신사 한 사람이 서서 나영이를 웃는 낯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인상도 착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신사는 항상 잔잔한 미소를 띤 표정으로 나영이에게 친절을 베풀곤 하였다. 사람이 많아서 나영이가 엘리베이터를 탈까 말까 하고 망설일 때마다 번번이 자리까지 비켜 주며 친절을 베풀곤 하였다.
”학생, 여기 자리가 있으니까 어서 타요.“
"아니에요. 저, 저는 다음에 올라갈게요. 그냥 먼저 올라가세요.“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날마다 되풀이되자 나영이는 그 점잖고 인정이 많아 보이는 신사의 친절이 왠지 모르게 께름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그때마다 사양을 하고 다음 엘리베이터로 올라가곤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일은 어젯밤 꿈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꿈은 언제나 더 이상 길지도 않고, 또한 짧지도 않게 항상 그 정도에서 끝이 나곤 하였다.
”그거참, 이상한 일이란 말이야, 똑같은 내용의 꿈을 벌써 일주일이나 계속해서 꾸고 있다니……!“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나영이는 그런 꿈을 꾸고 난 뒤부터는 실제로 낮에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꿈에서 번번이 나타나곤 했던 그 상황이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릴 때, 자신도 모르게 꿈속에서 목격했던 일이 떠올라 께름칙한 마음만은 쉽게 잊혀지지를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희한한 꿈 때문에 항상 머리가 뒤숭숭해지는 바람에 나영이는 결국 어머니한테 그동안 자신이 꿈속에서 나타나곤 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게 되었다.
"그래? 그거 정말 희한한 일이로구나! 네가 요즈음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아무래도 몸이 좀 허해져서 그런 모양이구나!”
"엄마, 그럴 때 그 신사의 말대로 엘리베이터를 타야 돼, 말아야 돼?“
"엄마가 항상 뭐라고 했니? 꿈이든 생시이든 남자들은 무조건 조심해야 된다고 그랬지? 어쨌든 신사의 말을 듣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은 건 정말 잘했다, 잘 했어."
"그게 꿈인데두 잘한 거라고?"
"아암, 잘하구말구, 어쨌든 네가 요즈음 몸이 좀 허약해진 것 같으니 아무래도 보약이나 지어다 먹는 게 좋겠구나.”
어머니는 꿈 이야기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직 나영이의 건강하며 보약 타령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나영이는 여느 때처럼 학교 공부를 끝내고 늦게 집으로 돌아온 나영이는 오늘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1층 현관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마침 꿈속에서처럼 엘리베이터는 마침 1층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엘리베이터에 오르던 나영이는 얼른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이 만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스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앗! 저 아저씨가 어떻게 여기……?“
너무나 놀란 나영이는 하마터면 크게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지금 엘리베이터 출입문 쪽에는 웬 신사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신사는 나영이의 꿈속에서 매일 밤마다 나타났던 바로 그 신사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은 지금까지 꿈속에 나타났던 장면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나영이는 이게 꿈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신사는 지금 꿈속에서처럼 나영이에게 입가에 가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자리를 비켜 주면서 나영이를 향해 어서 타라고 친절하게 손짓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꿈속에서 나타났던 장면과 너무나 같았다.
“학생, 여기 자리가 있으니 어서 타요!”
나영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오싹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긴장된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까지 꿈에서 했던 것처럼 손사래를 치면서 공손히 사양을 하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기다렸다가 다음에 올라가겠습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곧 나영이만을 현관에 남겨둔 채, 문이 스르르 닫히더니 바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나영이는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억지로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엘리베이터가 막 24층까지 올라갔을 때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곤두박질을 하면서 추락하는 소리가 요란한 폭음 소리를 내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영이는 그 요란한 소리에 기겁을 해서 놀라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한동안 정신을 잃은 상태로 그 자리에서 굳어진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정신까지 잃고 말았다.
"사람 살려요! 사람~~!“
"엘리베이터가 추락했어요!!“
사건 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구원을 청하는 다급한 목소리들이 정신을 잃은 나영이의 귀에 어렴풋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느 틈에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119 구급차와 경찰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다.
“우선 사람부터 신속히 구출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 날, 결국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서 추락하는 바람에 그 안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생명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나영이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듯 정신이 나간 멍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주저않은 채 그 끔찍한 광경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 )